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우 바통 이어받아… 나대로 선생 “나대로 간다”
故 이홍우 화백 1주기 가족 인터뷰
이경란 = 임종하기 전에 본인이 했던 활동과 작품을 모두 모아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온라인으로 컬렉션을 공개하는 것이 책을 내는 것보다 더 좋은 것 같아서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ㅡ 이 화백은 평소 작품 구상을 어떻게 했나?
이경란 = 이 화백은 휴가 중이거나 퇴근 후에도 만화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회사에 나가 새로 그리고 돌아오곤 했다. 평소에도 온통 만화 생각만 하고 있어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잠자기 전까지 만화가 ‘친구 또는 원수’처럼 늘 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ㅡ 본인 기록을 정말 잘 남겨놓았다.
이지현 =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자료를 다 남겨두었다. 워낙 꼼꼼하게 남겨 놔서 그대로 보관 중이다. 보관만 하고 있기가 아깝긴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향후 계획은 없다. 간혹 전시 활용 요청이 오면 보내기도하고, 스캔해서 필요한 부분을 쓰기도 한다.
이경란 = 술, 담배, 야구, 영화, 골프. 야구 보는 걸 좋아해 종종 일본으로 야구를 보러 다니곤 했다. 원래 롯데 팬인데 이승엽 이대호 선수가 일본에 진출했을 때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응원하러 자주 갔다. 영화도 좋아해서 멜로 영화를 빼고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봤다. 골프도 친구들과 자주 치러 다녔는데, ‘나대로 타법’이라고 독학으로 익힌 타법이 있다. 폼이 우스워서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을 받기도 했다.
ㅡ 나대로의 가족이라서 생긴 에피소드는?
이경란 = 서울 목동에 살던 시절에는 동네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반상회를 했다. 반상회에 나가면 사람들이 ‘그런 분하고 살면 도대체 집에서 어떤 얘기를 하냐’고 묻기도 했다. 또, 휴가를 다녀오면 이웃들이 신문의 휴가 알림을 보고 ‘휴가 잘 다녀오셨어요’ 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ㅡ 나대로 선생 속에 이 화백의 모습이 투영된 점이 있다면? 닮은 점과 전혀 다른 점은?
이지현 = 만화 속 나대로는 점집을 자주 가는데, 아빠는 절대 점집을 안 갔다. 믿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만화 속 점집은 만화를 위한 장치였던 거다. 나대로가 친구들이랑 술 먹는 장면이 많은데, 그 점은 애주가인 아빠와 많이 닮았다.
이경란 = 열정적인 사람.
이지현 = 생전에 스스로 독한 사람이라고 참 많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크고 보니 아빠는 정말 성실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예술 분야에 있다 보니 예술가이면서도 매일 마감에 맞춰 꾸준히 작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경란 = 맞다. 병원에 실려가는 응급상황에서도 잉크 뚜껑도 못 닫을 정도로 손이 벌벌 떨리는데도 펜을 놓지 않았다. 마감해야 한다며 끝까지 그림을 그리고 가셨다.
‘나대로 선생, 나대로 간다’ 동아디지털아카이브에서 감상하세요 |
이홍우 화백의 1주기(23일)를 맞아 시사만화 ‘나대로 선생’의 온라인 컬렉션을 21일 공개합니다. 두 개의 낮은 산봉우리 모양의 검은 머리에 둥글고 큰 안경과 유난히 커다란 코를 가진 나대로. 그는 비판과 유머, 따스한 위로로 서민들과 동고동락한 친구이자 아버지였습니다. 잘 알려진 대표작을 포함해 1980년부터 2007년까지 격변의 시대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재미있게 풍자한 작품들을 모아 컬렉션을 꾸렸습니다. 시대의 대변인 ‘나대로 선생’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들여다볼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보러가기 https://www.donga.com/archive/cartoon/nadaero |
신수라 지식서비스센터 매니저 so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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