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휴대폰 없으니 미칠 것 같아"… 디지털 디톡스 하세요

지선우 기자 2023. 12. 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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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욕망의 북카페' 내부, 휴대폰 보관함. /사진= 욕망의 북카페 제공
"잠깐만 휴대폰을 쓸 수 있을까요? 급히 연락할 곳이 있어서요."

카페에 들어서자 한 손님과 직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직원은 "정책상 휴대폰은 나가실 때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디지털 디톡스 카페로 알려진 '욕망의 북카페'다.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은 음료 주문 후 휴대폰을 보관함에 넣어야 입장할 수 있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이나 다른 활동 등을 통해 피로한 심신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8월11일 프로듀서 코드쿤스트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했다. 그는 핸드폰을 10시간동안 금욕상자(일정 시간동안 열리지 않는 상자)에 넣고 생활했다. 방송 이후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기자는 디지털 디톡스를 체험하기 위해 '욕망의 북카페'를 찾았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독서대를 펴고 책을 읽고 있었다. 기자는 카페 측이 추천한 책을 골라 자리에 앉았다. 책을 펴고 30분 정도 지나자 무의식적으로 호주머니로 손이 갔다. 휴대폰이 없음을 깨닫고 다시 책을 읽었다. 3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카페를 이용하며 중간중간 이유없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찾는 자신을 발견하곤 놀라기도 했다.

휴대폰과 멀어진 상태로 책을 읽자 장시간 동안 한 곳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집중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사라져서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휴대폰을 없애는 것이 지속적인 디지털 디톡스 방안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머니S는 생활과 디지털 디톡스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디지털 디톡스 전문 작가와 전문의를 만났다.



디지털 중독자→ 디톡스 전문가… '뇌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고용석 작가는 현재 저서 활동과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강연을 진행하는 고용석 작가(왼쪽)와 고 작가 저서인 '디지털, 잠시 멈춤'. /사진= 고용석 작가 제공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은 매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스마트폰 사용이 가장 우선시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한 상태를 말한다. 지난 3월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은 23.6%이지만 청소년으로 국한하면 무려 40.1%로 나타났다.

디지털 디톡스 작가 겸 강사인 고용석 작가도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를 경험했다. 한때 디지털 중독자였던 그는 현재 디지털 중독자들을 위한 강의와 글을 쓰고 있다. 과거 미술강사로 8년간 일했던 고 작가는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우연한 계기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제주도 여행을 떠난 그는 풍경을 눈이 아닌 수백장의 사진에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 이에 그는 처음으로 스마트폰 사용에 제한을 두고 하루에 사진 3장만 찍어보기로 했다.

고 작가는 "처음으로 (스마트폰) 사용에 제한을 두려고 하니 완전히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겪은 기묘한 경험을 '스마트폰을 멈추자 뇌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는 제목으로 글을 써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후 그는 화장실, 식사, 지하철 등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멈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 작가는 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스마트폰이 아닌 수첩을, 머리가 아닌 기록장으로"


고 작가는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진은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검색 기록장'. /사진= 고용석 작가 제공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고 작가가 지적하는 스마트폰의 위험성은 '다중 작업'(multi-tasking)이다. 그는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기록하고 작업을 할 때 수많은 메시지와 알람이 온다"며 "그걸 잠깐 확인한다고 누른 게 유튜브 알람으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한 곳에 오래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다중 작업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고 작가는 다중 작업 방지를 위한 해결책으로 '검색 기록장'을 제시했다. 이 기록장은 검색하기 전에 혹은 어떤 작업을 하려고 할 때 미리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노트북을 왜 켰는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잊어버리곤 한다.

고 작가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1월까지 반도체공장에서 현장직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현장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수첩과 펜을 들고 다녔다. 그는 "우리 뇌는 따분한 것을 싫어한다"며 "본능적으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찾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건빵주머니에 수첩과 펜을 넣고 다니면서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이 아닌 수첩을 꺼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수첩을 쓰는 것이 습관화된 그는 지금은 스마트폰보다 수첩을 붙잡는 시간이 더 길다고 강조했다.

고 작가는 "따분한 것을 싫어하는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 집중할 대체재가 필요하다"며 "(작은 책·수첩 등) 자기에게 적당한 대체재를 찾으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조건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숏폼'에 중독되면 뇌에 문제가 생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국장 최정석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최근 가수 이찬원이 KBS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숏폼(short- form)을 보다가 오전 11시에 잠든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숏폼은 평균적으로 10~15초 사이의 영상을 의미하며 많은 정보를 요약해 제공한다.

새로운 동영상 트렌드로 급부상한 숏폼은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다음도 '숏폼' 콘텐츠를 모바일 앱 중심으로 전면 배치하는 등 숏폼은 현대인의 스마트폰 사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숏폼 중독이 뇌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독장애(디지털·니코틴·도박 등), 양극성 장애, 정신분열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자들과 만나는 최정석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숏폼은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내용 혹은 최대한 자극적인 내용을 담도록 편집되는 영상이다 보니 숏폼 동영상을 연달아서 보면 뇌는 그만큼 더 자극받는다"고 지적했다.

긴 영상과 숏폼을 동일한 시간동안 시청할 때 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최 교수는 "반복해서 보면 뇌는 무뎌지고 더 강한 자극을 봐야 뇌가 반응하는 패턴이어서 긴 영상 하나를 보는 것보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자주 보는 것이 뇌 건강에 더 좋지 않지 않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디톡스의 핵심은 뇌가 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활동의 균형을 잡아주는 생활습관이 중요하고 하루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뇌는 집중할 때 주로 활동하는 영역이 있고 쉬는 동안 활동하는 영역이 있는데 중간중간 멍 때리는 시간을 갖고 뇌가 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을 보면 자동 재생 혹은 연관 내용을 이어서 시청하도록 유도하는데 설정에서 자동재생 기능 등을 끄고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디지털 중독의 심각성 만큼이나 디지털 디톡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직장인 이모씨(26·여·서울 강서구)는 "1분에 한 번씩 휴대폰을 의미 없이 확인한다"며 "옛날에 쓰던 2G폰을 써야 멈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제어만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기기를 도구로써 잘 활용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다. 한 번에 극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 속 작은 부분부터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선우 기자 pond199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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