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딸랑 집 하나인데…" 54세 외벌이 가장의 고민
은퇴 코앞으로 다가온 부부
외벌이에 교육비 부담 커
재산은 작은 아파트가 전부
안정적인 노후 준비 가능할까
우리나라에서 집의 의미는 남다르다. 내집은 모든 직장인의 꿈이자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은퇴 후를 책임지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 하나가 노후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건 아니다. 크기나 위치에 따라 집의 가치가 천차만별이어서다. 은퇴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장성호(가명·54)씨 부부의 사정도 비슷하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내집 한채. 우리나라에서 내집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무엇보다 가족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터전이라는 사실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내집은 재산을 불릴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기도 하다. 집은 노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7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비금융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5.8%를 기록했다. "노후에 남는 건 어렵게 장만한 집 한채밖에 없다"는 푸념이 틀린 얘기는 아니란 거다.
김수연(가명·45)씨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씨의 남편 장성호(가명·54)씨는 해가 바뀌면 55살이 된다. 은퇴가 정말 코앞까지 다가온 셈이다. 한두해 정도 직장을 더 다닐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문제는 은퇴가 2~3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부부는 슬하에 22살 아들과 18살 딸을 두고 있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은 아직 대학교 2학년이다. 복학하더라도 2년은 학교를 더 다녀야 한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자녀들이 학업을 다 마친 상태가 아니다 보니 교육비 부담이 적지 않다.
그나마 올해 가을 아파트 대출금을 모두 다 갚은 건 다행이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부부가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이나 경기도 핵심 지역에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건 힘들다.
지금껏 아이 둘을 키우느라 재테크나 구체적인 노후 준비 방법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일찍 은퇴한 남편 친구 부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은퇴준비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두가지다. 첫째는 자녀의 교육비 마련, 둘째는 노후준비다. 뒤늦게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실감한 부부는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부부의 가계부부터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460만원이다. 외벌이를 하고 있는 남편의 월급이 전부다. 부수입으로는 1000만원 안팎의 상여금이 있다.
이제 지출을 살펴보자. 정기지출로는 아파트 관리비와 각종 세금 30만원,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 120만원, 통신비 36만원, 남편 용돈 30만원, 둘째 용돈 10만원, 교통·유류비 48만원, 보험료 86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35만원(잔여기간 10개월) 등 395만원을 쓰고 있다.
비정기지출은 1년 기준 명절·경조사비 200만원, 미용비 150만원, 자동차 유지비 130만원, 의류비 150만원, 휴가·여행비 150만원 등 780만원으로, 한달에 65만원을 쓰는 꼴이다.
비소비성 지출은 큰아이 학비 마련을 위한 적금 50만원, 둘째 아이를 위한 적금 30만원, 비상금 10만원 등 90만원이 전부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460만원을 벌어 550만원을 쓰고 있다. 매월 9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1년에 1000만원가량인 남편의 상여금으로 버텼다. 은퇴 이후에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부부는 외벌이를 하는 탓에 부부의 소득이 많지 않다. 소득이 적으면 재무설계를 하는 것도 힘들다.
소득을 넘어서는 지출은 어떻게든 줄일 수 있지만, 없는 소득을 늘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력은 해봐야 한다. 불필요한 지출을 찾고, 줄이다 보면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은 열릴 것이다.
그럼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눈에 띄는 건 한달에 36만원을 쓰는 통신비다. 최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과 TV 요금은 3만원 정도였다. 가족 모두가 8만원대의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1차 상담을 통해 군대에 있는 아들을 제외한 세명의 가족은 요금제를 알뜰폰으로 바꾸기로 했다. 연말 프로모션을 활용해 가족 모두 3만원대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했고, 통신비를 기존 36만원에서 19만원으로 17만원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부부의 재무설계는 이제 시작이다. 월 90만원의 적자를 73만원으로 줄인 것에 불과해서다. 이런 상태라면 부부의 노후를 준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부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안정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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