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우리은행 ‘알뜰폰’ 저울질…첫삽 전부터 ‘가시밭길’ 예고

김성훈 기자 2023. 12. 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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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 알뜰폰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자장사 비판 속에 새로운 먹거리도 발굴하고 비이자이익도 늘려보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첫 삽을 뜨기도 전에 가시밭길이 예상되는데요.

무엇보다 통신유통업계 반발이 거세고, '금산분리'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이 내용은 금융부 김성훈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리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 논의가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기자] 

현재 우리은행 측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알뜰폰의 사업성을 살피고 있습니다. 

사업에 나설지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앞서 국민은행이 먼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이후 관심을 가져왔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알뜰폰 시장을 노크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우선 예대마진에 기댄 이자이익 비중을 줄이고,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됩니다. 

우리은행의 실적을 살펴보면요. 

올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5조 6천여 억 원에 달했지만, 비이자이익은 5천500여 억 원에 그쳤습니다. 

9대 1의 비중으로 수익구조가 이자이익에 쏠려 있는 겁니다. 

알뜰폰 사업은 이자장사 비판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직접적인 수익성 이외에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요? 

[기자] 

먼저 알뜰폰 고객을 은행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는데요.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은행의 계좌가 있어야 합니다. 

또 은행 계좌를 통해 통신료를 납부하면, 혜택을 주는 등 알뜰폰 고객이 은행의 서비스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각종 이벤트 참여 때는 은행의 상품 서비스 안내 등 마케팅에 동의하도록 조건을 두고 있는데요. 

은행과의 접점을 높여 고객을 묶어 두는 이른바 '락인 효과'를 기대한 걸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통신료 납부 내역 등을 대출 신용 평가에 활용하는 등 비금융 데이터를 금융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하지만 시장에 진출도 하기 전에 거센 반발에 직면했죠? 

[기자] 

휴대전화 판매·대리점들이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가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우리은행을 거론하면서, 시장 진출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데요. 

우후죽순처럼 은행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은행들이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이른바 소상공인의 골목상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직접 얘기를 들어보시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 : 여기는 소상공인들이잖아요. (은행이) 할인 판매하고 경품 쓰고 이러면 시장은 다 망한다, 우리은행이 들어오고, 큰 은행권은 거의 다 들어올 거예요. 생태계도 무너뜨리는 이런 것들은 좀 아닌 것 아니냐….] 

[앵커] 

먼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국민은행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리브엠'의 실적을 살펴보면요. 

2019년 4월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일단 은행 브랜드를 앞세워 빠르게 가입자 수를 늘려왔습니다. 

첫해 5천 명에 그쳤던 가입자는 지난해 38만 명 수준까지 뛰었고요.

올해 초 40만 명을 돌파해 50만 명을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투자 단계라고 할 수 있어 사업성 측면에선 아직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2020년 139억 원, 2021년에는 184억 원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신유통협회는 공격적인 요금제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출혈 경쟁의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초기에 관련 시스템 신규 구축 비용과 운영 인력비 등이 만만치 않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이 때문에 농협은행이나 기업은행 등은 기존 알뜰폰 업체와 제휴를 맺고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한 상황입니다. 

이런 점도 우리은행에게는 부담요인이 될 전망입니다. 

[앵커] 

은행 금융자본의 산업 진출, 이 부분도 아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죠? 

[기자]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발도 여전한데요. 

들어보시죠. 

[권오인 / 경실련 경제정책국장 : 자본만 들고 들어오는 은행 이쪽은 금융상품으로 연계시키려는 단지 그 목적으로 들어온다고 보이고 금산분리 문제도 걸려있고, 전혀 알뜰폰 시장 발전과 상관이 없어요. 중소사업자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게 필요한 거죠.] 

현재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의 부수업무 신고에 맞춰서 관련 법령 등을 정비할 방침인데요. 

은행으로부터 건전성 훼손 방지와 과당경쟁 방지 노력 등 운영상황을 매년 보고 받아 관리한다는 계획입니다. 

금산분리 등 각종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취지입니다. 

이 때문에 1년 6개월의 시간을 부여받은 국민은행도 부수업무 신고를 신중히 준비 중입니다. 

은행과 통신은 특히 윤 대통령이 콕 찍어서 독과점 등 이권 카르텔 문제를 지적한 분야이기도 한데요. 

우리은행 역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깐깐한 잣대를 맞추기 위한 과제들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앵커] 

김성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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