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 치우는 우주로테크…"2025년 우주 청소 큰 장 선다" [긱스]

이시은 2023. 12. 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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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성이 수명을 다하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민간 우주개발이 가속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다가오면서, 임무를 다한 위성이 우주 공간에 버려지는 경우가 급증할 전망입니다. 자연히 글로벌 규제 움직임이 시작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위성을 파괴하는 스타트업이 탄생했습니다. 전원이 20대로 이루어진 초기 스타트업 우주로테크가 어떤 아이디어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지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2025년에는 미국의 ‘우주쓰레기’ 규제가 본격화할 것입니다. 내년이 각국 스타트업들의 승부를 가를 변곡점이 될 겁니다.”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는 “내년 8월 우주 환경 시험을 마치고 고객사들 초소형 위성 20개를 수주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주로테크는 수명이 다한 작은 위성들을 폐기하는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이다. 위성을 쏘아 올릴 때, 기체 양옆에 가로 30㎝, 세로 10㎝ 크기에 널빤지 모양 역추진체 2개를 붙여주는 것이 핵심 원리다. 크기가 작은 위성은 지구 방향으로 낙하하면 대기 마찰로 인해 깨끗하게 불타 없어진다. 이 대표는 “극대화된 공간 효율성이 특징으로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방식이라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합성 같은' 스페이스X 통해 꿈꾼 창업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 /우주로테크 제공


이 대표는 “고등학교 때 스페이스X 로켓 발사 영상을 봤는데, 처음엔 합성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1996년생인 그가 학창 시절을 보낼 때는 스페이스X가 로켓을 쏘았다가 다시 지표면에 앉히는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한창 연구하던 때였다. 그는 “처음엔 로켓이다 보니 당연히 외국의 한 정부가 쐈다고 생각했는데, 영상 하단 로고를 보니 민간 기업이 만든 것이었다”며 “창업을 떠올린 첫 순간”이라고 했다. 2015년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과에 입학한 뒤론 학부연구생 생활을 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지난해 연세대에서 위성 연구로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지난 7월 첫 투자를 받으며 정식으로 법인을 세웠다.

우주쓰레기는 그의 오랜 고민이었다. 이 대표는 “처음엔 누가 봐도 멋있는 발사체 사업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같은 추진체 기술로 좀 더 영향력 있는 아이템을 찾고자 했다”고 했다. 기존에도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회피를 위한 추진 기술은 쓰이고 있었다. 우주 공간에서 작은 추진 장치를 이용해 스스로 방향을 트는 수준이었다. 그는 여기서 아예 역추진 기술을 이용해 위성을 폐기해야 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의 생각은 이미 구현돼 있었다. 하지만 호응은 얻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대표는 “문제는 크기였다”며 “폐기 장치가 위성 본체와 맞먹는 크기를 갖고 있어 발사 비용이 올라가고 위성 내 공간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주로테크의 널빤지 모양 역추진 장치. 두께는 1cm를 조금 넘는다. /우주로테크 제공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세로 떠오른 초소형 위성(통상 100㎏ 이하)의 폐기 장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초소형 위성은 정육면체를 세로로 3개 쌓은 직육면체 구조를 취한다. 30㎝ 높이로 크게 3개 공간(3U)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한 공간에 대형 위성에 있던 원형 연료 탱크나 밸브, 노즐을 그대로 축소한 제품이 다수였다. 직육면체 양옆에 두께 1.2㎝ 정도의 얇은 판 모양 역추진체를 붙여야겠다는 우주로테크의 아이디어는 위성 본연의 공간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탄생했다. 그는 동료 네 명과 역추진체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 10월 최종 연소 시험을 마친 상태로, 내년 8월 우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우주 환경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發 규제, 성장의 '터닝 포인트'로

우주로테크의 역추진체가 위성의 양 옆에 붙어 궤도를 변경시키고 있는 모습. /우주로테크 제공


개발 속도가 가팔라진 이유는 규제 변화의 영향 때문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해 9월 임무를 다한 위성을 5년 내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을 꺼내 든 것이다. 유예기간이 2년이라, 2025년에는 규제가 의무화된다. 이 대표는 “아직 법적 해석이 명확하지 않지만, 미국의 발사체를 이용할 때도 위성 영상 정보나 통신 데이터를 미국에다 판매하고자 해도 FCC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며 “현재도 FCC의 주파수 허가를 못 받으면 발사체든 위성이든 쏠 수가 없는데, 다시 한번 강력한 규제가 생겨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우주쓰레기를 둘러싼 위기감은 부쩍 커졌다. 현재까지 발사된 1만 개가 넘는 인공위성 중 정상 운영 중인 위성은 35%에 불과하다. 

2000㎞ 이하 고도에서 운용되는 신규 초소형 위성은 연간 2000개가 넘게 계속 발사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초소형 위성의 수명은 전반적으로 3년 미만인데, 현재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 중 폐기 장치를 제대로 갖춘 위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간 우주쓰레기 시장의 수익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는데,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규제 시점 전후로 우주 사용 이력 준비를 마치는 회사가 규모에 상관없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사용 이력(헤리티지)은 우주 산업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개념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우주 공간에서 경험을 갖춘 업체만이 우대받는다. 스타트업이라도 남들보다 기술 진행 단계만 빠르면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우주로테크는 파생 기술도 동시에 연구하고 있다. 역추진 장치를 가동하려면 우주 공간에서 위성의 궤도를 예측하는 기술이 필수다. 자연히 위성 간 충돌을 회피하는 소프트웨어(SW)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위성은 자신의 위치는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 속도와 좌표를 계산해 특정 시간 이후 위성이 어디에 존재할지를 추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현재는 지상국과의 교신을 통해 관리 명령을 내려주는 형태지만, 차후엔 시스템을 자동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달 충돌 회피 SW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된 상태다. 

 '나로호 세대'의 도약…"실전에 강하다"

우주로테크 추진체의 연소시험 열화상 장면. /우주로테크 제공


그는 스스로를 ‘나로호 세대’라고 칭했다. 한국 최초의 독자적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는 100㎏급 인공위성을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발사체로, 2013년 발사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미국의 제프 베이조스나 일론 머스크 등 창업가들은 학창 시절에 ‘아폴로’ 발사를 보며 성장했던 이들”이라며 “국내서도 나로호를 지켜보며 자랐던 창업가들이 현재 다양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박재필 초소형 위성 제작업체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 초소형 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를 이끄는 신동윤 대표, 달 탐사 로봇을 만드는 무인탐사연구소의 조남석 대표 등이 같은 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스페이스 마피아’라는 우주 창업가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 재학, 혹은 그 이전부터 창업을 준비했다. 박사 학위가 즐비한 국책 연구기관 인력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 대표는 “흥미로운 점은, 초소형 위성은 수십 년 간의 연구보다 직접 하드웨어를 개발해 본 사람이 더 잘 안다는 것”이라며 “경제성이 고려되지 않는 대형 위성과는 달리 성능과 비용, 부피, 무게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방식의 제작 노하우가 필요한 셈이다. 그는 “과거 아마추어 로켓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학생들이 관련 분야로 많이 넘어왔는데, 각자 공부를 계속하면서도 제작은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자신도 해당 커뮤니티 출신이다. 일부 팀원도 이곳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2018년도 처음 창업을 준비하며 우주쓰레기 분야에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6개월간 4000개 위성 데이터를 직접 찾아보며 우주쓰레기 아이템을 굳혔다고 했다. 이후엔 7000개에 달하는 위성 데이터를 직접 찾아보며 4개월간 잠재 고객사를 추려내는 작업도 진행했다. 내년도 20개 초소형 위성 수주 목표가 수립된 배경이다. 규제 움직임과 함께 구체적인 고객사 수를 추려내는 것까지 가능해지자, 지난 7월 하나벤처스와 에트리홀딩스가 투자를 진행했다. 

우주 검증을 진행할 첫 위성을 쏠 시점은 2025년 초로 정했다. 이 대표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다가올 시장을 준비하는 것이 창업이라 생각한다”며 “2030년까지 2000개 초소형 위성 수주까지 접근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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