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변호사도 ‘하청 시대’

이현웅 기자 2023. 12.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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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개업한 고위급 검사 출신인 A 변호사는 퇴직 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면서 함께 일할 변호사는 물론 각종 업무를 처리할 직원도 전혀 채용하지 않았다.

과거 전관 변호사들이 개인 사무실을 개업할 경우 이른바 '새끼 변호사'라고 불렸던 협력 변호사를 채용했지만, 이제는 중소 로펌에다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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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수임경쟁에 고정비 부담
신참변호사 없이 ‘나 홀로 개업’
중소로펌과 지방 출장 등 협업
“전관 사무실 업무는 ‘노가다’”
젊은 변호사들 소송업무 기피
‘워라밸’ 중시해 기업근무 선호

올해 초 개업한 고위급 검사 출신인 A 변호사는 퇴직 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면서 함께 일할 변호사는 물론 각종 업무를 처리할 직원도 전혀 채용하지 않았다. 부인을 사무원으로 등록해 ‘나홀로 사무실’을 차린 것이다. 또 다른 검찰 출신 B 변호사 역시 ‘나홀로 개업’을 했다. B 변호사는 21일 “사건을 수임한 뒤 중소 로펌과 협력해 사건을 처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변호사 업계에서 사건의 ‘외주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법률 시장도 원·하청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전관 변호사들이 개인 사무실을 개업할 경우 이른바 ‘새끼 변호사’라고 불렸던 협력 변호사를 채용했지만, 이제는 중소 로펌에다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사건 수임 후 사안에 따라 중소 로펌이나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저연차 변호사와 협업한다. 전관 변호사는 서면 등 전반적인 재판 전략을 총괄하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수사 입회나 지방 출장 등의 업무는 타 로펌의 변호사가 담당한다. 한 변호사는 “특히 전관이 직접 맡기 어려운 경찰 수사 입회나 생소한 분야의 사건은 대부분 해당 분야에 특화된 중소 로펌 변호사 등과 협력하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말했다.

전관 변호사들은 다른 변호사나 직원을 채용하지 않으면서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예전과 달리 전관이라 해서 사건이 감당 못 할 정도로 많이 들어오지는 않는다”며 “‘새끼 변호사’를 두게 되면 상시적인 인건비가 나가게 되니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점도 ‘나홀로 개업’을 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사건 수임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처럼 사무실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끼 변호사’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공급 측면에서도 원인이 있다. 젊은 변호사들이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일이 힘든 전관 변호사 사무실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젊은 변호사들은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개인 시간이 보장되는 삶을 추구하면서 대기업의 사내 변호사 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 변호사는 “전관 변호사 사무실은 ‘노가다’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요즘 변호사 업계에선 젊은 변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형 로펌도 중소 로펌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형 로펌에서 근무 중인 C 변호사는 “과거 어쏘(저연차 변호사)를 들였다가 공판 전날 ‘못하겠다’고 그만둔 경우도 있었다”며 “높은 비용을 줘도 선뜻 지원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어쏘 변호사를 구하기도 어려워 중소 로펌의 10~15년차 변호사들과 협력을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어쏘 구인난’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광역시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 중인 D변호사는 월급을 세후 800만 원 달라고 하는 경우까지 접하며 어쏘 변호사 두는 것을 포기했다. 그는 “변호사 수가 늘어났지만 서울에 있는 기업체를 선호해 일할 변호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토로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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