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총수 ‘회장단 복귀’ 추진하는 한경협
류진 회장 “자연스럽게 들어올 방법 고민”
네이버·카카오 등 IT·플랫폼 기업에도 구애
한국경제인협회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회장단에 복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2월 정기총회를 기점으로 해당 총수들이 한경협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4대 그룹은 아직 한경협 회장단 복귀에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추가 쇄신 여부에 따라 총수들의 행보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가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도 자연스럽게 (회장단에)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4대 그룹이 (한경협에) 들어왔기 때문에 다시 살아난 것이지, 안 들어왔으면 아무것도 못했다”며 “특히 4대 그룹 회장들의 선친이 과거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터라 다들 책임감이 있고 애착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경협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를 표방하며, 풍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류 회장을 신임 회장에 추대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개입해 오명을 얻은 전국경제인연합회도 55년만에 초창기 명칭인 한경협으로 다시 바꿨다. 이를 계기로 4대 그룹도 한경협에 슬며시 다시 복귀했다.
김창범 상근부회장도 “4대 그룹이 복귀 이후 다양한 행사 또는 세미나에 참여했다”며 “공식적인 회장단 복귀 이런 부분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실무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서서히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는 현재 한경협이 주관하는 K-ESG 얼라이언스, 글로벌 경제 현안대응 임원협의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장단 복귀에는 신중한 모양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직 회장단 복귀 얘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한경협은 정보기술(IT)·플랫폼 기업들의 단체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신기술, 신산업 분야에서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며 “네이버, 카카오, 쿠팡을 비롯해 IT·플랫폼 기업들에 가입 의사를 타진하고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 그룹 총수들의 회장단 복귀와 IT·플랫폼 기업들의 단체 가입을 염두에 두고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윤리경영 강화와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내부 통제시스템 마련을 목적으로 컴플라이언스팀을 신설한 게 핵심이다.
류 회장은 “가장 큰 문제가 회장과 부회장이 결단하면 상의 안 하고 하는 시스템”이라며 “이제 윤리위도 있고 내부적으로 감사실도 있으니까 뭐가 올라오면 같이 상의하면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가 봤을 때 (과거 국정농단 사건과 같은) 그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 싱크탱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총괄대표(CRO)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에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을 내정했다.
대정부 관계에는 자신감을 표시했다. 류 회장은 “정부에서 한경협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동반자로 같이 일하자’고 했다”며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때 저희가 주도해 140명의 기업인을 인솔해서 갔고, 영국 국빈 방문도 100명을 인솔해서 했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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