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olumn] 텐 하흐 경질? 맨유의 지난 10년을 보면 답이 나온다

포포투 2023. 12. 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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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에릭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자는 목소리는 아직은 시기상조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떠난 후 10년 동안 맨유의 감독 잔혹사를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시즌 초반부터 ‘역대급’ 부진을 보이는 텐 하흐의 맨유다. 참다 참다 터진 팬들은 ‘경질’을 외치고 있다. 팬들이 ‘경질’을 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성적 부진이 가장 크다. 리그에서는 9승 7패로 6위에 머물러 있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무려 15골이나 내주며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리그컵은 일찌감치 뉴캐슬에 패배해 마무리한 지 오래다.


영입 실패도 하나의 이유로 꼽는다. 거액의 이적료를 주면서 텐 하흐 감독의 의지로 영입한 라스무스 호일룬은 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고, 메이슨 마운트는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1300억’ 안토니도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를 뛸 때마다 납득이 가지 않는 전술적 측면도 경질 요구에 한몫했다.


하지만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임시방편일 뿐이다. 맨유에서만 19년의 프로 생활을 보낸 레전드 게리 네빌 또한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맨유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정확히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맨유의 행보를 보면 답이 나온다. ‘모반무솔’. 한국 팬들이 맨유가 부진했던 지난 10년간 감독들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붙인 말이다. (모예스-반 할-무리뉴-솔샤르) 이 네 명의 감독이 맨유에서 보낸 시간을 들여다보자.


퍼거슨 이후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그는 한 시즌도 소화하지 못한 채 51경기 만에 경질됐다. 루이 반 할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2015-16시즌부터 두 시즌을 지휘했고, 맨유의 12년 만의 FA컵 우승까지 이뤄냈지만 경질됐다. 간신히 세 자리를 넘긴 103경기를 치렀다. 뒤이어 감독직에 오른 조세 무리뉴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부임 첫해 유로파리그 우승, 2년 차 리그 2위 등 선전했지만 3년 차 때 17라운드 만에 경질됐다. 144경기를 소화했다. 이후 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으로 선임된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도 돌풍을 일으켰지만 무리뉴 감독과 비슷한 수준인 149경기만을 치르고 경질됐다.


감독들에게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두 감독은 각 소속팀을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강팀으로 만들어냈다. 클롭 감독은 2015년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한 후 벌써 8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고, 아르테타 감독 또한 2019년 12월 이후 4년째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7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그만큼 부진의 기간이 길었다. 결국 감독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팀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맨유는 감독들에게 확실한 시간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텐 하흐 감독은 이제 ‘2년 차’다. 치른 경기 수로 따지면 86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전임 반 할 감독보다도 시간을 더 부여받지 못했다. 이제 막 본격적으로 자신의 축구 철학을 입힌 팀을 만들어 갈 때다.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한 이 시기에 ‘경질’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텐 하흐 감독이 이전 감독들보다 성적이 더 안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모예스 감독의 승률은 51%(26승 10무 15패), 반 할 감독은 52%(54승 24무 25패)였다. 50%를 겨우 넘는 수치다. 무리뉴 감독이 58%(84승 31무 29패)로 네 명 중 가장 높았고, 솔샤르 감독은 52%(78승 33무 38패)였다. 그러나 텐 하흐 감독은 62%(53승 9무 24패)로 그 누구보다 승률이 높다. 맨유 감독 역사상 최단기간 5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불과 1년 전 6년 동안 트로피가 없던 맨유에 리그컵 우승을 안겼고, 리그 3위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의 부진이 심각하지만, 전임 감독 그 누구보다 성적이 좋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의 부진은 선수들의 줄부상도 큰 이유다. 텐 하흐 전술의 핵심,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시즌 초반 이탈하여 아직 복귀하지 못했다. 다른 센터백 해리 매과이어, 라파엘 바란, 조니 에반스, 빅토르 린델로프는 약속이나 한 듯 돌아가면서 부상으로 빠졌다. 거의 매 경기 포백 라인이 바뀌었고, 이는 일관된 경기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저번 시즌 텐 하흐만의 활발한 전방 압박과 짧은 패스로 이어 나가는 후방 빌드업 전술은 결과도 좋았고, 보는 재미도 있었다. 조금은 팀의 상황이 안정되어 텐 하흐 감독만의 축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맨유의 보드진, 글레이저 가문이다. 세계 최고의 인기 구단 맨유를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며 전 세계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꿈의 극장’ 올드 트래포드는 이미 낡을 대로 낡았고, EURO 2028 경기장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맨유 선수단이 사용하는 캐링턴 훈련장도 엄청나게 낙후됐다. 전반적인 구단 운영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맨유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보드진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텐 하흐 감독을 2년도 채 안 된 시간에 경질하는 것은 지난 10년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전임 감독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무너진 맨유를 다시 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던 만큼 아직은 그를 믿어야 할 때다.


글=‘IF 기자단’ 2기 박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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