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에 딱 걸리니···” 대형마트의 속앓이
연말 마지막 매출 확대 기회… 씁쓸한 유통가
서울 청량리에 사는 주부 최모씨(38)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형마트를 찾으려다가 고민에 빠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장을 보려고 했는데 성탄절 전야인 오는 24일 일요일이 ‘의무 휴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매년 성탄절 이브에 온가족이 즐길 피자, 치킨, 과자 등을 대량 구입했는데 올해는 문을 닫는다고 하니 당혹스럽다”면서 “삼겹살 등 먹거리는 물론 아이들 장난감은 언제 사야할 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남모르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유통가 대목이라면 설날·추석 등 명절과 크리스마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크리스마스는 연말 마지막 매출 확대를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유통가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올해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성탄절인 만큼 대형마트로서는 역대급 수익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앞둔 대형마트 표정은 씁쓸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일요일)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의무 휴무일(매달 둘째·넷째 일요일)에 걸린 만큼 전국 대부분 매장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주중에 이틀씩 쉬는 곳도 있으나, 대다수 대형마트 의무 휴무일은 일요일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나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어떻게 풀지, 말지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일각에선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만큼 폐지하라’는 요구를 하는 한편, 다른 쪽에선 일부 지방자치단체처럼 ‘휴일이 아닌 평일에 이틀 의무휴업으로 바꿔야 한다’거나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맞서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성탄절(25일) 당일보다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장 많이 찾는다. 치킨과 닭강정, 빵과 피자 등 신선한 먹거리는 물론 맥주와 와인 등 주류에 장난감 선물까지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매출을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23일~ 24일과 비교한 결과, 한우·스테이크류는 성탄절 연휴 200% 이상, 생선회는 150% 늘었고 와인과 완구 등은 3배나 신장했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일에 비해 주말에는 고객이 2배가량 늘어나는데 한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명절과 크리스마스에는 그보다 3배 이상은 더 많이 몰린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전국 매장이 성탄절 전야가 넷째주 일요일이라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데 하루 건너 25일에 다시 개점한다고 해도 얼마나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B 대형마트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일요일인 경우는 7~8년만에 한번씩 찾아오는데 격주 휴무일이 겹치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성탄절 전야에 휴무한다고 고객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그렇고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C 대형마트 측은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가뜩이나 온라인몰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들은 한숨 지을 수밖에 없다”며 “일단 이번 주 토요일(23일)까지 최대한 매출을 끌어 올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대형마트들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규모 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롯데마트는 오는 27일까지 홈파티용 먹거리를 최대 반값에 판매한다. ‘마블나인 등심’을 23일 하루 반값에 팔고 매장에서 직접 쪄서 제공하는 산 대게와 자숙 랍스터는 40%를 할인 판매한다.
또 광어회와 항공 직송 연어는 각각 30%와 20% 싸게 팔고, 호주산 소고기와 한우 스테이크는 40∼50% 저렴하게 내놓는다. 딸기는 2팩 이상 구매하면 개당 2000원씩 할인해주고 샤인머스캣은 2송이 이상 구매하면 송이당 1000원을 깎아준다.
이마트도 홈파티 음식을 최대 50% 싸게 판다. 홈파티 대표 음식인 스테이크는 30~40%, 프리미엄 딸기 6종은 20% 할인 판매하고, 참다랑어 뱃살·속살 등 특수부위가 포함된 ‘한판 참다랑어회’(230g 내외)는 2만9800원에 내놓는다.
인기 구이류와 튀김류를 골고루 담은 ‘홈파티 플래터’는 2만4980원에, 베스트 모둠초밥(18입)은 4000원 할인한 1만3980원에, 어메이징 새우박스(20입)는 2000원 할인한 1만2980원에 판다.
홈플러스는 먹거리를 최대 반값에 판매하는 슈퍼세일 ‘홈플대란’을 진행한다. 오는 23일과 25일 ‘당당 두마리 옛날통닭’을 9990원에 내놓고, 레드 킹크랩(2.4㎏ 내외)을 50% 싸게 판다. 육류 역시 최대 50% 할인 행사를 통해 한우와 수입산 쇠고기를 40~50% 할인 판매한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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