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전반부 지루하다고요? 어쩔수 없죠”[편파적인 디렉터스뷰]
1. 전투신 이전까지 지루한 속도감, 왜?
2. 시마즈의 연극적인 결말, 진짜일까
3. 10년간 이순신X앞으로도 이순신, 이유는?
영화 ‘노량: 죽음의 전쟁’(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이 20일 개봉했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이순신 장군 3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이번엔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으로 분해 치열했던 ‘노량 해전’을 재현한다.
김한민 감독이 10년간 집요하게 끌고온 이순신 장군 프로젝트지만, 일각에선 ‘노량’이 전투신이 나오기 전까진 속도감이 너무 느린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시마즈의 결말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스포츠경향이 최근 만난 김한민 감독에게 영화를 바라보는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에 대해 마이크를 건넸다.
■쟁점1. 빌드업·빌드업·빌드업, 속도 안 나가는 초중반에 대해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물이다. 153분이란 긴 러닝타임은 오로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상전투를 위해 흐른다.
그러나 명과 왜, 조선의 첨예한 대립과 이해관계를 그리기 위해 초중반 1시간 여 서사 쌓기(빌드업)에 공을 들인다. 그만큼 체감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쟁을 끝까지 수행하려는 이순신, 전쟁을 그만 끝내려고 그와 갈등을 빚는 명의 수장 진린,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드는 왜의 고니시가 살마군 수장 시마즈를 기묘하게 설득하는 과정까지 다 그려내야해서 오히려 시간이 빠듯했던걸요? 빌드업이 필요는 했으니까요. 해전을 빨리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해 관계를 다 설명해야하니까요. 해전을 빨리 보여준다고 해서 관객들이 더 흥미를 느낄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고요. 그 빌드업이 지루했다면, 뭐 어쩔 수 없죠. 호호호.”
■쟁점2. 북소리에 미친 시마즈, 왜 이렇게 표현했나
자신만만하게 조선을 치려던 시마즈(백윤식)는 결국 용맹하게 병사들을 독려하는 이순신 장군의 끝나지 않는 북소리에 귀를 막고 무너진다. 결말에서 시마즈가 마치 그대로 미치는 듯 표현한 것을 두고도 작위적인 연출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실제 시마즈는 죽지 않았습니다. 겨우 구명했고 절체절명 위기 속에서 빠져나와 일본으로 돌아갔죠. 하지만 북소리에 유난히 몸부림치는 장면으로 만든 건 ‘북소리’란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거예요. ‘북소리’는 진린과 조선군의 사기를 북돋는 매개이면서도 고니시를 도주시키는 계기가 되고 심지어 이순신 장군은 그 북소리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게 되죠. 그 상징성으로 쓴 게 북소리인데, 시마즈는 그것 때문에 너무 괴로워 몸부림치는 거고요. 영화 초반 북소리로 인해 도요토미 히데요시 신음소리가 시작되고, 영화 마지막엔 시마즈가 모든 걸 다 토해내죠. 그런 표상으로 사용한 거예요.”
■쟁점3. 김한민에게 이순신은 무엇이었나
10여년을 이순신 장군을 스크린화하는 데에 바쳤다. 이뿐만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7년 전쟁을 담은 드라마도 또 기획 중이다. 그에겐 대체 ‘이순신’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껏 이순신 장군이 꿈에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요. 난 그걸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해요. (제 영화가)지금까지 거슬리지 않았으니까 넘어가주신 게 아닐까. 하하. 이순신 장군은 역사적 맥락에서도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안다고 해도 사실 진짜 아는 게 아니라서 그가 가진 존재감을 짚어주는 건 매우 중요한 작업이죠. 어찌보면 우리가 정체성이나 노선을 어떻게 둘지 몰라 방황하고 갈등할 때도 있는데, 그런 시대에 이순신 장군은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난중일기를 보면 위로를 받아요. 마음 착잡하고 멜랑꼴리할 때 자주 들여다보곤 하거든요. 그런 존재로서 제 삶에도 큰 의미가 있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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