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50주년, 정정엽·장파 작가의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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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것 외엔 접점이 없던 정정엽(61)과 장파(42)의 작품이 한 공간에 나란히 걸렸다.
전시를 기획한 차승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 역시 두 작가 간 교류와 접촉의 결과물"이라며 "향후 미술관의 미래가 어떤 접점들로 그려질지 주목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간 교류 작품뿐 아니라, 미술관 전시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작고 작가의 유작과 미발표작도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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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으로서 미술관 탐색
세대간 접촉과 협업의 결과물들
여성주의·역사 등 다양한 주제
두 작가의 작품은 전혀 다른 힘을 내뿜는다. 정정엽은 ‘나방’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유약한 존재의 아름다움과 혐오에 대한 질문을 이미지화했다. 반면 장파의 작품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는 제주도를 창조했다는 설문대 할망 신화를 소재로 삼아 여성신의 이미지를 다양한 형상으로 꺼내보인다. 신체와 내장 기관, 여러 생명이 울퉁불퉁한 선과 화려한 색채로 표현헸다. 각각 보듬고 포용하는 에너지와 본능에 가까운 발산하는 에너지로 대비를 이룬다.
이들이 만든 대비점은 아르코미술관이 교류와 관계 맺음을 통해 시도한 실험의 결과물이다. 50주년 전시를 위해 미술관 측이 교류와 참여의 장으로서 기능하면서다. 미술관은 주도적으로 작가를 선정하는 권한을 내려놓고,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를 확장해가는 하나의 연결 성좌로서의 미술관을 상정했다.
이에 먼저 아르코미술관의 역대 운영자문위원 등이 ‘아르코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작가’에 대한 의견을 냈다. 이어 선정된 작가들에게 함께 교류하고 싶은 다른 세대의 작가를 추천받았다. 추천을 매개로 작가와 작가가 하나의 팀으로 묶이는 구조로, 총 9팀, 22명이 구성됐다.
이번 기회로 처음 교류하는 이들도 있고, 평소 선후배로 알고지내다 함께 작업하게된 이들도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정 작가는 “평소 호기심이 들던 작가와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이번 작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느낄 만큼 서로 충만한 대화 시간을 가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가 신학철(80)과 김기라(49)도 각각 회화와 영상 신작으로 교류했다. 신 작가가 새롭게 선보인 가로 9m 규모의 대작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은 마치 사진을 보듯, 역사 기록의 한 장면처럼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이다. 김기라는 그 옆에 ‘눈이 멀고 벙어리인’이라는 8분 38분 분량의 필름을 설치했다. 김 작가는 “대학교 1학년 때 신 작가님의 그림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며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지식인, 보지 못하면서 말만 하는 대중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용백과 진기종, 박기원과 이진형, 서용선과 김민우·여송주, 조숙진과 이희준, 최진욱과 박유미, 채우승과 최수련, 홍명섭과 김희라 등이 협업작을 선보였다. 초청된 작가의 80% 이상이 아르코미술관에서 처음 전시하며, 수도권뿐 아니라 대전·목포 등 지역 작가들도 참여하게 됐다.
작가간 교류 작품뿐 아니라, 미술관 전시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작고 작가의 유작과 미발표작도 함께 볼 수 있다. 공성훈의 회화 ‘개’ 연작, 김차섭의 ‘창조’ ‘지도’ 연작, 조성묵의 의자 설치작 ‘메신저’ 연작 등이다.
별관에선 1974년 종로구 관훈동에서 개관해 1979년 현재의 동숭동으로 이전하고 2005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한 미술관의 굵직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 200여 점을 전시한다. 내년 3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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