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의 나라' 佛도 이민 문턱 높였다…마크롱 "우리에게 필요한 방패"

김민수 기자 2023. 12. 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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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정권서도 비판 목소리 "극우세력과 타협한 것"
2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엘리제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프랑스5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의회에서 통과된 이민법 개정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2023.12.20/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에서 극우정당의 지지로 이민 문턱을 높이는 새 이민법이 통과되면서 정치적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새 이민법 개정안이 "우리에게 필요한 방패"라며 강력히 옹호했다.

20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5 방송에 출연하여 전날 프랑스 상·하원에서 통과된 이민법 개정안이 타협을 통한 불가피한 결과였으며, 자신 또한 개정안의 모든 측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는 의회에서 통과된 이민법 개정안에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 조항이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이를 헌법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위헌이라고 판단되면 의회는 개정안에서 일부 강력한 조치를 철회할 수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개정안에 외국인 유학생이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조치라면서 개정안이 수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3년 반이 남았다"며 "장담하건대 나는 지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새 이민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 사실상 타협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 반박했다. 그는 마린 르펜의 RN이 "조잡한 책략"을 펼쳤다며 "이민법 개정안에 RN의 생각은 없다. RN의 패배다"고 일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불법 이민과 싸우는 것은 우파만을 위한 주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 소속 마린 르펜 의원이 새 이민법 초안에 대한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이번에 의회에서 통과된 이민법 개정안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인 속지주의가 제한된다. 프랑스에서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더 이상 성년이 되면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이제 16세에서 18세 사이에 프랑스 국적을 신청해야 한다. 나아가 프랑스에서 출생한 외국인 중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취업 상태'인 외국인과 그렇지 않은 외국인을 구분하고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혜택과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가족수당'의 혜택 대상이 되기 위해선 근로자의 경우 3개월, 비근로자의 경우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주택보조금(APL)도 비근로자의 경우 5년, 그외의 경우 3개월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한 직종에 종사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에게 특별 체류를 허가하는 조항도 더욱 엄격해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청자는 프랑스에 3년 이상 거주하고, 지난 24개월 중 최소 12개월 이상을 유급 고용 상태에 있어야 1년짜리 체류 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외국인(망명 신청자 제외)의 수를 제한하기 이민자 쿼터를 의회가 매년 논의한다.

프랑스는 이번 개정안에서 경찰관, 각종 행정 공무원 등 '공권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고의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중국적자의 프랑스 국적을 박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 당시 폐지된 '불법 체류 범죄'도 부활시킨다.

이민자의 '가족 재결합'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신청자는 이제 프랑스에 24개월(이전 18개월) 이상 거주해야 하며, '안정적이고 규칙적이며 충분한 자원'과 건강보험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자의 연령은 18세가 아닌 21세 이상이어야 한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외국인 학생은 학생 거주 허가를 신청할 때 잠재적 '퇴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서부 도시 렌에서 새 이민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3.12.20/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마크롱 정권의 좌파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 의회 표결에서 수십 명이 기권 또는 반대표를 던졌다.

오렐리앙 루소 보건부 장관은 개정안에 항의로 사임을 표명했다. 그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이 법안을 옹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마크롱 정권 위기설'을 일축하면서 "우리는 할 일을 다 했고, 시민들이 요구하는 유용한 대책이 담긴 내용을 원했다"고 강조했다.

브르타뉴의 장 샤를 라르소뇌르 의원은 인터뷰에서 이민법이 "공화주의적 가치"와 어긋난다고 비난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동맹인 중도 정당 '오리종'(Horizons)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집권여당 르네상스 소속 야엘 브라운-피베 하원의장조차도 법안의 일부 내용, 특히 자녀를 둔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의 접근을 제한하는 데 대해 "끔찍하게 괴롭다"고 지적했다.

파리의 국립통계 경제연구소(INSEE) 따르면 프랑스 인구에서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46년 프랑스 전체 인구 중 이민자 비율은 5%에 불과했지만 2021년 기준 10%를 넘어섰다.

한편 유럽 전역에서도 이민의 문턱을 대폭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비정규 입국자에 대한 신속한 심사 및 국경 구치소 설립, 거부된 망명 신청자에 대한 신속한 추방과 더불어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유럽 남부 국가와의 연대 방안 등이 담긴 이민법 개정안을 합의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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