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판결, 트럼프에 오히려 호재?…'박해 콤플렉스'로 지지자 결집
민주당의 선거 간섭으로 보일 여지도 있어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 콜로라도주(州)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예비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최종적인 결정은 연방대법원이 내릴 예정인 가운데 이번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콜로라도 대법원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월6일 의회의사당 폭동을 독려한 행위가 반란(insurrection)에 해당한다며 그의 콜로라도주 대선 예비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콜로라도 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3항을 근거로, 취임 선서 등을 통해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맹세한 인물이 반란에 참여할 경우 다시 직무를 맡는 것이 금지된다고 봤다.
콜로라도주 외에도 알래스카, 애리조나, 네바다, 텍사스 등 최소 13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려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다만 미네소타주와 뉴햄프셔주 법원은 절차상의 이유로 관련 소송을 기각했다. 미시간주의 한 판사도 지난달 이 문제는 정치적인 것으로, 판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놨다.
단면적으로 봤을 때는 이번 판결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사용해 온 정치적 수사와 전략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이번 판결은 그가 자신의 지지자를 집결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선거를 조작하기 위해 관련 고위 당국자를 협박한 혐의 등 총 91개 혐의를 받아 4차례 기소된 상태다. 일련의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화당 내에서 60%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압도적인 지지에는 기소를 '정치 공작'으로 규정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화당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에는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다고 봤다. 심지어 응답자의 48%는 "기소 이후 2024년 트럼프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민·형사 소송을 마녀사냥으로 여기도록 공화당 지지층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며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의 입지는 형사 고발 이후 더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를 방증하듯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비민주적인 판결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민주당이 임명한 콜로라도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고, 연방대법원은 신속하게 우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며 "우리는 대법원이 마침내 비민주적인 소송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완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콜로라도 대법원의 판결을 당파적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좌파는 권력 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언급한다"며 "허위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투표에서 후보자를 제거하기 위해 사법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얇게 가려진 당파적 공격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유권자가 한 개인을 지지할 권리가 거부돼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민주당 측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 당한다면 오히려 민주당의 메시지가 퇴색될 수 있다.
백악관과 바이든 캠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NBC에 "이번 결정은 민주당이 임명한 판사들을 통해 선거 간섭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화당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부로 불리는 빌 크리스톨은 팟캐스트에서 "트럼프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승리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크리스 코피니스도 "이번 결정은 트럼프의 박해 콤플렉스(persecution complex)를 키울 뿐"이라며 "민주당원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오히려 그를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고 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셀로드 역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자신을 피해자로 묘사하면서, 그의 사법 리스크는 공화당 경선에서 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콜로라도 대법원의 판결 역시 똑같을 것이다. 그에게 '배터리 팩'이 될 것"이라고 썼다.
결국 관건은 지지하는 정당을 정하지 못한 스윙보터다. NBC는 "더 넓은 질문은 스윙보터들이 트럼프의 내러티브에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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