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국민엄마’ 영광스러운 수식어”[인터뷰]
배우 김해숙이 이번엔 또 다른 엄마의 얼굴로 돌아왔다.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에서 저승에서 3일간 휴가를 받아 이승으로 내려오는 엄마 ‘박복자’ 역을 맡아 신민아와 호흡을 이룬다. ‘국민엄마’란 수식어 답게 맛깔난 연기를 보여준다.
“‘국민엄마’란 수식어는 굉장히 영광스럽죠. 항상 이 세상 모든 엄마를 표현해야할 것만 같은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그동안 엄마 역을 많이 해왔지만, ‘3일의 휴가’ 속 엄마는 꼭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영혼으로 내려와 딸과 그동안 못했던 얘기를 나누는 엄마라니. 처음이었거든요. 그리고 딸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집밥으로 풀어간다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고요. 특별한 시나리오에 주저없이 택했어요.”
김해숙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3일의 휴가’로 모녀 호흡을 맞춘 신민아에 대한 애정, 실제 딸에겐 어떤 엄마인지, 그리고 자신의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줬다.
■“신민아, 옛날부터 주는 것 없이 좋더라고요”
그는 극 중 딸인 진주 역을 맡은 신민아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옛날부터 TV에서 봐오던 친구인데요. 주는 것 없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내 딸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진짜 기뻤어요. 이 작품이 저와 신민아를 연결해준 것 같았거든요. 보통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도 아니고 이별 후 모녀 얘기라서 보통 서사와 달랐는데, 서로 공감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아주 빠져들어서 연기했어요. 영화를 보니 우리에게서 진짜 모녀의 눈빛이 나와서 깜짝 놀랐고요. 마치 진짜 내 딸에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소름이 돋았다니까요.”
평소 내성적인 신민아였지만 그에게서 용광로 같은 연기에 대한 열정도 발견했다고 귀띔했다.
“과묵해서 다가가기 힘든 배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엄청 크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면도 많았고요. 서로 비슷해서 그런가, 작품에 잘 묻어날 수 있었어요. 또 그 친구는 무채색 같은데 좋은 점이 진짜 많거든요. 의외로 재밌고 털털하기도 하고요. 무심해보여도 속이 깊고 따뜻한 배우에요.”
실제로 딸 키우는 엄마로서 이 영화에 출연한 게 자랑스럽다는 그다.
“제 딸은 제가 나오는 영화를 한번도 안 봤는데, 이번엔 꼭 보라고 부탁했어요. 이 영화가 언제 갑자기 이별할지 모르니 옆에 있을 때 좋은 시간 보내고 사랑한다고 표현하자는 얘기라서, 제 자식도 좀 봐주길 원했거든요. 매일 바빠서 못 온다던 애가 이번엔 시사회에 왔더라고요. 영화 어땠냐고 물어보니 많이 울었다면서 ‘진주가 나더라’라고 하던데요. 이후에 딸도 바뀌었냐고요? 에이, 사람 쉽게 변하지 않습디다. 하하하.”
■“홀어머니 밑에서 큰 나, 잘하고 싶었는데”
그는 어릴 적 대학에 3수를 해서 들어갔다고 고백했다. 남아선호사상 강하던 그 시절 여학생에게 그렇게까지 뒷바라지해주는 집안은 많지 않았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홀어머니의 무남독녀였거든요. 옛날분이었지만 좋은 대학을 가야 자식 성공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셨어요. 처음 시험에 떨어진 날이 기억에 나네요. 엄마가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아직도 안 잊혀져요. 분명히 혼나겠다 싶었는데, 엄마가 제게 ‘영화나 보러 가자’고 하셨죠. 그 영화가 뭐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때 엄마가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말은 내내 남아요. 제가 엄마가 되어보니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오로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 모든 엄마는 다 똑같잖아요?”
그는 딸에게 어떤 엄마일까.
“전 홀어머니 밑에서 엄격하게 커서 그런지, 내 딸에겐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또 아이 어릴 때 제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엄마로서 항상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요. 늘 그렇잖아요? 평생 자식을 지키고 있어도 항상 부모로서 모자르다고 생각하는 것, 저도 그래요. 그래도 꼭 지키려고 하는 원칙은 하나 있어요. 애들에겐 집밥을 해먹이려고 하죠. 결혼 전엔 요리를 못했는데 애 낳고 살다보니 음식을 알아서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제일 열중할 땐 연기 빼곤 내 딸 먹일 때였어요. 집에서 정성들여서 맛있게 먹이고 싶은 마음 아시잖아요?”
배우로선 모든 걸 이루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도 많다며 열정을 내비치는 그다.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게 한참이나 있는 걸요. 운좋게 다양한 역들을 해봤고, 살아있다고 느낄 때에도 역시나 현장에서였죠. 그곳을 오래 지키려면 저도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캐릭터가 제안 들어오면 엄청 연구하거든요. 그래야만 그 인물의 성격이 보이니까요. 그 과정이 정말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믿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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