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 ‘핵·미사일’ 조직 강화…김영철 등 ‘올드보이’ 재기용
핵·미사일 개발·발사 ‘미사일총국’ 조직 신설
군수공업부·국방과학원·핵무기연구소 연계
리영길·리선권 ‘탈락’, 오수용·박정천 재등장
내각 문책성 인사···김덕훈 총리는 일단 살아 북한>
북한이 올해 핵·미사일 관련 조직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영철·오수용·박정천 등 ‘올드 보이’가 당과 군 주요 보직에 복귀한 것도 특징이다.
통일부는 21일 <북한 주요 인물정보>와 <북한 기관별 인명록> 책자를 발간했다. 매년 내는 책자로 올해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0월까지 북한 공식매체 보도 등 공개 자료에서 확인된 당·정·군 인사 변화와 조직 개편 내용을 담았다. 통일부는 “특히 올해 세 차례 열병식에서 확인된 각급 군 단장 및 군사학교 등 정보를 수록하는 등 군 조직 관련 정보 사항을 대폭 보강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개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핵·미사일 관련 조직이 신설·개편됐다. 지난 2월 깃발이 공개되며 존재가 확인된 미사일총국은 국방과학원장 등을 역임한 장창하가 총국장을 맡고 있다. 군부 소속의 미사일총국은 지난 18일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을 단행했다.
미사일총국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국방과학원, 핵무기연구소와 더불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핵심 조직으로 평가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업무상 긴밀히 연계해 협력하는 곳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창하 미사일총국장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9월 방러와 지난 18일 화성-18형 발사 현지지도에 동행하는 등 주요 핵·미사일 관련 행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 왔다.
통일부는 그간 ‘기타 기관’으로 분류했던 국방과학원과 핵무기연구소를 군 산하로 편제했다. 김용환이라는 인물을 국방과학원 원장으로 추정했다. 핵무기연구소 소장은 리홍섭, 부소장은 강경호로 기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방과학원과 핵무기연구소는 유심히 봐야 할 군 산하 기관”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군사정찰위성 개발·발사를 주도해온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 9월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 개편됐다. 역할은 기존보다 늘어났을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했다.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의 총국장은 류상훈, 부국장은 리철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가 성공하자 “공화국 무력이 이제는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자기 수중에 틀어쥐였다”며 핵·미사일의 눈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군부 핵심 중 한 명인 리영길은 지난 8월 한국의 합동참모본부 의장 격인 총참모장을 맡으며 기존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비서직에서 내려온 것으로 평가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총참모장 직위를 갖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는 건 아니라고 봤다”며 “다른 사람이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군부 서열 1위에 해당하며 올해 한동안 리병철·리영길 공동 체제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을 리영길에게 넘겨줬다가 지난 8월 당 군정지도부장으로 복귀한 박정천이 이달 말 당 전원회의에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복귀할지 주목된다.
올해 박정천 군정지도부장뿐 아니라 오수용 당 경제비서(79),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 고문(77) 등 ‘올드 보이’가 재기용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단계에서 이들의 전문성을 다시 이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근래에 그래왔는데 권력에 위협이 안 되면 다시 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보 당국은 김영철이 대남 공작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 남북 회담에 자주 등장했던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것으로 평가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상) 통전부에서 한 명이 정치국 위원을 맡아왔다”며 “(통전부 고문) 김영철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들어갔기 때문에 리선권이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진 게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남포시 안석간석지 수해 피해를 강하게 질타한 데 따른 내각의 문책성 인사도 단행됐다. 간석지 제방 공사 부실 책임 등으로 국가건설감독상과 국토환경보호상이 교체됐다. 당시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공개 비난한 김덕훈 내각 총리의 경우 향후 공식 석상에 직책 변화 없이 계속 등장한 점 등을 고려해 인사 조처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통일부는 분석했다.
통일부는 “당 정책 관철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계기 시마다 내각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며 “인사 조처를 당의 지시와 방침 관철 강조를 위한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통일부는 이날부터 <북한 주요 인물정보>와 <북한 기관별 인명록> 책자를 관계기관과 연구기관, 대학교 등에 약 1000부 배포한다. 통일부 홈페이지 ‘북한정보포털’에도 같은 내용의 파일을 게재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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