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유격수 추락하자 '기세'도 꺾였다…10년 만의 충격 부진, 풀타임 유격수 기로에 섰다
[OSEN=조형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노진혁(34)은 2013년 데뷔 이후 10년 만에 충격적인 부진과 마주했다. 그것도 FA 이적 첫 해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2년 NC의 특별지명 전체 20순위로 입단한 뒤 2022시즌까지 NC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노진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50억 원의 FA 계약을 맺으며 이적을 감행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견실한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장타력까지 가진 유격수가 필요했고 노진혁은 롯데에 알맞은 매물이었다. FA 시장 개장과 동시에 노진혁과 계약하기 위해 ‘오픈런’을 했고 지극정성으로 계약에 도달했다.
노진혁은 기대치에 걸맞는 활약을 하는 듯 했다. 수비에서는 유격수 자리에서 중심을 지켰고 타선에서는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특히 시즌 초반 클러치 상황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하면서 해결사로 거듭났다.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사직구장 때문에 기대했던 대포를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터지는 적시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5월까지 타율 2할8푼7리 3홈런 22타점 OPS .800으로 팀 내 최고 타자로서 군림했다. 득점권 타율이 2할5푼(36타수 9안타)로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7회 이후 2점차 이내의 접전 상황에서 4할2푼3리(26타수 11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면서 ‘클러치 히터’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노진혁이 해결사 역할을 하던 시기, 롯데는 투타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서 상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잠재적인 위험 신호가 켜져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이 신호를 무시하다가 화를 자초했다. 노진혁은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는 선수였다. 이 시기에는 왼쪽 옆구리 통증을 안고 있었다. 결국 염좌 진단을 받고 전열을 이탈했다. 6월 한 달 동안 타율 2할(25타수 5안타) 3타점에 그친 것도 옆구리 통증이 악화된 영향이었다.
6월 15일부터 1군에서 제외됐고 7월 5일에 복귀했다. 20일 가량을 이탈했다. 부상 이탈 직전 부진했던 노진혁이지만 그래도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노진혁이 빠지자 팀은 추락했다. 노진혁이 빠진 기간 치른 15경기에서 5승10패에 그쳤다. 이후 노진혁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복귀했고 부진의 늪에서 계속 허덕였다. 순위싸움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노진혁은 힘을 쓰지 못했다. 7월 한 달 간 1할9리(46타수 5안타) 4타점 OPS .326으로 추락했다.
롯데의 성적도 덩달아 추락했다. 기세가 꺾였다. 5할 승률이 무너지며 가을야구 순위권에서 멀어졌고 이후 회복하지 못했다. 마지막 10월 타율 4할6푼7리(30타수 14안타) 1홈런 8타점 OPS 1.276으로 불타올랐지만 이미 가을야구행 티켓은 손을 떠난 뒤였다.
시즌 최종 성적은 113경기 타율 2할5푼7리(334타수 86안타) 4홈런 51타점 OPS .724이었다. 2013년 1군 데뷔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부진을 겪은 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FA 이적생으로 기대했던 바가 있었고 몸값까지 고려하면 노진혁의 2023년은 실망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노진혁의 존재감을 희망편, 절망편에서 모두 확인한 시즌이었다. 노진혁이 건강하게 버티고 있던 시기에 팀은 공수에서 안정적이었다. 반대로 노진혁이 이탈했던 시기에는 팀의 근간이 흔들렸다. 공수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해 부상과 통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뛴 시기가 적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야 하지만 실망스러운 시즌이었다는 평가는 변하지 않는다. 내년이면 35세 시즌에 접어드는 노진혁은 이제 다시 풀타임 유격수로 건재함을 보여줘야 한다.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 적절한 관리가 동반된다면 올해 초반의 활약이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편이고 노진혁은 여전히 주전 유격수일 것이다. 그러나 풀타임 유격수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보여줘야 한다. 올해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췄던 주전 2루수 안치홍도 한화로 이적한 상황에서 내야 사령관 역할을 해야 한다. 당장 어떤 선수가 2루수 주전을 차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진혁이 내야의 중심을 굳건히 잡아줘야 한다.
롯데의 최상 전력은 노진혁이 유격수 자리에서 버티고 있을 때다. 노진혁이 유격수가 아닌 부상자 명단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거나 3루수로 나서는 시간이 많아다면 전력이 삐걱거리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가 좌절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노진혁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