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팔달] 고래를 삼킨 닭…하림, 승자의 저주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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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림그룹이 세계 8위 해운사인 HMM을 품게 되면서 '고래를 삼킨 닭'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아직은 우선협상대상자입니다.
최종 주인으로 낙점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아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합니다.
더 이상 닭고기만 파는 회사가 아니에요?
[기자]
본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면 하림은 재계 27위에서 13위로 단번에 뛰어오르게 됩니다.
하림 주가는 우협대상자로 선정된 다음날부터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에선 기대감이 한층 고조된 상황입니다.
다만,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채권단은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마친다는 계획인데요.
그때까지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앵커]
인수 성패를 가를 쟁점들,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우선 해운업 자체의 침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운업체들은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리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선박 공급 확대에 따른 운임 하락 등으로 휘청이고 있는데요.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15일 기준 1093.52입니다.
통상 1TEU당 1천 달러가 해운업계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데, 올해 내내 이 손익분기점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이고요.
HMM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문제는 내년에도 업황이 개선되긴 힘들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석병훈 /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내년은 올해보다 주요국들이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될 영향으로 소비수요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이 되거든요. 무역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HMM 매출에 타격을 줄 요인이 되거든요.]
[앵커]
업황부진에도 하림이 인수하려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기자]
하림은 이미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컨테이너선사인 HMM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SBS Biz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해운 강국의 포부를 밝혔는데요.
들어보시죠.
[김홍국 / 하림그룹 회장 : (팬오션과) 시너지를 내 가지고 전 세계에 5위 이내의 해운 그룹을 만들어서 글로벌 경쟁력, 우리나라의 해운의 글로벌 경쟁력을 이제 만들어내는, 키워내는 이런 꿈이 있어요.]
또, 수출이 주력인 우리나라 특성상 해운업황의 등락은 있더라도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인 점도 인수 의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하림이 과연 6조넘는 HMM을 감당할 수 있겠냐,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아요?
[기자]
하림이 써낸 인수가는 6조 4천200억인데요.
하림의 현금성 자산 1조 6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하림은 자기자본과 인수금융 등 외부 차입을 통해 약 6조 5천억 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인데요.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3조 원의 인수금융을 연 7~8%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이자 비용만 1년에 2천400억 원에 달합니다.
[황용석 /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인수가도 높게 책정되어 있는 부분도 있고, 업황도 안 좋고, 하림의 자금 동원력 부분에 대한 의심의 여지도 많이 있고…. (이번 인수전이) '좀 많이 어렵다, 좀 회의적이다'라는 시각이 있는 것이 어디 하나 좋은 부분이 없다고 봅니다.]
또, 하림은 앞서 1조 6천800억 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전환을 3년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철회했는데요.
본 계약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하림은 자금 조달에 자신 있다는 입장이죠?
[기자]
하림 측은 순조롭게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배당금을 더 받기 위해 매각 측이 보유한 영구채의 주식 전환 유예를 요구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김홍국 회장은 오히려 배당금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홍국 / 하림그룹 회장 : 시비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해명을) 안 한 것뿐이지 저희는 배당은 대폭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황일 때 배당하던 것보다 대폭 줄이지 않으면 불황 때 회사가 약해져서 안 돼요. 그건 기본입니다, 기본.]
김 회장은 영구채 전환 유예를 요구한 가장 큰 이유는 주식이 대량 풀려 가격이 폭락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하림이 양재동에 대규모 물류단지도 추진 중인데, 이거 판다는 얘기도 계속 나오거든요?
[기자]
총사업비만 6조 4천억 원으로, 국내 최대 주상복합 물류단지 사업입니다.
예고되어 있는 지출이 양쪽으로 너무 크다 보니 HMM을 선택하고 물류부지는 버리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낭설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홍국 / 하림그룹 회장 : 어떤 사람은 (양재 물류단지를) 팔라고 오기도 하고, 그것(매각 가능성)은 1%도 없는 얘기인데 완전 사실무근이죠, 완전.]
서울시는 오는 26일 물류단지계획 통합심의위원회를 여는 등 인허가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는데요.
심의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올 예정입니다.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한 하림이, 재계 13위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할지 주목됩니다.
[앵커]
정보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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