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티 중심서 하마스 지휘본부 발견…"거미줄처럼 땅굴 연결"

▲ 가자지구 북부에서 발견된 하마스 땅굴을 둘러보는 이스라엘 군인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이용하던 대규모 지휘시설이 가자시티 지하에서 발견됐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혔습니다.

이 시설은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다른 땅굴들과 이어져 있었으며, 하마스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돼 온 가자시티내 대형 의료기관들과도 직통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시티 중심부에서 하마스 주요 지휘센터를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의 무함마드 데이프 사령관이 올해 10월 7일 이곳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지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은 하마스 고위 당국자들의 주거지, 사무실과 비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있었으며, 수 년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데이프 사령관이 쓰던 휠체어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이스라엘군은 전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함께 공개한 영상에는 신와르의 측근이 살던 집에서 발견된 나선계단과 20m 아래 땅굴로 들어서는 입구에 설치된 방폭문 등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그들 모두는 이 기반시설을 일상적으로 이용했고,비상시는 물론 (이스라엘을 기습한) 10월 7일에도 그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시설이 가자지구 일대의 여러 땅굴과 연결돼 무기와 전투원, 물자를 이동하는 허브로 활용돼 왔다면서 "이 기반시설로부터 그들은 가자지구 전역으로 움직이고 뻗어 나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마스 고위인사들도 지휘센터와 연결된 땅굴을 이용해 가자지구 곳곳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가리 소장은 "그들은 가자시티의 심장부에서 알시파 병원으로 간 뒤 구급차를 택시 삼아 가자지구 남쪽으로 갔다가 다시 알시파 병원을 통해 땅굴 네트워크로 들어와 북쪽의 란시티 병원 지역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측 발표대로 이번에 발견된 하마스 지휘센터가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 등과 연결돼 있는지는 즉각적으로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사실이라면 파장이 예상됩니다.

이스라엘은 알시파 병원을 비롯한 가자지구내 주요 의료시설이 의료진과 환자들을 '인간방패'로 삼으려는 하마스에 의해 군사적으로 활용돼 왔으며, 이번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인 인질을 가둬놓는 장소 등으로 쓰였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앞서 이스라엘 언론은 전쟁이 터지자 신와르가 '인도주의적 위장'을 갖춘 차량에 타고 가자시티에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로 달아났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7일에는 가자지구 북부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폭이 3m로 오토바이는 물론 차량도 이동할 수 있는 4㎞ 길이의 대형 땅굴을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지하 터널망 파괴가 이번 전쟁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고 말해왔습니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이날 발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두 번째 휴전을 위한 협상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나왔습니다.

하니예는 휴전 협상을 위해 19일 중재국인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했으며,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무장정파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도 조직 수뇌부가 조만간 이집트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도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을 18일 폴란드로 보내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휴전 및 인질 추가 석방을 위한 협상안을 논의하게 했습니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소탕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도 "우리는 끝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다. 전쟁은 하마스가 파괴될 때까지, 승리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레바논 정부 제공, 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