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 대장금 후 20년 이영애의 진짜 무대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지난 9일 막을 올린 tvN 주말드라마 '마에스트라'. 물론 긴장감 있는 진행이나 오케스트라의 속사정이라는 색다른 소재에 감흥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았겠지만, 무엇보다 드라마의 첫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시청자들의 반응은 이렇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이영애는 저 나이인데도 저렇게 피부가 뽀얗고 팽팽할까."
"이영애는 어떻게 저렇게 나이를 안 먹을까."
'산소 같은 여자'라는 출세 카피를 실천하고 있는 부분을 제하고라도, 이영애라는 존재는 늘 대중에게 신선하고 신비하며 또 오묘하다. 연예인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대중에게 선망을 일으키면서도, 너무 먼 곳의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고 뒤처지는 이미지가 되지 않는 것인데 그러한 의미로 보면 이영애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낳은 몇 안 되는 '연예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광고모델로서의 경력을 따지면 지금까지 만으로 33년의 어마어마한 경력이긴 하지만 이영애의 필모그래피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이 기준을 2003년 출세작인 MBC '대장금' 이후로만 한정시켜놓고 보면, 이영애는 이후 20년 동안 특별출연을 제외하고 이번 작품까지 드라마 세 편과 영화 두 편에 출연했다. 평균 4년에 한 작품이고, 드라마의 경우 '사임당, 빛의 일기'는 '대장금' 후 무려 14년 만의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이영애는 전 세계에 단 5%밖에 되지 않는다는 여성 지휘자, 여성형 명사로서 지휘자를 뜻하는 '마에스트라(maestra)' 차세음 역을 맡았다. 실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그 저돌적이고 꼼꼼한 면 역시 주머니 속 송곳처럼 뾰족한데 사방에는 그를 뾰족하게 만드는 일뿐이다.
'살리에르 증후군'을 앓는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지만 질시하는 남편은 불륜에 빠졌고 그의 곁에는 불도저처럼 애정을 갈구하는 '전 남친'도 있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유전병으로 어쩌면 지휘자로서의 영광을 내려놔야 할 우려도 있는 '래밍턴병'의 마수도 드러났다. 차세음은 자신을 질시하고 사랑하고 집착하는 외적인 시선뿐 아니라 스스로의 강박 그리고 병에게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등 온갖 감정이 응축된 에너지를 한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앞서 말했듯 오랜 시간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았기에 이영애의 행보는 비교적 이미지 소모로 고민하는 동년배들의 초조함과는 달랐다. '대장금'을 통해 고난과 역경을 이기는 불굴의 서장금을 보여준 후에는, 마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의 만들어진 이미지를 깨부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택했다.
오랜 안식년을 거친 후 그가 택한 작품은 다시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그는 1인2역으로 사임당과 함께 커리어우먼을 연기하며 '대장금'의 이미지에 초창기 도시적인 이미지를 덧대는 시도를 했다. 2019년 영화 '나를 찾아줘'를 통해 처절한 모성을 연기하던 그는, 대뜸 2021년 JTBC 드라마 '구경이'를 통해서는 은둔형 외톨이 탐정이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로 찾아왔다.
그렇게 구경이로 망가지던 그는 다시 2년 만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모든 것이 정돈되고 바짝 긴장상태에 오른 차세음을 연기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영애의 행보는 어느 한쪽으로 이미지가 몰릴라치면 바로 반대편 가장 깊숙한 곳으로 돌아가 반전을 주는 작품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작품 속 캐릭터의 외연을 확장해 놓으면, 이영애의 모습에서 대중은 단 하나의 정리된 이미지를 찾기 쉽지 않다. 물론 기성세대야 과거 '대장금'에서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지금 30대 이하의 시청자에게는 어떻게 변신할지 모르는 다채로운 이미지가 된다는 것이다. 모든 신비주의에 기반한 연예인들이 택하는 전략을 통해 이영애는 누구도 얻지 못한 평판을 얻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배우들은 자신들의 삶에 비롯된 이유 때문에 작품을 많이 하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한쪽에서는 '틀면 나온다'고 해서 지겨워하고, 어느 한쪽에서는 너무 작품을 하지 않고 광고에서만 얼굴을 드러낸다고 힐난도 한다. 이영애는 그런 이유로 아직은 작품을 더욱 해야 하는 쪽에 속해있기는 하다.
그런 부분은 성격에 기인 한 것일 수도 있다. 이번 작품 '마에스트라'를 위해 이영애는 약 10개월 전부터 지휘와 바이올린 등 차세음이 잘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 매달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자신이 봤을 때 만족스럽지 않다면 쉽게 작품에 자신을 내맡기지 못했다. 그의 작품선택과 복귀, 이리저리 장르를 오가는 행보 역시 사실 긴 시간의 고민 끝 산물이라고 봐야 하는 부분도 맞다. 이런 그의 신중함은 여러 다큐멘터리는 방송을 통해 언뜻 비치기도 했다.
서장금으로 온갖 영화는 누렸다. 다시 연기에 복귀해 '사임당, 빛의 일기' '구경이' '마에스트라' 등 세 작품을 했다. 이제 '마에스트라'는 슬슬 이영애의 흥행 배우로서 가치를 재증명해야 하는 당위가 되고 있다. 그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성적이 시원치 않다면 그는 결국 연기나 그 흥행보다는 이미지로 소구하는 배우라는 선입견을 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가 이번 '마에스트라'를 더욱 관심있게 보게 하는 원인이다. 핀 조명을 받고 위태롭게 포디움에 서 있는 차세음처럼, 이영애 역시 배우로서의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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