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봉중근 "잠적 아닙니다, 연봉 7만달러 美 야구 코치된 이유는…"(인터뷰)

백지은 2023. 12. 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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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야구 선수 출신 봉중근이 꽃길 2막을 예고했다.

봉중근은 가장 드라마틱한 야구 인생을 걸어왔던 선수 중 하나다. 1997년 신일고 시절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 신시내티 레즈를 거쳐 200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애초 타자로 시작했다 투수로 전향했음에도 빠르게 단계를 오르며 한국인 선수로는 6번째로 '꿈의 무대'인 빅리그 마운드를 밟은 것. 이후 한국 복귀를 택한 봉중근은 2007년 1차 지명을 통해 LG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봉중근은 LG의 수호천사로 활약하는 한편, 국가대표로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 인천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야구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장식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상깊은 경기는 역시 2009년 있었던 WBC 한일전. 1라운드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출전한 그는 일본을 상대로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주며 '의사 봉중근'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특히 2라운드 경기에서는 두 차례에 걸친 견제구 동작 만으로 이치로를 슬라이딩하게 만들며 '봉의사 신드롬'을 불러왔다.

이후로도 봉중근은 LG의 살림꾼으로 활약했으나 부상 여파로 2018년 은퇴했다. 그리고 2019년부터는 해설위원으로 변신함과 동시에 채널A '슈퍼DNA 피는 못 속여', MBN '백 투 더 그라운드', MBC '안 싸우면 다행'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스포테이너로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2022년 말부터는 활동이 전무했던 터라 팬들은 '잠적설'까지 제기할 정도로 큰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런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봉중근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특유의 활기찬 목소리가 수화기 건너에서 들려왔다.

봉중근은 미국 플로리다 브레든턴에 있는 스포츠 기숙학교 IMG 아카데미에서 투수코치로 재직 중이다. IMG 아카데미는 최고의 스포츠 명문 학교로 알려져 있다. 이 곳에서 봉중근은 최고학년 코치를 맡고 있고, 그의 아들 봉재민 군도 야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작년 11월쯤 아내와 아들과 셋이 왔어요. 사실 예전부터 지도자의 길을 생각하고 있었고 아들의 미국 유학도 계획했었는데, IMG 아카데미에서 코치 제안이 왔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고 했죠.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는 미국에서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적응이 괜찮았어요. 아내와 아들은 처음엔 좀 힘들어하긴 했었는데, 아들이 확실히 어린 나이라 그런지 영어도 빨리 배우고 친구들도 많아졌더라고요.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역시 피는 못 속인다. 봉재민 군은 벌써 아빠 못지 않은 야구 실력을 뽐내고 있다고. IMG 아카데미에서는 한국 나이로 중학교 1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선수로 뛰고 있는데, 봉재민 군은 초등학교 5학년임에도 벌써 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아들은 팀의 막내고 저는 제일 고학년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잘 만나지는 못해요. 그래도 그 팀 코치들한테 물어보면 아들이 체격조건이 좋아서 충분히 같이 할 수 있고, 2~3학년 위 선수들과 비슷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잘 배우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이종범 선수처럼 되는 게 꿈이에요."

현재 봉중근의 연봉은 7만 달러(약 9122만원). 미국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능력을 인정받아 좋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사실 마지막 FA 때의 연봉이 7억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듯 하다. 그래도 그가 덤덤하게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바로 오랜 기간 꿈꿔왔던 '감독'의 꿈을 위해서다.

"선수 시절부터 프로구단 감독은 한번 하고 끝내야 겠다는 큰 목표가 있었어요. 그 목표 때문에 지금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저의 백그라운드에는 큰 관심이 없어요. 그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그래도 학부모님들 계실 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소개될 때면 뿌듯하긴 해요."

봉중근의 지도 스타일은 '평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힘으로 누르기보다는 서로 의지하고 즐겁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국 코치들과도 교류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최고참이었던 선수들이 프로로 오면 완전 막내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되니까 적응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많이 위축되고 본인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2~3년 정도를 허비하는 선수들도 많고요. 이 친구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기 안죽고 본인 실력을 프로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코치들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저도 미국 방식과 스타일 등을 공유하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고요. 코치가 아닌 믿을 수 있는 형이 될 수 있는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해야 할지도 공부하고 있어요. '내가 메이저리그 출신이니 이렇게 해'라고 하기 보다는 형 느낌으로 하다 보니 오히려 선수들도 좋아하고 분위기도 좋아지더라고요. 한국에 갔을 때도 이렇게 하면 분위기가 좋아지겠다 싶어요."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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