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50억 보낼게, 1800만원만"…외로운 사람 노린 '그 놈들' 잡았다

정세진 기자 2023. 12.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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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가 배송비 1800만원 때문에 덴마크 은행에 있는 50억원을 잃기 바라나요?""시리아 탈레반 소유의 500만달러(한화 약 65억원)를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통관비 730만원이 필요합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피해자 30명을 상대로 약 19억원을 가로챈 로맨스스캠 국제사기단 조직원 A씨(39·남성) 등 외국인 13명을 사기 등 혐의로 순차적으로 검거해 전원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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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1


"여보 우리가 배송비 1800만원 때문에 덴마크 은행에 있는 50억원을 잃기 바라나요?"
"시리아 탈레반 소유의 500만달러(한화 약 65억원)를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통관비 730만원이 필요합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을 이용해 금품을 뜯어내는 일명 '로맨스스캠'을 벌인 아프리카계 외국인 13명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피해자 30명을 상대로 약 19억원을 가로챈 로맨스스캠 국제사기단 조직원 A씨(39·남성) 등 외국인 13명을 사기 등 혐의로 순차적으로 검거해 전원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 등 총책급 3명을 포함해 8명은 나이지리아인이고 5명은 기니, 앙골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이었다. 피의자는 모두 남성이다.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빨간색 상의를 입은 아프리카계 외국인 인출책을 경찰이 검거했다. /영상=서울경찰청


이들은 주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 총책과 연계된 국내 총책과 인출책들이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로맨스스캠 조직은 △ 해외에서 한국인 피해자를 상대로 미군·의사·사업가 등을 사칭해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접근해 대화를 유도하는 신원 미상의 인물과 △ 이들을 한국 총책과 연계하는 해외 총책 △ 한국 인출책을 관리하는 한국 총책 등으로 구성된다.

해외 조직원이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을 통해 한국인에게 접근해 이성적 호감을 가장해 친분을 쌓으면서 범죄가 시작된다. 피해자가 통관비 등 명목으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최대 3억원 가량을 입금하면 국내에서 현금을 인출해 해외로 반출하는 수법이다.

피해자 B씨(32·여)는 지난 3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남성으로부터 "두바이 출장 중 짐을 분실했다"며 "은행계정이 막혀 돈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총 64회에 걸쳐 3억1500만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피해자 D씨(30·남)는 자신을 시리아에 파병된 미군 여군이라고 소개한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로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통관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사진=서울경찰청


또 다른 피의자 C씨(48·여)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을 덴마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남성에게 피해를 입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은 C씨에게 덴마크 은행에 보관 중인 자신의 돈 50억원을 배송업체를 통해 한국으로 운송하는데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한번도 만난 적 없지만 '여보' '당신은 나의 아내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매우 사랑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C씨를 설득했고 C씨는 3800만원을 송금했다.

지난해 11월 말, D씨(30·남)는 시리아에 파병된 미군 여군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작전과정에서 시리아의 탈레반이 소유한 500만달러를 발견했고 그 중 일부를 자신의 동료들과 나눠 갖기로 했다며 D씨를 속였다. 달러가 들어 있는 상자를 받아 보관해 주고, 통관비를 지급해 달라며 730만원을 가로챘다.

한국총책, 인출책 등은 관광비자로 국내 입국 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하며 범행에 가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로맨스스캠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경기 의정부·파주·동두천·안산 등지에서 올해 조직원 13명을 검거해 피해금 6700만원을 회수했다. 나이지리아인 해외총책 1명도 특정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은 로맨스스캠 피해 예방을 위해 SNS에 너무 자세한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노출하지 말라고 주의했다. 또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 금품을 요구할 경우 경찰에 신고하거나 범죄 관련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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