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괴물' 김민재, 어깨싸움으로 상대 또 날렸다…13경기 연속 풀타임 → 뮌헨, 볼프스부르크에 2-1 승리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상대 공격수를 멀리 날려버리는 강력한 몸싸움.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수비에서 철벽 모드를 가동하며 바이에른 뮌헨의 연승을 이끌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21일(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16라운드에서 볼프스부르크를 2-1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바이에른 뮌헨은 리그 2연승에 성공하며 12승 2무 1패 승점 38점으로 한 경기 더 치른 선두 바이어 레버쿠젠(승점 42점)을 계속 추격했다.
김민재가 또 다시 바이에른 뮌헨의 후방을 책임졌다.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치른 리그 15경기 중 14경기에 선발 출전하고 있는 김민재는 어김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리그에서 연속 풀타임도 묀헨글라트바흐와 3라운드부터 13경기 연속으로 늘렸다.
김민재를 선발 한 자리에 배치한 바이에른 뮌헨은 다요 우파메카노, 알폰소 데이비스, 콘라트 라이머로 포백을 구성했다. 하파엘 게헤이루와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가 3선을 책임졌고, 르로이 사네, 토마스 뮐러, 자말 무시알라가 2선에 섰다. 최전방은 해리 케인, 골문은 마누엘 노이어의 몫이었다. 직전 슈투트가르트전과 선발 변화가 없었다.
김민재는 앞서 슈투트가르트전에서 공격 본능 뽐냈다. 그동안 괴물 같은 수비력을 보여줬던 김민재인데 이날은 공격에서 펄펄 날았다. 세트피스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데 이어 여러차례 공격포인트를 쌓을 기회가 있었다. 번번이 비디오 판독(VAR)이 여의치 않은 문제로 취소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김민재의 위력은 세트피스에서 잘 드러났다. 좋은 제공권으로 공격에 가담해 골망을 출렁였다. 전반 24분 프리킥 상황에서 파블로비치가 문전으로 올려준 볼에 반응했다. 높게 뛰어올라 머리를 갖다대 골을 뽑아낸 아주 정상적인 득점이었다. 그런데 긴 VAR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느린 그림으로 봤을 때도 의견이 갈릴 만큼 찰나의 차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경기장에 정확하게 오프사이드 여부를 가릴 기계가 부재했다. 독일 매체 '빌트'는 "알리안츠 아레나의 일부 카메라가 결함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VAR에서 선조차 긋지 못했다"고 바라봤고, 'DAZN'은 "카메라 문제로 VAR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판정을 번복할 수 없어 김민재의 골이 인정받지 못했다"며 기술적인 문제로 취소된 부분을 강조했다.
아쉽게 데뷔골의 순간을 날린 김민재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10분 케인의 멀티골 장면에서도 제공권을 앞세워 간접 기여를 했다. 이번에도 파블로비치가 처리한 프리킥을 김민재가 머리를 갖다댔다. 이 볼이 케인 앞으로 떨어졌고, 머리를 이용해 2-0을 만들었다. 김민재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케인의 단독 득점으로 인정했다.
김민재는 결국 데뷔골을 폭발했다. 후반 18분 또 다시 파블로비치와 호흡이 맞았다. 파블로비치가 올려준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골을 뽑아냈다. 골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됐으나 첫 슈팅 방향이 골문을 향했기에 김민재의 득점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 골로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첫 득점 포효를 했다. 김민재는 세트피스에서 곧잘 골을 뽑아낸다. 나폴리 시절 입단 초기 연달아 헤더골을 터뜨려 각광을 받았고, 클린스만호에서도 지난 10월 베트남전에서 이강인의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득점 맛을 봤다.
독일 언론은 일제히 "괴물이 돌아왔다"고 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보여줬던 놀라운 기량으로 올여름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다소 적응의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로부터 비판을 받고, 지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전 5실점 대패로 평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민재가 데뷔골과 함께 돌아왔고 수비력도 이제 기대하는 수치에 도달했다는 평가였다. 이런 시선을 증명하듯이 모든 호평이 김민재에게 향했다. 기본적으로 경기 최우수 선수(MOM)에 김민재가 선정됐다. 아울러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김민재를 평가하며 "케인, 플로리안 비르츠와 함께 15라운드 이주의 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는 제목으로 15라운드 이 주의 팀을 소개했다. 데스리가 사무국은 김민재를 괴물(The monster)이라고 정확하게 칭하기까지 했다.
김민재가 분데스리가 이주의 팀에 선정된 건 처음이다. 김민재는 지난 14라운드까지 한 차례도 이주의 팀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최후방을 홀로 계속 책임졌으나 늘 평가는 박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전을 통해 현지 여론을 사로잡았다. 이미 팀 안에서는 최고 평가를 받아왔다. 무시알라는 "김민재를 사랑한다. 그는 훌륭하다. 해리 케인도 마찬가지다. 정말 좋다. 동기부여를 하고, 우리들을 이끌고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준다. 우리가 함께 뛰면 뛸수록 서로 같이 이해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강해진다"고 치켜세웠다.
김민재를 혹사 지경까지 몰 만큼 꾸준히 기용하고 있는 토마스 투헬 감독도 "김민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도 우파메카노와 함께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두 선수는 두 경기 연속 자신들의 수준을 증명했다. 프랑크푸르트전 1-5 패배 이후에도 그들은 빠르게 다음 경기에 집중하려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우린 둘의 활약에 매우 행복하다"고 신뢰에 기반해 칭찬했다.
자연스럽게 평점도 좋았다. 축구 통계 전문 '소파스코어'는 김민재에게 8.3점을 주면서 양팀 통틀어 최고점을 부여했다. 멀티골을 넣은 케인보다도 더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였다.
또 다른 통계 업체 '후스코어드닷컴'도 김민재에게 케인보다 높은 팀 내 최고 평점을 줬다.'유로 스포르트'는 "김민재는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냈지만 이날 인상적인 수비를 다시 잘 보여줬다. 공격에서도 불굴의 정신력을 과시했다"며 평점 9점을 줬다. 독일의 유력지인 '키커'와 '빌트'도 김민재에게 만족감을 표했다. 양측 모두 김민재를 이주의 팀에 포함시킬 정도로 매료됐다.
김민재의 최고의 모습은 한 경기로 끝나지 않았다. 슈투트가르트전으로 확실하게 살아난 괴물의 면모를 볼프스부르크전에서도 잘 보여줬다. 김민재는 이날 90분을 소화하면서 100%의 태클 성공률을 포함해 걷어내기(2회), 가로채기(3회), 헤더 클리어(1회) 등 좋은 수비 지표를 과시했다.
패스가 장점이라 빌드업 시발점을 도맡은 김민재답게 이날도 90번 패스를 시도해 83번 동료에게 연결하면서 92%의 높은 정확도를 과시했다. 김민재의 영향력을 살핀 풋몹은 7.5점의 평점을 부여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소파스코어도 김민재에게 6.8점을 주면서 승리에 기여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민재는 볼프스부르크의 전의를 초반부터 꺾었다. 과감하게 왼쪽을 돌파해 절묘한 지점으로 크로스를 올렸는데 김민재가 코스를 미리 읽고 점프해 차단하면서 벽의 느낌을 안겼다. 슈투트가르트전에서 힘을 받은 김민재의 머리가 이날도 좋은 공격 루트가 됐다. 전반 5분 바이에른 뮌헨의 첫 슈팅이 김민재의 헤더였다. 김민재는 수비에서 볼프스부르크의 전진을 계속 막아냈다. 오른쪽 측면으로 접근하면 어느새 공격수 앞에 나타나 차단했다.
김민재가 후방을 책임진 사이 차분하게 공격을 펼치던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에만 2골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나갔다. 전반 32분 무시알라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선제 득점을 했고, 42분에는 케인이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케인은 리그 21호골로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향해 내달렸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이 끝나기 전 볼프스부르크에 만회골을 허용했다. 자연스럽게 후반에는 상대 맹공을 차단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럴수록 김민재의 영향력이 빛을 발했다. 김민재는 후반 17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를 어깨싸움으로 밀쳐 날려버렸다. 김민재 특유의 파울을 범하지 않고 상대의 기를 죽이는 수비 방식이다.
김민재의 강인함을 확인한 토마스 투헬 감독은 마티아스 더 리흐트를 투입하며 스리백으로 변화를 줬다. 김민재의 전술 이해도를 높이 평가한 데 따른 전술 변화다. 김민재는 투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남은 시간 볼프스부르크의 공격을 모두 차단해 2-1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김민재의 영향력이 대단했기에 바이에른 뮌헨은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차출로 빠질 공백을 벌써 걱정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볼프스부르크전을 끝으로 보름가량 겨울 휴식기에 돌입한다. 내년 1월 12일 호펜하임전을 통해 분데스리가가 재개된다.
이때 김민재는 클린스만호에 합류해 아시안컵 첫 경기를 앞둔 시점이다. 김민재는 볼프스부르크전을 끝내고 국내로 돌아온다. 다만 피로가 크게 쌓여 국내 소집 훈련 명단에는 제외되는 배려를 받았다.
이재성(마인츠)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국내 소집에도 합류하나 김민재는 휴식이 먼저라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김민재는 곧 귀국 후 충분한 휴식을 보낸 뒤 국내파와 함께 1월 2일 전지훈련 캠프인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할 계획이다.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의 성적에 따라 김민재의 결장 기간은 최대 한 달을 넘길 전망이다. 클린스만호가 결승까지 순항하면 김민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이 열리는 2월 초에나 복귀 가능하다. 그때까지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에게 크게 기댔던 전반기와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민재는 클린스만호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있어 핵심 자원이다. 공격력은 최고라는 현 시점에서 버텨줘야 하는 임무를 가진 후방은 김민재가 중심을 이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부임 후 김민재를 꾸준하게 출전시키면서 포백 완성도를 다져왔다.
이번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에 있어 아시아 최고를 자부할 무대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 평가를 받는 김민재를 통해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 축구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국가로는 최고 성적(4강)과 최다 본선 진출(11회)의 영광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아시안컵에서 우승과 연은 맺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안컵 정상에 오른 건 1956년 초대 대회와 4년 뒤 서울에서 열렸던 2회 대회가 전부다.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기 위해서는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왕의 귀환을 완성해야 한다. 정상을 탈환할 적기라는 평가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통해 한국 축구가 다시 부흥했고 김민재를 비롯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이재성, 정우영 등 어느 때보다 유럽파의 활약이 좋아 역대 최고의 전력이라는 평가다.
클린스만호도 아시안컵 우승을 정조준한다. 준비 기간도 예년에 비해 길었다. 평소 여름에 월드컵을 마치고 새로운 감독과 반년도 준비하지 못하고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것과 달리 카타르 월드컵이 겨울에 치러지면서 이번 아시안컵은 1년 가까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대비했다. 클린스만호는 9월 A매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긴 뒤 흐름을 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목표도 명확하다. 64년 만에 한국에 아시아 최고 트로피를 안기겠다는 심산이다. 지난달 A매치 기간을 앞두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같은 조에 속한 싱가포르의 전력을 점검 차 싱가포르를 찾은 자리에서 스포티비뉴스를 만나 아시안컵 우승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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