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물갈이 쉽지 않네… 75% 임기만료 대부분 연임될 듯
실제 교체 폭은 10% 수준에 그칠 것
금융당국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발표
주요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이 내년 3월 대규모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 재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금융 당국이 이사회의 권한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투명성 및 공정성 강화를 요구했지만 현 금융사 사외이사 시스템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반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금융 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가운데 4분의 3가량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 37명 가운데 28명(75.6%)이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 7명 중 4명 ▲신한금융 9명 전원 ▲하나금융 8명 중 6명 ▲우리금융 6명 중 4명 ▲NH농협금융 7명 중 5명이었다. BNK·DGB·JB 등 지방 금융지주의 경우 18명 가운데 10명(55.6%)이 교체 대상이었다.
다만 대부분 사외이사가 내년 3월 임기가 끝났어도 재신임을 통해 사외이사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나도 상법상 최장 6년(KB금융은 최장 5년)까지 대부분 재선임을 해왔다. 내년 3월 최장 임기에 도달해 교체가 확정된 사외이사는 KB금융의 김경호 이사와 하나금융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사 등 4명에 불과하다. 개인적인 사유로 물러나는 사람이 없다면 교체 폭은 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외이사 선임 절차는 사외이사 ‘물갈이’를 어렵게 한다. 현재 5대 금융지주는 모두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새로운 후보를 추천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따르고 있다. 이는 경영진의 개입을 차단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조치지만 폐쇄적인 사외이사 선임 절차로 경영진에 대한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부작용이 있다. 특히 특정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지주는 회장이 직접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가거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유리한 판을 짤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사외이사가 억대 보수만 받고 사실상 ‘거수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총 135건의 안건 중 100%인 135건이 이사회에서 찬성 의결됐다. 사외이사가 반대 의결한 경우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이다. 지난해 사외이사들의 보수 총액은 1인당 평균 8346만원이었으며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사외이사도 4명이었다. 사외이사 자리가 고액연봉이라고 인식되면서 굳이 경영진과 각을 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 당국은 사외이사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며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관한 내용을 포함했다. 금감원은 현재 획일적인 2+1제를 택해 동일 연도에 임기만료가 집중되고 임기 연장 여부가 경영진에 영향을 받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적정 임기정책과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전문성 및 다양성 목표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 당국은 금융권 사외이사들이 지나치게 특정 직군에 몰려 있고, 여성 비중이 극히 낮은 점을 문제로 봤다. 실제 현재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을 살펴보면 학계 37%, 금융계 22%, 관료 12%, 비금융계 11%다. 금감원은 사외이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를 작성해 활용할 계획이다. BSM은 이사회 구성의 전문성, 능력, 경험뿐만 아니라 성별, 나이, 사회적 배경 등 다양성 정보를 통해 이사회 구성의 적절성 등을 평가한다.
다만 금융 당국 압박이 금융권의 ‘이사회 선진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모범관행은 자율 규제인 만큼 강제성이 없으며 현 이사회 시스템을 고려할 때도 즉각적인 반영은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는 독립적인 기관인 만큼 최근 금융 당국의 모범관행 역시 이사회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며 “다만 모범관행의 경우 강제적인 것보다는 앞으로 이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이사회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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