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硏 '외계행성탐색시스템' 노후화…"예산 없어 관리 어려워"

박정연 기자 2023. 12. 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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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행성 탐색 핵심 장비 카메라 칩 일부 고장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미시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의 대형망원경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이 예산 부족으로 필요한 장비 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동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가 진행돼 관측 카메라 일부에 문제가 생겼지만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세계에서 미시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외계 행성을 탐색하는 대형망원경시스템은 총 3개가 운영 중이다. 이 중에서도 국제 천문학계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KMTNet의 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세계 천문학 연구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천문연 KMTNet의 전하결합소자(CCD) 카메라를 구성하는 4개의 칩 중 1개 칩은 고장난 상태다. 각 칩에는 관측한 영상 정보를 읽어내는 포트가 각각 8개씩 탑재돼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망가졌다. 32개의 포트 중 1개의 포트가 망가지면서 CCD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자료의 왼쪽 하단 일부는 까만 얼룩이 진 채 출력되고 있다. 최고 성능의 망원경에서 하자 있는 자료를 얻고 있는 것이다.

KMTNet은 직경 1.6m 크기의 거울과 3.4억 화소의 초대형 모자이크 CCD 카메라로 이루어진 동일한 광시야망원경으로 구성됐다. 경도를 따라 3등분 된 남반구 칠레(KMTNet-CTIO), 남아공(KMTNet-SAAO), 호주(KMTNet-SSO)에 설치돼 남쪽 하늘에서 일어나는 천문현상을 24시간 중단 없이 지상에서 연속 관측한다.

KMTNet을 사용해 당장 영상자료를 얻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같은 노후화 징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천문연 관계자는 "전자기기에서 한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윽고 다른 부분에 부하가 걸리듯이 노후화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CCD 카메라의 안정적인 운영 기한은 통상 5년으로 여겨진다. 2014년 첫 가동된 KMTNet의 카메라는 벌써 9년째 사용되고 있다.

KMTNet을 운영하는 천문연은 CCD 카메라의 칩만을 일부 교체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대폭 절감한 유지보수 계획을 수립했지만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각각 설치된 KMTNet 구성 망원경들을 교대로 손보면서 관측이 중단되지 않도록 수리하는 방안을 고안했지만 50억원의 칩 값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CCD 카메라의 전자칩은 처음 이 장비를 들여올 때보다 3배 가까이 올랐다.

연구자들은 KMTNet이 세계 천문학계에서 기여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세 중력현상을 사용해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나머지 두 망원경시스템과 달리 24시간 관측이 이뤄지는 것은 KMTNet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주요 국제기관이 KMTNet를 활용한 국제공동연구에 적극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KMTNet이 사용하는 미시 중력렌즈 현상은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도 먼 거리에 있는 행성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시 중력렌즈 현상은 중력으로 공간이 살짝 휘면서 별들이 겹칠 때 순간 빛의 양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의 패턴을 분석하면 멀리 있는 별의 크기와 같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해당 별이 크기가 큰 목성형 행성인지 아니면 금성형이나 지구형 행성인지를 알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의 별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천문연에 따르면 KMTNet은 미시 중력렌즈 현상을 사용해 발견하는 외계행성 중 70%를 발견하고 있다. 천문연 관계자는 "가동을 시작한 이후 1년에 30~35개의 외계행성을 꾸준히 찾아내는 성과를 거둬왔다"며 "국제 천문학계에서 내로라하는 장비가 예산이 부족해 충분한 관리를 받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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