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3대 병폐 방치하는 죄책[포럼]

2023. 12. 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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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파트와 이웃한 초등학교는 1년 내내 공사판이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하도록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근본 원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1970년대 초 교육에 우선 투자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 결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2013년 625만 원에서 2022년 1528만 원으로 2.5배나 뛰었다(국회예산정책처). 덕분에 초·중·고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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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내가 사는 아파트와 이웃한 초등학교는 1년 내내 공사판이다. 교사 지붕 교체, 주차장 시설 설치, 2년 전 신축한 체육관 증축에 이어 얼마 전에는 운동장의 흙을 교체했다. 운동장 전체를 우레탄으로 깔았다가 걷어내고 트랙만 설치하더니 이것도 들어내고 흙으로만 채웠는데 이제 운동장 전체의 흙을 새 흙으로 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싶지만, 교육청이 남아도는 예산을 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 돈 쓸 구실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19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이 2022년에 다 쓰지 못하고 2023년으로 넘긴 예산이 7조5000억 원에 이른다. 기초생활생계급여 예산(7조5411억 원)과 맞먹고 북핵·미사일 대응전력 강화 예산(7조 원)보다 많다. 지난해만 그런 게 아니다. 시·도교육청들의 남는 예산은 2021년 3조8000억 원, 2020년 4조4000억 원, 2019년 6조6000억 원에 달했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하도록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근본 원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1970년대 초 교육에 우선 투자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시행 당시 11.8%였던 교부율이 계속 상향된 데다 경제 성장으로 내국세가 늘면서 교부금은 폭증했다. 그 결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2013년 625만 원에서 2022년 1528만 원으로 2.5배나 뛰었다(국회예산정책처). 덕분에 초·중·고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문제점이 많다. 첫째, 지금도 남아도는 예산은 앞으로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교부금이 증가하는 한편 학생 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학령인구는 2010년엔 734만 명이었지만 올해는 531만 명으로 200만 명이나 줄었다. 앞으로 더욱 감소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내국세와 연동한 지방교부금 제도를 이대로 둔다면 학생 1인당 교부금이 2020년 1000만 원에서 2060년엔 5440만 원이 돼 5.5배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둘째, 성과와 무관하게 가만히 있어도 예산이 자동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교육공급자는 교육의 질을 높일 유인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늘어난 것과 비례해 공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셋째, 초·중등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이 폭증하는 만큼 다른 정부 지출은 ‘구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 분야만 봐도, 고등교육의 수요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지만, 고등교육 투자는 2023년 예산안 기준 교육재정의 12.8% 수준이다. 그 결과,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인 초·중·고 공교육비와 달리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최하위권이다. 미국, 영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대학생 공교육비가 초등학생보다 적은 나라는 그리스·콜롬비아·한국밖에 없다.

18세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공거사의(貢擧私議·인재 충원에 관한 개인적 견해)라는 글에서 허물없는 사람은 있어도 폐단 없는 정책은 없다면서 성인이 만든 완벽한 정책도 시세의 변화로 폐단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못했던 정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교육교부금 제도는 취지는 좋았지만, 설계는 엉성했다. 문제점들이 드러난 만큼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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