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 아파트에 '목동' 자제"…영어 펫네임 대신 '한글' 이름으로

이소은 기자 2023. 12. 2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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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다.

길고 복잡한 외래어로 조합된 서울 아파트 이름이 한국어 중심으로 짧게 바뀐다.

서울시는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강당에서 '공동주택 명칭 개선안 3차' 토론회를 개최하고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아파트 이름'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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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아파트 이름' 가이드라인 공개
김장수 서울시 공동주택 과장이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소은 기자

서울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브랜드명 '디에이치'와 '아이파크' 사이에 '퍼스티어'라는 합성어를 넣었다. 퍼스티어는 첫번째라는 뜻의 '퍼스트'와 단계를 뜻하는 '티어'를 결합한 단지다.

길고 복잡한 외래어로 조합된 서울 아파트 이름이 한국어 중심으로 짧게 바뀐다. 집값을 고려해 옆동네 이름을 단지명에 넣는 '꼼수'도 사라진다. 서울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명칭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 각 자치구와 건설사에 배포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강당에서 '공동주택 명칭 개선안 3차' 토론회를 개최하고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아파트 이름'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 단지명은 지역명+건설사명+브랜드명+펫네임 등 네가지 요소로 지어지고 있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의 경우, 2개 건설사 브랜드명에 펫네임(애칭)을 조합한 형태다.

시는 앞서 시민 설문조사와 1·2차 토론회 등을 통해 아파트 단지명에 너무 많은 외래어가 사용된다는 점과 단지명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 지역과 다른 이름을 써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먼저 아파트 이름에 외래어를 경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뜻을 알기 힘든 외래어들이 나열돼 의미와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며 한글을 사용하기를 권장했다. 또 집값을 높이기 위해 인근의 다른 지명을 붙이는 것은 시장은 물론 시민들의 인식에도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법정동, 행정동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아파트가 속한 지역의 유래와 옛 지명을 활용하는 등의 대안도 제시했다.

공동주택 명칭 변경 개선안 3차 토론회 패널들이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소은 기자

아파트 이름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인 펫네임의 무분별한 사용은 자제하기를 요청했다. 이를 통해 글자수도 최대 10자 내외를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아파트 이름 평균 글자수는 1990년대 4.2자에서 2000년대 6.1자, 2019년 9.84자로 길어지는 추세다. 국내에서 가장 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는 무려 25자에 달한다.

이날 진행된 토론회에는 학계·전문가는 물론, 재개발 조합장, 대형건설사 책임자 등이 참석해 이번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조합, 건설사 등 시장 참여자 대부분은 공동주택 명칭 개선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털어놨다.

김경준 용답동구역 재개발(청계리버뷰자이) 조합장은 "지역명과 관련해서는 융통성 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행정동으로 국한하면 '청계리버뷰자이'가 아닌 '용답리버뷰자이'가 되는데 인식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신민규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장은 "한 조합장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서울시가 참 잘하고 있다고 얘기하면서도 실제 그 단지에 한글 단지명을 사용해보자고 하니 '곤란하다'고 하더라"며 "이번에 자제, 준수,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을 보니 서울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간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이후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9곳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주택 명칭 개선 동참 선언식도 진행됐다.

김장수 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장은 "앞으로 이 개선안에 따르지 못하는 업체들이 오히려 시대에 뒤처지는 취급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 시민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아름다운 이름 아파트' 상을 제정해 시상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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