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에어팟 2만개 밀수한 간 큰 판매업자는 20대 베트남인

중국산 위조품 3000원에 직구 
일련번호, 인증 번호 등 위조
3만5000원에 판매해 11배 이득

위조된 에어팟 모습. 관세청 부산세관 제공

해외직구를 가장해 위조된 에어팟(애플 무선 이어폰) 2만여 개를 들여온 밀수업자들이 세관에 붙잡혔다. 이들의 밀수입 금액은 40억 원에 육박했다.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21일 베트남 국적 20대 A씨와 50대 택배기사 B씨를 관세법·상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3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에어팟 위조품 등 물품 2만여 개를 밀수해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수법은 치밀했다. A씨는 중국계 인터넷 쇼핑몰에서 위조 에어팟을 3,000원에 직구했다. 직접 사용할 물건인 것처럼 위장해 밀수입한 것이다. 배송지는 B씨 주거지로 지정했고, B씨는 이 물품들을 A씨가 경남 창원 주택가에 마련한 창고에 옮겨 보관했다. A씨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물품을 판매했는데, 배송은 B씨가 전담했다.

주택가에 마련된 비밀창고에 위조된 에어팟 등이 보관돼 있다. 관세청 부산세관 제공

세관 감시를 피하고자 26명의 명의도 도용했다. 해외직구를 위해서는 개인통관 고유부호가 필요한데, 2만 점을 구입할 경우 세관의 의심을 살 것이라 판단, 다른 이들의 통관 고유번호를 이용한 것이다. 대부분은 A씨 지인인 외국인의 통관 고유번호였으나, 택배기사 B씨의 가족과 친인척, 동료 택배기사의 명의도 있었다. 이후 A씨는 모델번호와 제조회사의 국내 연락처, AS에 필요한 제품 일련번호, 전파법에 따른 인증번호 등을 진품과 동일하게 위조했다.

이들이 위조 에어팟 판매에 이용한 SNS 계정. 관세청 부산세관 제공

이렇게 위조된 에어팟은 진품 가격보다 70%가량 싼 3만5,000원에 판매됐다. 3,000원에 위조품을 구입해 11배가 넘는 부당이익을 챙긴 것이다.

노경환 부산세관 조사총괄과장은 “해외직구를 가장해 위조 상품을 밀수하고 타인 명의를 도용하는 불법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해 나갈 것”이라며 “자신의 개인통관 고유부호가 도용된 사실이 확인되거나 의심되면 관세청 누리집으로 신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