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4대그룹 복귀 덕 한경협 살아나…회장단 참여 논의중"
"대통령 순방 성공적…꼴찌→1등된 기분"
"이재용·정의선 특히 도움…소통 많이 한다"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100일이 지났는데 1000일이 지난 것처럼 쉴 새가 없었다. 본업인 풍산보다 한경협에 80%의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과거 같은 문제가 없도록 조직을 바꾸는 등 고심하고 있다. 내년이 진짜 중요한 해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출범 100일을 앞둔 소회를 밝혔다. 한경협은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지난 9월18일 기관명을 바꾸고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통합하는 등 변화를 꾀했으며 오는 26일 출범 100일을 앞두고 있다.
류 회장은 "사실 4년간 고사를 했는데 대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회장직을 수락했다. 한경협이 문을 닫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총대를 메고 수락을 했는데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바로 상근부회장을 내가 뽑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근부회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 회장은 한경협 초대 상근부회장으로 김창범 부회장을 선임했다.
류 회장은 "한경협은 상근부회장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며 "과거에는 회장과 부회장이 결단하면 상의도 안 하고 결정되는 시스템이었는데, 이제는 문제가 나오면 같이 상의하면서 결정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협 쇄신의 일환인 윤리위원회도 신설했으며 첫 안건 의결까지 마쳤다. 윤리위 초대 위원장은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이며 외부위원 4인, 내부위원 1인 총 5인으로 구성돼 있다. 내부위원으로는 김 부회장이 참여한다.
김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특정 액수 이상의 대외 지원, 소위 협찬과 관련된 사항은 의무적으로 윤리위 심의를 거친다. 이미 내년 1월 강원 동계청소년 올림칙 후원 문제를 첫 안건으로 의결했다"며 "엄격한 자정 작용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한경협은 전 정권에서 완전히 패싱당한 채 5년 이상 지나왔고, 중간에 김병준 회장대행께서 6개월간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는 특히 고마움을 갖고 있다. 류 회장은 "정부에서 한경협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갖고 같이 일하고 있다"며 "꼭 꼴찌에서 1등이 된 것 같은, 엘레베이터 지하에서 꼭대기로 올라간 기분"이라고 강조했다.
덕분에 한경협이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영국 국빈 방문을 주도하며 경제 대표단체로서 위상을 되찾았다는 진단이다.
류 회장은 "우리가 5~6년 활동을 못해서 녹슬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감탄했다"며 "정부 쪽에서도 역시 잘하는구나 칭찬을 많이 받았다. 일단 제자리에 돌아간 기분"이라고 밝혔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 때 전경련을 탈퇴했던 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의 복귀도 큰 힘이 되었다는 평가다.
그는 "4대 그룹이 들어왔기 때문에 지금 한경협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안 들어왔으면 아무것도 못했다"며 "다행이 총수 4명이 다들 잘 알아서 해주시고, 선친들이 한경협 회장단이기도 했고, 다들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류 회장은 "해외에서 자주 만나고, 개별적으로도 많이 만난다. 꼭 한경협이 아니라도 다른 일 때문에 만나고 해서 자연스레 얘기를 많이 한다"며 "이제 제가 총수들 중 나이가 제일 많아 소통하기가 쉽다. 4대 그룹 모두 저에게 잘 대해주고, 어려운 것 있으면 도와주려고 하고, 관계가 좋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도 "현재 한경협의 다양한 행사에 삼성, LG 등 4대 그룹이 다 참여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회장단 복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실무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참여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회장단은 차차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한경협 회장단은 류 회장, 김 부회장 외에 김승연 한화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준기 DB 창업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류 회장은 "여성 부회장이 한 명도 없어서 계속 찾고 있다"며 "4대 그룹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타이밍도 고심하고 있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신산업 회원사 저변 확대는 계속 진행 중이다. 김 부회장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기업들이 가입 요청을 하고 대화를 진행 중이지만 기업마다 사정이 있고, 비슷한 업종은 같은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들어오려고 논의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한경협이 가장 중점을 둘 부분으로는 글로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좋은 싱크탱크를 만들고, 한경협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류 회장은 "마치 워크아웃 기업을 회생시키는 기분"이라며 "과거 힘든 시절을 겪으며 해외 경제단체들과도 소원해졌는데 이를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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