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은 가둬 놓고 보여주는 곳?…"생태보전·동물보호 앞장서는 곳"

구무서 기자 2023. 12.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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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허가제 시행, 에버랜드 동물원 방문
판다·큰고니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번식해
연간 3만명 동물·생태교육…수익 일부 기부
"동물을 보면서 보전에 대해 생각토록 노력"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지난 20일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한 사육사가 호랑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23.12.20. nowest@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친구들, 길을 걷다가 한국 호랑이를 만난 적 있나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호랑이를 만날 수 없어요. 그들이 사는 산과 나무가 파괴됐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 다시 만날 수도 있답니다."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20일 오후, 에버랜드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호랑이 사육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전시 중인 호랑이에 대한 설명 외에도 생활 특성, 서식 환경, 개체 보호를 위한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에버랜드 동물원에는 현재 119종, 1340마리의 동물이 있다. 이중 약 60%가 멸종위기종이다.

전시된 동물을 관람하는 곳이라는 인식과 달리 동물원에서는 개체 보전과 생태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에버랜드 동물원의 미션은 '야생 동물을 보전·증식하고 그 생태·습성을 조사·연구함으로써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며 국민에게 전시·교육을 통해 야생 동물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 생명 존중 가치를 구현하고 인관과 동물이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이다.

이 같은 활동 중 하나가 '푸바오'로 많이 알려진 자이언트 판다 번식이다. 지난 2020년 7월 국내 최초로 푸바오 번식에 성공했고 지난 7월에는 푸바오의 동생인 쌍둥이 판다가 태어났다.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판다를 오래 보려면 이런(번식) 일들을 해야 하는데, 판다 보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런 걸 통해 사람들에게 판다와 환경에 대해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이 지난 20일 에버랜드 동물원 교육실에서 동물원 현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2023.12.20. nowest@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1월에는 멸종위기종 보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큰고니 자연 방사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에버랜드에서는 자연에서 부상을 입은 큰고니를 보호하고 있었는데, 지난 6월 번식에 성공해 부산 대체 서식지로 방사했다.

야생동물의 번식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번식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동물원에서 하고 있다.

정 동물원장은 "자이언트 판다의 경우 호르몬 분석을 통해서 2~3월에 확률이 높다는 걸 발견하고 이 시기에 집중 지원을 했고, 코뿔소의 경우 교미를 하는 신체 부위가 물 속에 있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야 짝짓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걸 파악해 원활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원래 서식지가 아닌 곳에서 동물들이 살아가도록 하는 곳을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라고 한다. 에버랜드는 2003년에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 받았고 그에 앞서 2002년에는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 2019년에는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정회원으로 가입해 동물 서식지 환경을 국제적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연간 약 600만 명이 찾는다. 방문객들은 소풍, 데이트, 여행 목적으로 동물원을 찾지만 동물원에서는 방문객을 단순한 손님으로만 치부하진 않는다.

정 동물원장은 "동물을 보면서 지금 이 동물들이 어떤 상황이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버랜드에서는 올 한해만 동물사랑단 멤버쉽 프로그램, 가족단위 고객 대상 동물아카데미, 학생단체 대상 환경생태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또 에버랜드 동물원 입장권 등 수익 중 일부를 '한국범보전기금'에 기부하는 등 동물 보호를 위한 재정적 지원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이처럼 동물원이 동물 보호와 개체 보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부는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4일부터 시행한 '동물원수족관법'이 있다. 기존 동물원은 등록제였는데 앞으로 허가제로 바뀌고 동물 서식 환경 기준이 강화됐으며 동물의 건강 상태를 매일 확인하도록 했다.

현재 에버랜드에는 5명의 수의사와 70여명의 사육사가 매일 동물들의 건강을 확인하고 있다.

정 동물원장은 "기존에도 법 기준에 맞게 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빨리 허가 신청을 하겠다"며 "자체적으로는 오래된 시설 등을 바꾸고 우리 스스로의 역량도 키우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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