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 “내가 이순신 장군 유언을...그 마음 끝없이 생각”[인터뷰]

김윤신이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연기했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윤석(56)이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으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을 장식했다.

“드디어 개봉하는 날이 오긴 오네요.” ‘노량’ 개봉일인 지난 20일 만난 김윤석은 이같이 말하며 미소지었다. 이어 “3부작의 마지막이고 노량해전이 겨울에 일어난 만큼 이때쯤 개봉하길 바랐는데 그렇게 됐다. (이순신 장군께서) 돌아가신 날 며칠 차이로 개봉하게 됐다. 감개무량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노량’은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2014), 지난해 여름 최고 흥행작 ‘한산 : 용의 출현’(이하 ‘한산’)을 잇는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김윤석 분)의 최후 전투를 그렸다.

처음 이순신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땐 영광스러운만큼 부담스러웠단다. 말그대로 전 국민이 사랑하는 위인, 이순신 장군이니까.

김윤석은 “앞선 두 분(최민식, 박해일)이 너무나 훌륭하게 연기한 것도 물론 부담이었지만, 이순신 장군이란 존재, 그 자체가 가장 부담이었다. 두 배우와는 동병상련, 이심전심이었다”고 말했다.

‘노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 사진 I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 최민식과 박해일이 입을 모아 ‘다 내려놓고 기도하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던 바. 그는 “사실 조언이라기보다는 그때 당시 저의 심경이 그랬던 것”이라며 “그렇게 말한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해명하며 웃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조선과 왜, 명 3국의 관계가 뒤엉켜있는 밀도가 좋았고요. 대한민국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 김한민 감독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웃음) 심지어 부하 장수들의 가족 관계도 다 알고 있을 정도예요. 김 감독은 배짱도 정말 좋아요. 급한 와중에도 하나 하나 차분히 뜯어고쳐가는 끈기와 능력이 정말 대단해요.”

그의 말처럼 3국의 등장으로 스케일은 커졌고, 전쟁은 더 치열해졌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 액션 장르의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더해 가히 역대급 해상전투극을 보여준다. 7년간의 전쟁 중 유일한 야간전이었던 현장의 치열함과 전술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방대한 해전을 담은 만큼 시리즈 사상 최장 러닝타임(153분)을 자랑한다.

연출 경험이 있는 감독 김윤석으로서도 김한민 감독은 배울 점이 많았단다. 김윤석은 “하나하나 자신의 계획대로 이루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웠다. 사실 영화를 찍다 보면 압박이 오는데 각종 어려움을 다 버텨내면서 원하는 걸 이루어나간다는 게 대단한거다. 끈기는 감독이 가져야 할 굉장히 중요한 능력인데 이를 지녔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존경을 표했다.

김윤석이 ‘노량’ 김한민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가 담긴 만큼, 그의 마지막 유언도 담겼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바로 그 말을 김윤석이 한다.

김윤석은 “영화 ‘1987’에서 ‘탁 치니 억하고’ 그 장면을 찍으면서도 ‘이걸 내가 하다니?’ 싶은 마음이었다. 그 때와 똑같은 마음이 들었다. ‘장군님의 마지막 유언을 내가 하다니?’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과연 장군님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치열한 전투의 정점에서 그렇게 된건데, 당시 상황에 방해가 되지 않게 말하고 끝내겠다는 그 마음으로, ‘결코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는 대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코피가 안 멈춰 응급실에 가는 일도 있었다. 그는 “촬영 중에 코피가 났는데 멈추지를 않더라. 다른 장면 찍을 동안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가 옷을 다 벗어보라 하더라. 왜 꽉 끼는 옷을 입고 있느냐고. 갑옷을 입으려면 온 몸을 다 조여야 한다. 그러다보니 혈액 순환이 방해되고, 거기에 투구까지 쓰고 있으니 혈압이 올라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왜군 갑옷이 가장 무거웠는데, 제 것도 그 정도였다. 갑옷에 투구, 칼까지 차고 있으니 20kg가 넘었던 것 같다”고 사극 연기의 고충을 들려줬다.

흥행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한국 영화 최고 신기록, 이런 기적까진 바라지 않지만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은 스코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소망했다.

“예매율, 예매량이 좋다고 해 다행스럽긴 하지만 그거 갖고 막 좋다고 할 수도 없는 듯해요. 앞으로 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죠. 관객들이 좀 더 성원을 보내준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그의 바람대로 ‘노량’은 개봉일 21만6000명의 관객을 동원해 ‘서울의 봄’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기분좋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