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여의도 돋보기] `뜨거운 감자` 주식 양도세, 글로벌 스탠더드는?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정부가 21일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입니다. 시행령 개정 사항은 국회 법률 개정 없이 정부 판단으로도 추진 가능합니다.
현행법상으로는 상장사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이거나 종목별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이면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세(기본 공제금액 250만원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에 22%, 양도차익 3억원 이상은 27.5%)를 피하기 위해 당해 연도 대주주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인 직전 사업연도 말까지 대량 투매가 반복돼왔고요. 대주주 기준에 따른 양도세 부과를 피하려면 12월 마지막 거래일의 2거래일 전까지 주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의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습니다. 대내외 환경이 불안정한 상태에서의 연말 대량 투매는 증시 혼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섭니다. 유가증권시장 종목 대비 덩치가 작고 개인의 투자 비중이 비교적 높은 코스닥시장의 경우 개인의 매도로 흔들리기 더 쉽고요.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은 2000년 종목당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으로 점차 낮아져 2020년 10억원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일찍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양도소득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왔습니다. 당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현행 그대로 유지되긴 했지만 지난해 7월 이번 정부 들어 처음 발표했던 세제개편 방안에도 대주주를 '고액주주'로 변경하고 기존 지분율 기준은 삭제, 보유금액은 100억원으로 과세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포함하기도 했고요. 대주주 기준이 50억원으로 상향된다면 연말마다 반복되던 '큰손'들의 물량털기를 줄이고 국내 증시 환경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편 일각에선 '양도세 폐지=부자 감세'라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지난 2017~2020년 주식 양도소득세 100분위 자료(상위 1%는 1000분위)에 따르면 양도소득액 상위 0.1%가 전체 양도소득세의 37.6%가량을, 상위 10% 기준으로는 93.2%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결국 전체 주식양도세의 90% 이상을 납부하는 주식 부자인 상위 10%에게만 감세 이익이 돌아가는 불합리한 구조를 합리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세계적인 추세는 어떨까요. 독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이 모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주식 양도소득세를 일반 소득세율과 동율한 비율로 징수하되 장기투자자에게 직접 세재혜택을 제공합니다.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할 시 소득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저율 과세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단타 투자가 아닌 장기 보유를 독려하는 정책인 셈이죠.
윤 대통령 본인 역시 후보 시절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토론회에서 "주식시장이 어려운데 양도세를 도입하면 주식시장이 왜곡돼 많은 오히려 개미 투자자들에게 치명타가 된다"면서도 "증시가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서 미국처럼 양도세로 가는 것이 맞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투자자를 위한 부득이한 정책"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더 급한 것은 증권거래세 폐지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의 증권거래세 세액은 0.2%로, 대만(0.15%), 홍콩(0.13%), 중국(0.05%), 일본·싱가포르(폐지) 등에 비해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는 상황에서 또 '글로벌 스탠더드'를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개미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정책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 발전을 위해 유익한 정책을 고민해봐야 할 때 아닐까요.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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