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지주회사 전환 '정면돌파' 나선다
최근 내부서 지주회사 전환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움직임
'주주행동주의' 나섰던 2대주주 KCGI 활용 가능성…화해 조짐도
DB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에 정면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DB하이텍 물적분할, DB메탈 합병 추진 등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회피한다는 '꼼수' 의혹이 제기됐으나 최근 들어 "이젠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쪽으로 내부 기조가 돌아섰다.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던 KCGI와 화해 조짐도 엿보인다. KCGI가 보유한 DB하이텍 2대주주 지분을 매입해 지주 요건도 충족하고 행동주의펀드와의 '불편한 동거'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B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대상에 선정됐다가 해제되기를 반복했는데 최근 들어선 지주사 전환을 피할 수 없다는 내부 기조가 커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DB그룹의 지주사 전환 문제는 반도체 파운드리 자회사 DB하이텍의 주가와 영향이 있다. DB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DB Inc(이하 DB)는 자산규모(5133억원)가 5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총자산의 절반을 넘기면 지주회사로 강제전환된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4만8000원대에 거래되던 DB하이텍이 최근 6만원까지 치솟으면서 DB의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60%를 육박하며 조건을 충족했다.
현재 추세라면 DB는 내년 다시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게 된다. DB그룹은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연말까지 지주사로 전환할 것을 통보받았다가 작년 자산 요건의 변화로 대상에서 벗어났다. DB하이텍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3만원대까지 곤두박질친 영향이었다.
다시 전환요건을 충족할 경우 DB는 2년 내로 상장 자회사 보유 지분율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DB는 현재 DB하이텍 지분 12.7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준기문화재단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현물출자받으면 17.82%, 자사주 매입 후 소각까지 고려하면 지분율은 최대 22.86%까지 올라설 수 있다. 이 경우 추가 매집이 필요한 규모는 7.14%다.
DB하이텍 2대주주인 KCGI(강성부펀드) 지분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KCGI는 DB하이텍 지분 7.0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DB하이텍의 경영과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주주행동주의를 위한 주식 보유를 알렸다.
최근 들어 DB그룹과 KCGI 간에 화해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한 상황이다. 양측은 여름까지만 해도 소송을 진행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었다. KCGI가 지난 6월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신청'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DB하이텍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대응에 나서왔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두 달 전부터다. KCGI는 8월경 "DB메탈을 흡수합병해 총자산을 늘리는 식으로 DB의 자회사 지분가치 비율을 낮추려는 것이 아니냐"며 합병 계획 철회를 요구했는데 회사가 10월 말에 이를 받아들였다. 요구 사항이 수용되면서 KCGI 측이 회사를 상대로 공격 수위를 올릴 여지는 적어진 상황이다.
DB그룹 입장에선 KCGI 지분을 넘겨받을 경우 행동주의펀드와의 불편한 동거를 끝낼 수 있다. 외견상 '회사를 공격한 행동주의펀드와 결국 손잡고 화해했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연출 가능하다. KCGI에게 매각의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주주환원책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계획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DB의 자금력은 과제다. 최소 1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CGI의 평균 매입단가는 대략 5만원 전후 수준으로 알려진다. KCGI는 지난 3월 92만8300주를 추가 매입하면서 보유 주식수가 312만8300주까지 늘었다고 공시했는데 당시 취득단가는 6만2297원이었다. 220만주를 선제 취득했을 시점으로 예상되는 3월 한달간은 4만원 중반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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