'간호사 간병' 인력확보가 관건…간병비 지원은 도덕적해이 우려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불필요한 입원환자 '양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권지현 기자 = 정부가 21일 내놓은 국민 간병 부담 경감방안은 '간호 지옥'으로 불리는 환자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고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경감 방안에는 간호사가 간병 업무를 맡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단 정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간병비 부담 해소 대책을 내놓은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 성공을 위해서는 충분한 간호 인력과 재원 조달, 간병비 지원을 악용하려는 '도덕적 해이' 방지책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호사 간병' 시행률 28.9% 불과…확대에 '환영'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확대된다는 데에 일단 반색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할 때와 달리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인 간병인의 하루 일당은 평균 12만1천600원인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 시 하루 2만원 안팎만 추가로 내면 된다.
한 달에 400만원을 훌쩍 넘기는 비싼 간병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보니 환자와 보호자의 수요가 높지만 운영되는 곳이 많지 않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병상수 기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률은 28.9%에 불과했다.
중증 환자가 이용하기는 더 어려웠다. 의료기관이 상대적으로 돌보기 쉬운 경증 환자 위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시키면서, 정작 돌봄이 필요한 중증 환자가 배제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계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확대하고 인력 배치를 늘려야 한다고 오랜 기간 주장해왔는데, 이날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간의 요구에 화답한 셈이 됐다.
대한간호협회도 '환영'의 입장을 표하며 "중증환자가 질 높은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교 교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환영한다"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병 지원인력이 함께 적정한 간호간병을 제공할 수 있는 돌봄계획 수립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통합 돌봄 체계를 추진하는 그림 자체는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관건은 '충분한' 인력 조달…"여건 되면 100%까지 확대해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는 정부도, 보건의료계도 이견이 없다.
복지부는 신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배출 규모를 봤을 때 인력 배치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3년간 추가 배치에 필요한 간호사는 2천430명, 간호조무사는 4천805명으로 추산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간호사는 8만51명, 간호조무사는 8만9천154명이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배출 규모 대비 필요인력이 간호사는 3%, 간호조무사는 5.4% 정도여서 충분히 충원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간호인력을 많이 배치할수록 보상 수준을 높여 의료기관의 채용 역시 독려할 예정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건보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정부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게 먼저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약 10조6천877억원의 간병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 규모가 곧 투입되는 건보 재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건보에서 책정하는 간병 수가는 개인이 간병인을 고용했을 때보다 보수적인 데다가, 환자 본인과 건보가 나눠서 부담하므로 실제 투입되는 재정은 더 작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더 과감하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병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부족하다"며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참여하는 병원을 중심으로 병상을 100%까지 늘리고, 수도권 병원에 남아있는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병비 지원,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재원 마련도 관건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시범사업이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하는 '급여화'의 직전 단계로 인식되면서, 향후 지속적인 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할 경우 연간 최대 15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건보 재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의 경우 지금까지 지적됐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간병비 지원보다 먼저라고 본다.
요양병원 기능을 손보지 않은 상태에서 간병비를 지원하면, 오히려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재원이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동안 요양병원은 지나치게 많은 병상수와 굳이 입원하지 않고 외래 진료만 받아도 되는 환자가 장기간 머무는 '사회적 입원' 등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장숙랑 교수는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간병 지원을 단계적으로 제도화하는 건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요양병원의 기능 개편, 지역사회의 통합 돌봄이 적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이행을 미루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에는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간병인력이 많은 편이어서 이들에 대한 국가의 교육·훈련, 질 관리, 자격 관리, 처우 개선 등 구체적인 후속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자칫 부적절한 간병, 비인간적인 노동과 처우에 국가가 지원을 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현 교수 역시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절반은 입원이 필요치 않고 집이나 요양시설로 옮겨야 하는 '경증'이라는 연구도 있다"며 "간병비 지원을 확대하기 전에 요양병원 기능의 세분화, 재정립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재원 조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정부는 우선 1차 시범사업 예산은 국비로 충당하고, 2차 시범사업에서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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