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에도 꽃이 핀다’ 장동윤의 ‘20년 떡잎’ 이주명이 피울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지난 6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사냥개들’을 보며 우도환·이상이의 벗은 몸에 감탄한 기억이 있다. 두 사람은 극중 미들급 복서다운 매끈한 몸으로 출발, 드라마 후반엔 복수를 위해 파워를 높이려 5~6kg 증량된 근육을 과시했었다.
20일 첫 방영된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원유정 극본, 김진우 연출)에선 ‘김백두’역 장동윤이 씨름꾼이 되기 위해 무려 14kg이나 증량한 둔중한 몸매를 선보였다. 굵어진 허벅지로 인해 다리가 벌어지는 걸음걸이는 씨름선수 김백두의 개연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장동윤은 지난 13일 방송된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에서 “일주일에 5kg씩 찌웠다. 피자나 기름진 음식을 막 먹었다. 평소 내 무게를 넘어가니 평소 느껴보지 못한 무게를 느꼈다. 무릎 관절도 아팠다. 먹는 건 토할 때까지 먹었던 것 같다”며 “용인대에서 두 달간 씨름을 배웠다. 씨름을 하면 관절이 몹시 아프다. 전신을 다 써서 더 아픈 것 같다"고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장동윤의 몸을 이토록 고달프게 만든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제작진 표현 ‘버석한 현실 속 청춘들의 성장통’을 다룬 드라마란다. 원유정 작가는 “20년 만에 재회한 소꿉친구들이 그 시절 멈춰버린 성장을 마저 해나가는 성장 일기다. 알콩달콩한 로맨스와 씨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부연했다.
씨름이란 종목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다. 씨름처럼 시종일관 상대방과 부대끼는 스포츠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슷한 유도와 레슬링도 거리를 두고 잡기 싸움을 벌이고 스모는 밀쳐내기 바쁘다.
이에 반해 씨름은 샅바로 서로를 묶어둔 채 서로의 온 몸을 밀착시켜 힘과 기술을 풀어낸다. 상대 심장의 고동을 제 심장으로 느끼고 불끈한 상대의 근육에 제 근육으로 맞선다. 벅찬 호흡을 제 귓불로 감당하며 똑같은 호흡으로 상대 귓불도 공략한다.
‘부대끼며 성장한다’는 것이 드라마의 컨셉이라면 안성맞춤의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모래판 역시 드라마 속 청춘들이 살아내야할 버석한 현실을 상징하기에 제격이기도 하다.
장동윤이 맡은 배역 김백두는 ‘첫 끗발, 개 끗발’을 대변하는 씨름판의 대표사례다. 씨름계 전설 김태백(최무성 분)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씨름 시작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전국 어린이 씨름왕 선발대회'에서 씨름왕에 등극한 씨름 신동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세울만한 이력의 전부다. 서른 넘은 현재의 신분은 해체 위기의 거산군청 씨름단 소속 태백급 선수일 뿐이다.
무척이나 기대됐던 재능이다. 시간이 흘러도 꾀나 기대받던 재능이다. 다시 시간이 지나선 ‘혹여나’하는 기대도 받았었다. 하지만 재능의 개화는 한결같이 불발됐고 이제는 마냥 그 타령의 그저 그런 선수로 붙박혔다. 언필칭 ‘20년째 씨름 떡잎’.
2023 거산 단오장사 씨름대회를 앞두고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거산군청 후배이자 에이스인 임동석(김태정 분) 취재 현장에서 카운터파트로 모래판에 내동댕이쳐지는 역을 맡아야 했다.
그 꿀꿀한 날 거산초교 42회 동창회가 열리고 총무를 맡은 백두의 시선은 불참을 의미하는 빨간 줄 처진 이름 오두식에서 애잔하게 머문다.
백두에게는 동창회 자리조차 편치는 않았다. 금강장사 타이틀을 4회나 받은 잘나가는 동창 곽진수(이재준 분)로부터 “천하의 김백두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노?”란 조롱을 받았다. 어린 시절 백두의 그늘에 가려 살던 진수에게 김백두는 친구라기 보단 적에 가까운 존재였다.
백두는 그 조롱을 “진수 니 회비 안냈다”로 물타기한다. 그 거북한 상황에 목이 메이고 물인줄 알고 들이킨 술에 취해버린 백두. 그 채로 귀가 길에 나서 백두는 “두식아! 오두식!”하며 옛 친구의 이름을 줄창 외쳐댄다.
마침내 열린 단오장사 씨름대회. 백두는 이 대회서 장사타이틀을 못따면 은퇴하기로 작정했었다. 그리고 대진운은 그 결심조차 비웃는 듯 첫 상대로 우승후보이자 팀 후배인 임동석을 배정한다.
1승 1패 마지막 판 비디오판독으로 이어진 박빙의 승부였지만 백두는 끝내 패전의 고배를 마신다. 마침내 씨름을 정리할 때가 된 것이다.
경기장을 떠나온 심란한 발길은 백두를 옛 친구 오두식의 옛 집으로 이끈다. 문 옆 난간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던 백두 눈에 문득 짐 바구니들이 보인다. 빈 집여야 마땅한데 싶어 집안으로 들어서보니 집안에도 여기저기 놓여있는 짐들. 그리고 문득 느껴진 인기척에 돌아다본 순간 허공을 빙 돌아 바닥에 처박힌다.
그리고 그런 백두 앞에 들이밀어진 손. 그 손의 주인공인 낯선 여자를 보며 백두가 주저주저 묻는다. “혹시 니 두식이 아니가?”
시놉시스상 그 여자의 이름은 오유경(이주명 분)이다. 거산군청 씨름단 관리팀장으로 내려온 인물로 백두가 아는 두식과 동일인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드라마는 첫 회부터 ‘오두식’이란 존재에 미스테리를 부여했다. 카페사장 주미란(김보라 분)이 거산 내려와 골백번도 더 들은 이름 오두식. 그 이름을 들을 때면 질색팔색 한다는 마을 사람들. 미란은 그 오두식의 사연이 궁금하지만 진수 역시 흠칫하고 말돌리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오두식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양산과 함께 거산에 등장한 오유경은 정말 문제의 그 오두식인 걸까? 그리고 뜬금없이 발생한 외지인 최칠성의 죽음. 서울경찰청이 주시하던 이 인물의 죽음은 거산과, 그리고 주요 배역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장동윤의 잘 만든 씨름 떡대 보는 재미와 함께 미스테리한 도입부가 새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를 지켜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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