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개미들 희소식... 50억 안 넘으면 내년부턴 아무 때나 팔아도 양도세 ‘0’

연초 한 유튜브 방송을 보고 에코프로에 몰빵해 현재 주식가치가 17억원 정도 되는 A씨는 최근 매도 시기를 고민 중이었다. 명칭이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른바 ‘대주주 양도세’ 때문에 내년 만약 주식을 팔면 양도세 신고를 하고 세금까지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A씨는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현재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증권사에 문의해 보니 생각보다 귀찮은 절차가 많아 보였다”면서 “원래는 올해 팔고, 내년 초 다시 사려고 했다”고 말했다.

배병관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오른쪽)과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대상 기준 조정과 관련해 주요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가 적용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유 지분 기준과 과세표준 3억원 기준은 기존과 동일하다. 내년부터는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다 매도해 이익을 얻었어도 보유 금액이 50억원 미만이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현행 세법상으로는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을 기준으로 한 종목에 10억원 이상 투자한 경우 대주주로 간주한다. 또 보유 지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 1% 이상, 코스닥 종목 2% 이상, 코넥스 종목 4% 이상을 갖고 있으면 대주주다. 내년 양도세 기준이 되는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은 올해 마지막 증시 개장일인 12월 28일이다. 이에 28일 종가 기준으로 지분율과 시가총액이 확정된다.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되면 주식 양도 소득의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최대 주주의 경우엔 직계존비속,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까지 포함해 보유 지분이 합산된다. 이에 연말이면 주식 큰손들은 양도세 폭탄을 피하고자 대량으로 보유 지분을 정리했는데, 이때 주가가 요동치면서 불필요한 증시 변동성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도세 기준 완화는 이차전지 업종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호재가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상위 5종목은 모두 이차전지 종목(POSCO홀딩스·LG화학·포스코퓨처엠·SK이노베이션·에코프로비엠)이다. 이에 기존 10억원인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넘긴 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기준 완화로 많은 투자자들이 대주주 요건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 변경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후 이달 26일 국무회의를 통해 연내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개정된 기준은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한편 주식을 50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들은 내년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주식을 양도한 경우 내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신고 및 납부를 하면 된다. 홈택스와 손택스를 이용해 양도세 예정 신고납부가 가능하다. 만약 사업에 현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본인 및 동거가족이 질병·중상해 등으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면 납부 기한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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