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 수원FC 단장 "빅버드 공동 사용, 이미 추진됐어야...수원 팬들도 좋게 봐주셨으면"

고성환 2023. 12. 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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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지난 2021년 7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은 수원 삼성과 수원FC.
[사진] 수원월드컵경기장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OSEN=수원, 김성락 기자]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수원 삼성와 강원FC 경기가 열렸다. 경기 시작에 앞서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OSEN=고성환 기자] 수원FC와 수원 삼성이 '한 지붕 두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수원FC가 다음 시즌부터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순호(61) 수원FC 단장은 21일 OSEN과 통화에서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좋은 경기장인 만큼 두 팀이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라며 "구단 내에서도 이미 직원들과 몇 차례 논의를 나눴다. 모두가 동의했다. 다만 그동안  추진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으니 절차와 과정을 잘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라고 전했다.

사실 수원FC의 빅버드 공동 사용은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수원FC는 김호곤 전 단장 시절부터 축구전용구장인 빅버드를 함께 활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난 1월에도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호곤 전 단장은 시민들이 수원종합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해 항의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대안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 사용을 주장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역시 "팬서비스를 위해서는 또 하나 갖고 있는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며 "도지사, 수원 삼성과 잘 상의해서 중요한 경기에만 사용하거나 혹은 아예 전용구장으로 사용하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실이 되진 못했다. 양 팀 팬들의 반발이 거셌고, 수원 삼성 측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제반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도 컸다. 결국 수원FC는 별다른 변화 없이 2023시즌에도 수원종합운동장(캐슬 파크)을 홈으로 사용했다.

[OSEN=수원, 박준형 기자] 9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23 2차전 수원FC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진행됐다.후반 수원FC 최순호 단장이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12.09 / soul1014@osen.co.kr

그러던 중 최순호 단장이 다시 한번 화두를 던진 것. 그는 "우리나라 현실이나 축구 분위기를 보면 경기장 공동 사용을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야구만 봐도 잠실구장을 두산과 LG가 나누어 쓰고 있다. 또 K3나 K4에서는 한 운동장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수원체육관도 남자배구 한국전력과 여자배구 현대건설이 함께 쓴다. 외국에는 관련 사례가 더 많다"라고 말했다.

최순호 단장은 진작에 논의됐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 내가 추진하려고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관리단체나 우리를 관장하는 여러 곳에서 추진했어야 한다.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경기장을 수원 시민들과 축구팬, 선수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순호 단장은 "사실 내가 얘기하기 전에 다른 곳에서 먼저 추진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절차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수원FC 단장으로서 내가 한번 시도해 보자는 생각으로 절차를 밟아 나가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인터 밀란과 AC 밀란이 함께 사용하는 쥐세페 메아차(산 시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은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최순호 단장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인터 밀란과 AC 밀란이 함께 쓰는 쥐세페 메아차(혹은 산시로)를 비롯해 두 팀이 공동 사용하는 35개 구장을 조사했다.

최순호 단장은 "세계적으로 35개 사례를 찾아봤다. 축구, 농구, 야구, 배구, NFL(미식축구) 등 사례가 굉장히 많다. 내가 조사한 자료에서는 35개 운동장 및 체육관을 70개 팀이 쓰고 있다. 축구로 얘기하면 대표적인 게 산시로다. 또 AS 로마도 있다. 가까운 일본에도 도쿄에서 두 팀이 쓰고 있다. 예시는 아주 많다"라고 강조했다.

두 팀이 한 경기장을 사용한다면 비워두는 날이 줄어드는 만큼, 효율성이 올라가는 게 사실이다. 최순호 단장은 "함께 사용하는 게 당연히 효율적이다. 이탈리아는 한 팀이 홈에서만 30경기 이상을 치른다. 그런데 우리는 20경기에 불과하다. 전혀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OSEN=조은정 기자]2일 서울 장충동 앰버서더 호텔에서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다.선수 부문 1세대에 헌핵된 최순호 수원FC 단장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3.05.02 /cej@osen.co.kr

하지만 팬들 사이에선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구단 정체성과 잔디 관리 문제가 주요인이다. 수원FC는 지난 2021년 후반기 경기장 잔디 보수 공사로 수원종합운동장 사용이 어려워지자, 빅버드를 함께 쓴 경험도 있다. 당시엔 잔디 문제로 황당한 골이 나오는 등 관리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최순호 단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정체성 문제를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정체성이 확실한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도 8만 명 가까이 들어가는 큰 운동장을 공동으로 쓰고 있다. 그런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노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순호 단장은 "물론 번거로울 순 있다. 홈팀 분위기를 내려면 AD 보드나 광고판을 바꿔야 하긴 한다. 하지만 잠실야구장만 보더라도 용역회사를 이용해서 잘 진행하고 있다. 그런 점이 문제가 됐다면 이미 잠실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잔디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최순호 단장은 "우리는 두 팀이 써도 1년에 총 40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그보다 1.5배에서 2배나 되는 경기를 치르고 있다. 우리가 더 잔디 관리가 쉬울 것"이라며 2021년 후반기는 그 당시 관리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다만 수원FC의 빅버드 공동 사용이 현실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수원 삼성과 협의 및 교감이 필요하다. 최순호 단장은 "재단 측에 몇 차례 내 의사를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아직 논의 단계"라며 "이제 화두가 됐다. 지금부터 꾸준히 순서대로 수원 삼성 등 관련자들을 만나 의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순호 단장의 의지는 강했다. 그는 "수원 삼성과 수원 삼성 팬들께서 정말 좋게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 마음을 열고 좋은 구장인 월드컵경기장을 함께 쓴다면 수원 시민과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 발전과 K리그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또한 최순호 단장은 "수원 삼성은 프로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다. 오래된 팀이고 성과도 많다. 수원FC는 아마추어로 시작해서 프로로 전환한 지 이제 10년 됐다. 발버둥 치는 팀이다. 그러면 오히려 수원 삼성 구단이나 팬들께서 앞으로 이 좋은 운동장을 가지고 원정팀을 포함한 모든 K리그 선수들과 팬들이 편리하게 좋은 운동장을 공유하고 좋은 경기력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수원 축구가 발전하고, 프로 축구가 발전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그런 부탁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김은중 감독과 만난 최순호 수원FC 단장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순호 단장은 자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계획이다. 그는 "(공동 사용은) 경기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모든 월드컵경기장이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가장 꺼리는 분들을 빨리 만나서 호소드리고 싶다"라고 의지를 전했다.

이어 최순호 단장은 "차분하게 해 나가려고 한다. 선수, 감독, 이제는 행정인이 된 축구인으로서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사실 이 문제는 경기도나 수원시하고 관계도 없다. 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 재단이 우리와 논의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순호 단장은 수원FC 팬들에게도 지지를 부탁했다. 그는 "팬분들과 홈경기 개선과 관련해 여러 번 얘기했다. 취임식에서도 클럽하우스와 훈련장, 경기장 개선이 당면 과제이니 내가 초석을 놓겠다고 강조했다"라며 "팬분들의 반발도 이해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다. 수원 시민과 전국에서 오는 원정팬 등 더 많은 팬들이 있다. 그분들도 편리해야 한다. 그런데 수원종합운동장은 굉장히 불편하다. 선수들 경기력에도 방해가 된다. 대세는 축구전용구장이지 않느냐"라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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