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百 강남점, 국내 최초 '3조 시대' 열었다

김민우 기자 2023. 12. 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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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올해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단일 백화점 점포가 연 3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강남점 올해 누적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섰다고 21일 밝혔다. 신세계 강남점은 2000년 개점 이후 10년만인 2010년 연 매출 1조원 돌파했다. 2019년 국내 첫 2조원 점포가 됐고 그 후 4년 만인 올해 3조원의 벽을 뚫었다.

단일 점포 매출 3조원이 넘는 백화점은 영국 해러즈 런던(2022년 약 3조 6400억원),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2022년 약 3조 1600억원) 등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에 불과하다.

백화점 하루 영업시간 10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1초에 23만원씩 판매해야 가능한 수치다. 강남점의 올해 영업면적 3.3㎡(평)당 매출은 1억 800만원에 달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소비 한파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탄탄한 VIP(우수고객)층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갔고 백화점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2030세대와 엔데믹 이후 외국인 고객 공략에 성공한 결과"라며 "그간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결실을 맺었다"고 분석했다.

신세계 강남점 고객 절반은 VIP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최고 매출을 달성한 데는 구매력을 갖춘 VIP의 힘이 컸다. 올해 신세계 강남점 구매 고객 중 VIP의 비중은 절반(49.9%)에 달해 신세계 다른 점포 평균(35.3%) 대비 월등히 높다. 신세계 관계자는 "VIP가 신세계 강남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는 독보적인 MD(상품기획) 역량 덕"이라고 분석했다.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최다 수준인 1000여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명품매장만 에르메스(4개), 루이비통(3개), 샤넬(4개) 등을 비롯해 구찌(6개), 디올(4개)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강남점에서만 각각 패션 · 화장품 · 주얼리 등 카테고리별 세분화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소득 가구가 밀집한 강남 지역에 위치한 지리점 이점도 작용했다. 엔데믹 이후 가전가구 성장세가 주춤한 분위기에서도 강남점은 예외였다. 특히 서초 반포 · 강남 개포 등 강남권 신규 아파트 입주에 힘입어 올해 강남점의 리빙 카테고리는 35.7% 성장했다.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 가구와 대형 가전도 속속 팔려 나갔다.

여기에 더해 강남점은 100명에 달하는 VIP 서비스 전담 인력과 등급별 세분화된 VIP 라운지, VVIP 커스터마이징 등 품격 있는 서비스로 견고한 우수고객층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신규 고객 절반은 2030
신세계 강남점이 제휴카드와 신세계포인트 이용자들을 대상(전체 매출의 80% 수준)으로 매출 구성을 분석해본 결과 매출의 50.3%는 서울 외 지역 고객이 만들었다. 수도권이 23.2%로 타 수도권 점포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아 사실상 전국구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호남선과 경부선, 영동선을 운행하는 고속버스터미널과 인접한데다 서울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과 이어져 유동인구가 풍부한 교통 요지에 위치한 덕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 이하가 구매고객의 40%를 차지한다. 특히 20대가 10%를 차지하며 '잠재 고객'에서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게 신세계백화점의 설명이다. 올해 신규 고객 매출의 절반은 20~30대에서 나왔다.

강남점이 이처럼 2030세대로 고객층 확장에 성공한 것은 스트리트 패션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들여오면서다. 강남점은 지난해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시작으로 올해 남성 컨템포러리 전문관, 프리미엄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 등 이른바 'MZ 브랜드' 중심으로 새단장해 온라인에 집중됐던 영패션 수요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왔다.

그 결과 스트리트 캐주얼(94.6%), 스포츠·아웃도어(51.6%) 카테고리가 젊은 고객들 중심으로 크게 신장했다. 이런 매장 구성은 개인 관광객 중심으로 재편된 여행 트렌드와도 맞아 떨어졌다. 올해 해외 100여개국 외국인이 신세계 강남점을 찾으며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587% 증가했고, 멤버십 가입 외국 고객 역시 372% 늘었다.

내년에는 국내 최대 식품관 연다
신세계는 끊임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 점도 고객의 발길을 끄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품목과 브랜드를 한 곳에서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한 편집형 '전문관' 시스템(2016년)과 팝업 전용 공간 '더 스테이지'(2018년) 등은 신세계가 도입해 백화점 표준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팝업 전용 공간 '더 스테이지'는 유휴 공간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던 관행을 깨고, 임시 매장을 위한 정식 공간을 마련하는 과감한 시도로 오프라인 쇼핑을 다채롭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더 스테이지 팝업을 통해 시즌 컬렉션이나 신상품을 최초 공개하며 글로벌 명품 트렌드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센트럴시티와 협업해 센트럴시티의 유휴 공간을 백화점 콘텐츠로 채우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강남점의 물리적 공간을 확장하고 고객들을 강남점으로 유인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내년에는 식품관이 리뉴얼된다.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국내 최대인 1만 9800㎡(약 6000평) 규모로 선보인다. 국내외 최고의 디저트만 엄선해 선보이는 스위트 파크와 프리미엄 푸드홀이 들어설 예정이며, 업계 최초로 위스키 · 샴페인 모노샵도 도입하는 등 '식품 장르별 전문관'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할 계획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강남점의 국내 최초 단일 점포 3조원 달성은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얻어낸 귀중한 결실"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백화점으로서, 신세계는 고객의 삶에 쇼핑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또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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