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양안관계 최대 쟁점 부상…여“주권 침해 용납 못해”, 야“독립 주장 포기해야”

이종섭 기자 2023. 12. 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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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은 선거가 다가올 수록 대만을 겨냥한 직간접적인 압박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21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총통 선거 첫 TV 정견발표회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와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가 양안 관계와 대만 독립 문제를 두고 격돌했다.

이날 정견발표회에서는 허우 후보가 먼저 대만 독립에 대한 라이 후보의 입장을 두고 선공을 날렸다. 허우 후보는 “대만은 이미 주권 독립 국가이므로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면서 라이 후보에게 대만 독립 주장을 포기할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라이 후보는 “대만을 삼키려는 것은 중국의 국가정책으로 중국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대만과 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으며 대만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라이 후보는 이어 허우 후보에 “말로는 대만을 지키겠다고 하면서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한 양안간 합의)을 받아들인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어떻게 대만을 지킬 수 있느냐”고 역공했다. 허우 후보는 이에 대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와 대만 독립 모두에 반대한다”면서 “민진당 집권 하에서 대만이 독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면서 전쟁이 가까워지고 평화는 멀어지고 있으며, 이번 선거는 전쟁과 평화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다시 맞받았다.

다음달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는 반중·친미 성향의 민진당과 친중 성향의 국민당 간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친중과 반중 사이에서 중립적을 입장을 보이는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는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마이포모사)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라이칭더·샤오메이친(蕭美琴) 총통·부총통 후보는 36.3%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국민당 허우유이·자오샤오캉(趙少康) 후보 지지율은 32.8%로 나타났다. 민진당 후보 지지율이 3.5%포인트 앞서고 있지만 오차범위(±2.7%) 이내의 초접전 양상이다. 해당 조사에서 민중당 후보 지지율은 17.7%였다. 앞서 대만 연합보가 지난 13∼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진당과 국민당 후보 지지율이 31.0%로 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총통 선거에 우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전날 프로필렌과 부타디엔, 이소프렌 등 12개 대만산 화학제품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른 관세 감면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번 조치는 대만이 중국 본토 제품 수입을 일방적으로 금지·제한한 데 따른 것”이라며 보복성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민진당 라이 후보는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만을 통일할 것”이라는 입장을 직설적으로 전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 CNBC 방송은 전·현직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시 주석이 “중국이 선호하는 것은 무역이 아닌 평화적으로 대만을 차지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관리들은 미·중 정상회담 전 미국 측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과의 평화적 통일 목표를 지지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공개발언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CNBC는 전했다. CNBC는 시 주석이 회담에서 대만 총통 선거 후보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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