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기 불확실성 지속...재계, 긴축 경영 고삐

류은주 기자 2023. 12. 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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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폭 줄이고 조직 슬림화…출장비·회식비 등 경비 절감

(지디넷코리아=류은주 기자)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2024년 새해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자, 재계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인력 효율화에 나서는 등 긴축 경영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특히 원자재·핵심광물 등에 대한 공급망 불안이 여전하고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우리 수출 경기를 이끄는 산업에 대한 회복 속도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 기업들이 향후 1~2년 경기 전망에 비관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은 연말 정기 인사에서 승진 폭을 크게 줄였다. 또 임원 혜택을 줄이거나 출장비·회식비 축소 등 다양한 비용 절감책을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 SK 주요 계열사 조직 슬림화…임원 승진 폭 대폭 줄어 

새해 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SK그룹은 조직개편을 통해 인력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을 모두 SK로 이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주사와 콘트롤타워 SK수펙스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내부 인력 재배치에 나섰다. 아직 조정 중이기에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이 어렵지만 팀장급 인원이 감축될 가능성도 있다.

SK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조직개편에 따른 이동이다"며 "구체적인 인원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인원이 줄어들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청주 반도체 생산라인(사진=SK하이닉스)

앞서 SK하이닉스는 임원과 팀장의 복리후생비와 활동비 등의 예산을 각각 50%, 30%씩 삭감했다. 또 SK온은 회식비 절감을 위해 최근 외부 식당 대신 사내 구성원 전용 카페테리아에서 '크로스캔미팅'(조직 간 합동회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임원 인사 승진 폭이 예년보다 대폭 줄어든 것도 긴축 경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SK그룹 신규 선임 임원은 총 82명으로 지난해(145명)보다 43% 감소했다. 

■ 반도체 한파 삼성, 비용절감 움직임 이어져

삼성전자도 이번에 총 143명 신규 임원을 승진시켰는데 이는 지난해(187명)보다 23% 줄어든 규모다.

삼성전자는 임원 혜택을 줄이기도 했다. 원래는 부사장급 임원 차량으로 제네시스 G90을 지원했지만, 이번 부사장 승진자는 G80으로 사양을 낮췄다. 

반도체 생산 라인.(사진=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출장자와 소모품비를 줄이는 등 운영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직원들은 성과급 쇼크에 직면했다. 반도체 불황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직원들은 전년보다 적은 성과급(TAI) 통보를 받았다. TAI는 삼성의 성과급 제도 중 하나로 매년 상·하반기 한차례씩 실적을 고려해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지급한다. 그 중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지급률 0%로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메모리반도체 12.5% ▲반도체연구소 25% ▲SAIT(옛 종합기술원) 25% 등으로 성과급을 받는다.

■ LGD, 희망퇴직 단행…'워룸' 덕 본 LG전자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위기를 겪는 LG그룹은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사무직을 대상으로 자율휴직을 시행한 데 이어 최근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경기 파주시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적자가 3조6천억원대에 달한다. 이에 투자 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 1조3천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가동한 비상 경영 TF '워룸' 덕을 봤다. LG전자는 올해 장기적 경기 침체에 따른 IT 수요 부진에도 전장(VS사업부) 등 신사업 호조세를 기반으로 올해 2, 3분기 모두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 한화큐셀, 첫 희망퇴직…한화오션, 원가절감 TF 가동

한화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원 칼바람이 분다. 지난해는 한화 모멘텀, 올해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하나화큐셀)에서 생산직을 대상으로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국내 태양광 시장 침체에 따른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최근 충북 음성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3분기 매출 2조9천258억원, 영업이익 983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9.7%, 70.8%씩 줄어든 수치다. 한화큐셀 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이익이 347억원에 그친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년 동기(3천368억원)보다 영업이익이 82.4%나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이 건설한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 발전소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한화오션도 원가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10월 사내 게시판에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포스터를 올렸는데, 무려 3억원에 달하는 포상금을 내걸었다. 재무적 효과가 입증되면 실제 원가 절감액의 1%(최대 3억원)를 지급한다. 지난 7월 신설한 'TOP(토탈 오퍼레이션 퍼포먼스)추진 TF'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밖에 효성그룹도 내년 예산과 관련해 접대성 경비와 출장비 등 제조·생산 부문과 거리가 있는 예산 지출을 줄일 것을 계열사에 권장하는 등 재계에서는 운영 비용 효율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비용 절감 차원의 움직임은 있었다"며 "내년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수적인 비용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riswel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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