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기준 50억으로 '완화'…'용산發 총선용' 비판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방향이 뒤늦게 가닥이 잡힌 배경엔 대통령실의 강한 의지가 깔려있다. '대선 공약 이행'을 내건 대통령실 주문에 과거 야당과 약속을 이유로 머뭇거리던 정부가 결국 호응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이던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자 정부는 바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연말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유례없는 '세수 펑크' 상황에서 또 다른 감세 조치를 내놓은 것이어서 정부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1일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중 종목당 보유금액을 현행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 조정되는 대주주 기준은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로 매년 되풀이되는 연말 대주주발(發) 매물 폭탄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금철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금융시장은 자본 이동성이 강해서 어느 부분에 과세가 강화되면 수익률이 높은 다른 쪽으로 국내 자산간 이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자본이동이) 국가 간에도 있을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경제정책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기준 완화로 인한 세수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장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사람은 7045명이다. 전체 주식투자 인구 약 1400만명의 0.05% 규모로 이들이 낸 양도세는 약 2조1000억원이다.
다만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구간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아 정확한 세수감 규모는 추정이 곤란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배병관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50억원 기준으로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종목당 기준, 지분율 기준이라든지 그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세금을 많이 내고 있어서 세수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박 정책관도 "세수 차원에서 마이너스(-)가 될 순 있지만 올해 발표한 재추계치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결정을 두고 야당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같은 해 12월 여야 합의로 정부여당이 원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2025년까지)'를 얻어내면서 대주주 기준을 종전(10억원)대로 유지하기로 야당과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금까지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와 관련해 '검토한 바 없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 중이다' 등 선을 그어왔지만 결국 야당과 협의 없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를 단독 결정한 것이다. 대주주 기준 완화를 '부자 감세'로 규정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이유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을 이유로 기준 완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부도 결국 결단을 내리게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인 지난해 1월 페이스북에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한 줄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정책을 두고 용산발 '총선용 정책'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정부가 행정절차법 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으로 규정된 입법예고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과세 대상 기준 회피를 위한 연말 주식매도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예고 기간 예외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피하려면 12월 마지막 거래일의 2거래일 전까지 주식을 팔아야 한다. 올해의 경우 늦어도 26일까지 주식을 팔고 2영업일 뒤인 28일 실제 결제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26일이 주식 매도를 위한 마지노선이다. 시행령 개정 마지노선인 26일 국무회의 통과를 위해선 입법예고, 관계부처 협의 등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정부로선 하루라도 빨리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를 해야했던 셈이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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