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한반도 전쟁 발생을 방지할 정치를 견인해야
[기고]
[미디어오늘 고승우 80년5월민주화투쟁언론인회 대표·언론사회학 박사]
한미와 북한은 서로 상대방을 핵으로 응징하겠다는 발언을 기회만 있으면 반복하며 핵무장, 핵 공격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공조,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밀착이 가속화되면서 전쟁위기 지수가 계속 치솟고 있다. 북한이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 하자 한미일이 20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펼쳤다. 한반도는 자칫 우발적 충돌로 큰 재앙적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험악했던 미중관계는 두 나라 국방장관 등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핫라인 등의 구축을 통한 소통,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한반도의 두 진영은 완벽한 불통의 상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경우에서 보듯 21세기 전쟁도 유엔 등 기존의 국제적 제어 장치가 무력해지고 각종 신무기의 실험장이 되면서 막대한 인명 피해 등을 포함한 반인륜적 전쟁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외언론에 의해 시시각각 전황이 보도되는 상황이라는 국민의 전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치권은 한반도 전쟁 방지와 평화 도입을 위한 국민적 불안감은 외면한 채 내년 총선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언론 또한 새로운 무기 개발이나 정부의 대북 군사대응 태세를 적극 전달하면서도 제 4부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 필요성에 대한 아젠다 제시는 외면하고 있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 하듯 집권세력, 국가이기주의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을 보인다. 전쟁 상황이 되면 국가가 최고통치자를 정점으로 총동원체제가 되면서 전쟁승리를 목표로 한 정치를 최우선하게 된다.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명백히 확인되고 있다. 전 세계의 양심세력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이 전쟁에 대해 유엔이 즉각 휴전을 결정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이 전쟁범죄와 흡사하다고 절규를 해도 미국의 입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지속이다. 가자지구의 병원 피해와 민간인 희생에서 확인되는 국제법과 인도주의 위반 등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의 대외정책 목표는 국가 이익 수호와 증진 한미동맹도 마찬가지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국방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미 국익 수호와 증진이다. 국제평화나 정의, 윤리는 그 다음이라는 것을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 5월 내린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 25)에 잘 명시되어 있고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https://fas.org/irp/offdocs/pdd25.htm).
-- 해외에 파병된 미군이 참여하는 평화를 위한 작전은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평화를 증진하는 목표를 추진하는 국가로서 행동할 때, 신중하게 기획되고 원만하게 수행되는 평화 작전이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유용한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이를 위해 이 지침은 평화작전에 동참하는 것이 미국에 선택적이고 유용하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
미국의 국방외교정책은 국가간 경쟁과 갈등이 일상화되어 있는 지구촌 상황에서 당연한 측면이 있다. 미국 정치는 국방외교를 수단으로 삼아 집권, 재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 이기주의에 민감한 미 국민의 눈치를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의 한반도 정책도 미국은 PDD 25에 입각해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미국이 1950년 한국전 발생 전후 내놓았던 한반도 정책도 미국의 이익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그 결과 미국이 갈 짓자 행보를 하기도 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를 두 차례 일방적으로 검토했다 백지화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1950년 동북아 방어선에서 한반도를 제외한 에치슨 선을 발표한 6개월 후 한국전이 시작되자 입장을 바꿔 '유엔사'라는 다국적군을 만들어 참전한 사례를 손꼽을 수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의 시스템에 대한 한미공조를 강화한다 해도 그것의 궁극적 목표는 역시 미 국익의 추구다.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북한을 미국의 세계핵전략에 포함시키면서 대북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는 결국 북한을 빌미로 한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미국의 동북아 군사적 전략을 고도화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국내 언론이 미국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한미관계도 한국의 국격에 맞는 식으로 유도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달성한다는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수, 진보 언론 모두 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주한미군사령과 3개의 사령관 모자 쓰고 한반도 관리
최근 서울에서 70년 만에 '유엔사' 참전국 17개국 국방장관회가 열리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유엔사는 1950년 한국 전쟁 발생 직후 발족한 뒤 국제법적 적법성 여부가 논란이 되다가 1975년 11월18일 유엔총회가 해체를 결의하고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1976년 1월1일부터 유엔사 해체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행되지 않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유엔사는 깃발만 유엔기를 사용할 뿐 유엔안보리에 군사행동에 대해 사전사후 보고할 의무가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성격으로 규정된 조직일 뿐이다. 유엔사가 향후 한국을 회원국으로 포함시킨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지역에 대한 군정실시 등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윤석열 정부가 외치는 통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한반도 분단 상태를 최상의 조건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오늘날 한미군사관계는 한국이 군사적 주권을 미국에게 넘겨준 불평등 관계로 그것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 한미연합사 사령관 등 3개 사령관 모자를 쓰고 있는 것에서 상징적으로 들어난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에 대비해 한국군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할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치외법권적 권리 누리고, 유엔사는 한국군 전시작전권 환수 이후와 정전상태에서의 전쟁에 대비하며. 연합사는 한국군 전시작전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지만 실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상정 가능한 미래의 군사상황에서 항상 미 국익을 챙길 장치를 해놓은 상태이다.
윤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 명령에 미군 사령관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 정부는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 도발 시 원점과 지휘부 타격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으나 한국군은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북에 대해 자체 판단으로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할 수 없고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군을 통해 가능한 구조이다. 한국군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이지만 어떤 면에서 종이호랑이라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고 국가 안보주권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군이 대북 군사행동을 하는데 필수적인 평시 및 전시 작전통제권의 경우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현재 후자를 갖고 있고, 대북 군사행동의 규모 등을 제약하는 정전협정은 유엔사가 관리하고 있다. 한국군 평시작전통제권은 지난 1994년 12월 미국으로부터 환수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100% 환수한 것이 아니고 '연합 위기관리' 등 전시작전권으로 직결되는 6개 영역은 환수 범위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사령관은 현행 정전체제에서 한국군의 평시작전권의 핵심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그 규정을 보면 △전쟁억제와 방어를 위한 위기관리 △조기경보를 위한 정보관리 △전시 작전계획 수립 △연합 교리 발전 △연합합동훈련과 연습 계획·실시 등이다(브레이크뉴스 2020년 08월08일).
윤 대통령이 '북한 도발 시, 원점 타격'하라고 국군에 지시한다 해도, 이는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의 작전통제권한 범위에 속하는 문제다. 한국 대통령이 헌법상의 군 통수권을 온전하게 행사하려면 정전시기 및 전시 작전 통제권을 모두 환수해야 가능하다. 만에 하나 한미연합사령관인 유엔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언급하는 식의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 가능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하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정치라 하겠다.
국가 간 동맹,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부상조, 상호 윈윈 이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세계 평화와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 만약 부적절한 동맹논리나 역사적 관계가 부각될 경우 가짜뉴스로 그 폐해가 심각할 우려가 크다. 자칫 국민적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국제적인 손가락질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극찬 눈높이 - “BTS도 미국 덕분”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에 대한 눈높이는 김의환 뉴욕총영사가 지난 11월20일 미국 뉴저지 노우드공립학교에서 한미동맹 중요성에 대해 강연하면서 “미국이 한국을 살렸고, 그 덕분에 BTS도 블랙핑크도 삼성도 있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한 것에서 확인된다(매일경제 2023년 11월21일).
총영사는 외교와 국제 정치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다른 국가의 대표이자 정부 간 대외 관계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김 총영사가 한미동맹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한 것은 역사적 사실관계와 부합해야 하고 그것이 한미관계가 궁극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그런데 BTS도, 블랙핑크도 삼성의 성공도 모두 미국 덕분이라고 치켜세우는 것은 과공은 비례라는 옛 말을 생각나게 한다.
김 총영사의 한미동맹 과찬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이후 과거 대통령들과 큰 차이가 날 정도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의미부여를 강하게 하는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외교적 수사에서 과장이나 아전인수격 의미부여가 없을 수 없지만 그것이 지나칠 경우 역기능이 커진다는 점을 걱정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미 국민보다 한 국민을 당연히 챙겨 최상의 정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는 한반도 전쟁 발생을 방지할 정치적 관리와 함께 모든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외세와의 동맹을 앞세우거나 군사력 강화만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평화가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국가이기주의가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실상을 이해하고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 국가 국민의 자존심을 리면서 평화통일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동시에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대통령 등이 왜 남북간 협상, 합의를 중시했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노력은 역사 속의,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한미동맹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 당국자가 그에 대해 가짜뉴스라는 논란을 유발할 메지지를 유포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평화는 물론 전쟁 발생이전과 이후에 대한 면밀한 상황 관리 태세를 국민이 만족할 수준에서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에 대해 언론이 제 4부의 입장에서 적극 노력할 경우 그것을 확실하게 견인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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