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하는 눈, 속아 넘어가는 당신
언어의 유희처럼 그림에도 비슷한 놀이가 있다. 비슷한 발음으로 의미를 비트는 것처럼 유사한 형태로 피사체를 헷갈리게 만드는 놀이다. 착시현상을 이용한다. 이것이 미적인 체험이 되면 예술이 된다. 이를 옵아트(Optical Art)라고 한다.
옵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헝가리 예술가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 1906-1997)의 회고전이 내년 4월 2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한국 헝가리 수교 33주년을 기념한 <빅토르 바자렐리: 반응하는 눈> 전시는 헝가리 국립 부다페스트 뮤지엄과 바자렐리 뮤지엄이 소장한 200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빅토르 바자렐리는 화가이자 사진작가이며 조각가이고 디자이너인, 한마디로 시각 예술가인 라즐로 모홀리 나기의 실험적인 작품에 감명받았다. 추상 화가인 몬드리안, 칸딘스키, 말레비치도 마찬가지. 회화를 구성하는 선과 면 등 기하학적인 요소와 색깔에 집중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순수한 형태와 색으로만 세계를 완전히 표현할 수 있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색으로만 세계를 표현한다는 바자렐리의 말은 사실 거꾸로 된 문장이다. 인간의 눈이 먼저 기하학적인 형태와 색으로 세계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가령, 흑과 백의 줄무늬 티셔츠를 보며 우리는 얼룩말을 떠올리며, 누런 바탕의 검은 점이 박힌 망토는 표범을 생각한다. 실재하는 생명체나 사물이 아니더라도 기하학적인 패턴과 색깔은 신비로운 공간 감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세 가지 색상과 사각기둥의 형태를 반복 교차시킨 작품 ‘펠다-B’(1977)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도형이 실재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2차원의 평면에서 3D의 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바자렐리의 그림은 어렵지 않다. 추상미술과 같은 예술사조를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글머리에 썼듯이 착시현상을 이용한 놀이 같은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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