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 코피투혼에 응급실행...그렇게 이순신이 되다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2. 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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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윤석이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완벽 변신, 또 한 번 관객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부상 투혼까지 발휘하는 혼신의 열연을 펼치며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담은 블록버스터 영화. 김한민 감독의 10년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대한민국 흥행 역사를 새롭게 쓴 경이로운 시리즈의 후속작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4년 '명량'이 1,76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1위를 지키고 있고, 2022년 '한산: 용의 출현'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726만 명이라는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노량: 죽음의 바다'는 충무로 대표 배우 김윤석이 '명량' 최민식의 용장(勇將),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의 지장(智將)과는 다른 현장(賢將) 이순신을 그리며 그 계보를 성공적으로 이었다.

김윤석의 명품 열연에 힘입어 '노량: 죽음의 바다'는 20일 개봉 첫날 21만 명을 모으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특히 기존 왕좌 '서울의 봄'을 제치고 1위로 등판, 박스오피스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김윤석은 19일 개봉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흥행 부담감을 토로했으나, 이는 결국 엄살을 부린 것이 되었다. 그는 "감개무량한 마음도 있고 떨리는 마음도 있다. 예매율 1위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거 같다. 좀 더 많은 성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니까. '명량'이 쓴 한국 영화의 최고 신기록을 깨야겠다, 이렇게까지 바라진 않지만 적어도 참여한 모든 사람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흥행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라고 개봉을 앞둔 소회을 밝혔다.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무게감의 이순신 프로젝트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막중한 부담감에 김윤석 본인도 "'잘해 봤자 본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역할"이라며 혀를 내둘렀던 바.

김윤석은 "'명량'에 이어 '한산: 용의 출현'이 나왔을 때 '아 김한민 감독 이 사람이 노량해전까지 가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명량'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기어코 '한산: 용의 출현'도 만들어냈으니. 가장 중요한 해전이 노량이니까 그렇다면 노량까지 건드리겠구나 싶었던 거다. 그게 저한테 왔을 때는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호기심이 있었다. 왜 호기심이 생겼냐면 도올 김용옥(철학자) 선생님의 '차이나는 도올' 방송에서 이순신 장군님의 노량해전에 관한 강의를 보고 '역시 장군님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역시나 무척 훌륭하신 거다. 또 대본엔 반드시 들어가야 할 7년 전쟁의 의미, 한-중-일 삼국의 입장, 이런 게 다 뒤섞여 있었고 드라마의 밀도가 굉장히 좋았다"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답했다.

이어 그는 "'노량: 죽음의 바다'엔 7년 전쟁의 시작과 끝맺음이 담겨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작품이 되겠구나 싶었다. 이런 의미가 없다면 제가 굳이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을 거다. 하지만 '노량: 죽음의 바다'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어서 저한테 어떤 끌림을 줬다"라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불굴의 집념을 지닌 김한민 감독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님이 시나리오로 러브레터를 보내셨다. 첫 미팅 때 시나리오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왜 이 장면을 넣은 건지 모든 신을 쫙 설명해 주셨다. 일단 제가 그 자리에 나갔다는 건 '노량: 죽음의 바다'에 매력을 느꼈다는 것인데 그날 감독님의 전체 브리핑으로 충분히 공감도 느꼈다. 그 브리핑이 실제 촬영이 끝날 때까지 유지가 되기도 했고. 연출 의도에 깊이 공감해서, 우리는 이 작품의 완성도를 훌륭하게 높일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이순신 장군님에 관해선, 대한민국에서 김한민 감독님만큼 많이 아는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은 정말로 모르는 게 하나도 없더라. 장군님 부하 장수들의 가족들까지 다 알고 있다. 뭘 물어보면 막히는 게 없다. 첫 미팅 날 이미 검증이 됐기에, '당신을 무조건 따라가겠다' 했던 거다"라고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님이 진짜 배짱이 좋더라. 지긋이 기다리고 계속 차분히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만들어 이루어나가는 모습을 볼 때 '굉장히 대단한 감독 중에 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사실 시간도 다 돈이니까, 촬영 일수에 대한 압박감이 온다. 그걸 다 버텨내시는데, 감독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을 갖고 계시더라. 그런 점에서 정말 높이 평가한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 대한 김윤석의 각오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앞서 '명량'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 두 분이 훌륭하게 작품을 해내셨지만 저한테 더 부담은 이순신 장군님 그 자체였다. 저는 두 배우와 똑같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이분들과 이심전심, '수고가 많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뜨거운 진정성을 엿보게 했다.

김윤석은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이순신 장군님은 말 수가 적고 겉으로 절대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라 계속 고민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이 힘들고 즐겁기도 했지만 이전 영화들처럼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순신 장군님의 초인 같은 정신력에 워낙 비장했다"라고 남달랐던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야말로 온몸을 내던진 김윤석. '코피 투혼'을 불사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는 "어느 날 촬영 중에 갑자기 코피가 나는 거다. 저도 '왜 코피가 나는 거지?' 놀랐고, 잠깐 쉬다가 다시 하자 했는데 휴식을 취해도 코피가 멈추지 않더라. 그날이 아마 일요일이었을 텐데 결국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 제가 나오는 장면을 빼고 다른 장면을 찍게 했다. 응급실에서 의사분이 오셔서 하는 말이 일단 옷을 다 벗으라는 거였다. 피로 누적은 물론이고 무슨 이런 꽉 끼는 옷을 입었냐고 하시더라. 갑옷 때문에 혈액순환이 안 됐다는 거다. 투구까지, 안 흔들리게 꽉 껴서 착용하니까 혈압이 올라 코피가 났던 거였다"라고 뒷이야기를 꺼냈다.

아찔한 일화를 겪었음에도 김윤석은 "정상 혈압이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 하셨고, 정상 혈압이 되니 의사 선생님 말씀이 오늘은 그 옷을 입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셨다. 제가 대표로 (코피 투혼을) 보여준 거 같다. 장군님이 해야지 누가 하겠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갑옷에 투구를 쓰면 무게가 늘어나고 거기에 칼 차고 신발 신고 하다 보면 또 무게가 늘어난다. 그래서 총 20KG이 넘어간다고 보시면 된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더했다.

이에 김윤석은 '노량: 죽음의 바다'를 마친 소회에 대해 "갑옷 때문에 끝나니까 속이 시원했다. 그만큼 치열하게 5~6개월 동안 찍어서 확 놔버렸다고 해야 하나. '이제는 놓자', 후회해도 촬영이 끝났으니 마음을 비우자 했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죽는 장면을 찍으면서 위대한 장군의 죽음이라기보다 '아 저 사람도 인간이구나' 하는 마음을 느꼈다. 본인의 직업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50대의 한 인간의 죽음, 그것이 가장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봤다. 그래서 김한민 감독님과 제일 많이 나눴던 말이 '진실된 표현을 합시다'였다"라며 여전히 역할에 빙의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김윤석은 "참된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올바른 끝맺음이 필요하다. 관객분들이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보시면서 이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끝으로 김윤석은 '서울의 봄'과 쌍끌이 흥행을 기대하며 예년과 같은 한국 영화의 부흥을 염원했다. 그는 "'서울의 봄'의 경우처럼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에 관객들이 몰린다는 공식이 맞아떨어지면 굉장한 쾌감이 온다. 그래서 반대로 좋은 영화가 외면당할 때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 '도대체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심정이 들 정도로. 더군다나 시기적으로 한국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힘을 얻어야 할 때에 '서울의 봄'이 잘 돼서 정말 좋다. '노량: 죽음의 바다'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연말, 그리고 내년 새해의 장을 확 열어주면 좋겠다. 또 우리 영화의 기세를 다른 좋은 영화가 이어나가준다면 한국 콘텐츠의 힘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감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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