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이냐, 이무기냐"… 내년은 경제 도약·저성장 `갈림길`
49% '상저하고'·27% '상저하저'
중장기 미래좌우할 중요한 시기
국내리스크 가계부채·부동산 꼽아
대한상의, 2024년 경제 키워드·기업환경 전문가 전망
국내 경제·경영 전문가 90명이 내다본 2024년 한국경제와 우리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내년 우리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해내거나, 중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내다봤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4년 경제키워드와 기업환경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기로', '용문점액', '살얼음판', '변곡점' 등을 꼽았다.
용문점액은 중국 황하에 있는 험한 협곡 '용문'을 물고기가 급류를 힘차게 타고 넘으면 용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지만, 넘지 못하면 문턱에 머리를 부딪쳐 상처만 남은 채 하류로 떠내려간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말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용문에 와 있어 중장기 미래가 좌우되는 중요한 순간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고진감래', '운파월래' 등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의견들과 '안개 속 길을 잃다', '젠가 게임' 등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갈렸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코로나와 고금리로 인해 길었던 경기침체가 내년에는 본격적인 회복세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온 뒤 땅'이라는 키워드를 꼽았지만, 여전히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매우 어렵고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며 "땅이 굳기도 전에 다시 비가 내리면 진흙탕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므로, 우리 기업들은 경제환경의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파악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경기추세에 대한 전망 역시 엇갈렸다. 전문가의 48.9%가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를 보일 것으로 응답해 회복세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으나, 26.7%는 'L자형의 상저하저', 16.7%는 '우하향의 상고하저'라고 답해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본격적인 회복세는 '2024년 하반기'(31.1%)나 '2025년 상반기'(26.7%)를 꼽은 응답이 많았으나, '2025년 하반기 이후'(21.1%)로 전망하거나 '향후 수년간 기대하기 어렵다'(13.3%)며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응답도 있었다.
전문가들이 전망한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주요기관 전망치와 유사한 2.1%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세계경제는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의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내수 소비는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본 응답자가 57.8%로 과반을 이뤘으며, 투자 역시 '올해보다 둔화'를 예상한 응답이 37.8%로 '올해보다 개선'(27.8%)될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반면 수출은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자가 51.1%를 기록했다.
내년 한국경제가 주의해야 할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먼저 대외리스크로는 '미국 통화긴축 장기화'(37.8%)가 가장 많이 우려됐고, '글로벌 수출경쟁 심화'(36.7%), '중국의 저성장'(33.3%) 등 수출무역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국내리스크로는 '가계부채 심화'(53.3%)가 가장 많이 꼽힌 가운데, '부동산발 리스크'(33.3%), '생산 및 소비물가 상승'(32.2%), '내수경기 침체'(28.9%) 등 민생관련 이슈가 주목됐다.
한편 내년 4월 있을 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한국 경제와 기업 관련 공약에 있어 실효성이 낮고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규제·세제 등 기업 부담을 강화하는 공약이 많을 것으로 보는 응답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새롭게 구성될 국회가 '전략산업 및 R&D 지원'(33.9%), '투자촉진 위한 규제완화'(21.7%), '일자리창출 지원제도 강화'(9.4%) 등의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정부에도 '가계·기업 부채관리'(32.2%), '미래전략산업 지원강화'(16.7%), '수출확대 및 경제안보 강화'(14.4%), '물가관리'(12.2%) 등을 당면 과제로 당부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2024년은 우리경제가 지속성장의 길을 걷느냐, 장기침체의 길을 걷느냐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각종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지속성장의 길이 좁아 보이고, 장기침체의 길이 더 넓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좁은 길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정부와 새롭게 구성될 국회가 힘을 모아 지원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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