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가 15세에 만든… 피아노 테크닉의 절정[이 남자의 클래식]

2023. 12.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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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이다.

그러나 살을 에는 날씨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부디 흰 눈이 내리기만을 바라시는 분들도 계실 것.

지루할 새 없는 2분 30초 정도의 짧은 곡으로 눈 내리는 날 어린아이들과 함께 감상하기에도 제격인 작품이다.

그러나 눈이 내리면 그 눈을 치워야만 하는 사람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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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12개 작품 구성된 피아노곡
연주하기 어려워 수정 거듭
예술성 가미해 26년 후 완성
처음부터 끝까지 트릴·화음
다양한 기교에 스트레스 싹

이제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이다. 그러나 살을 에는 날씨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부디 흰 눈이 내리기만을 바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그래서 오늘은 ‘눈’에 관한 음악을 소개할까 한다.

나이가 먹어서도 유독 천진난만한, 동심이 풍부한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도 그런 사람이었다. 드뷔시는 유년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 풍경들을 고스란히 기억해내 다 큰 어른이 돼 음악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시킨 작품이 ‘어린이 세계’라고도 불리는 ‘어린이 차지’라는 작품이다. 무엇을 차지했다는 말인가? 제목인 ‘어린이 차지(Children’s corner)’란 ‘어린이가 차지한 영역’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어린이가 차지한 세상’이란 뜻으로 한 어른(드뷔시)이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어린이의 세계’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중 눈 내리는 날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 있는데 바로 4번째 곡 ‘춤추는 눈송이(the snow is dancing)’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겨울날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이의 시선을 묘사한 작품이다. 마치 춤을 추듯 흩날리는 눈발을 드뷔시 특유의 피아니즘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 점점 굵어져 가는 눈발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아이의 설레는 마음이 악상으로 더해져 작품은 동심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지루할 새 없는 2분 30초 정도의 짧은 곡으로 눈 내리는 날 어린아이들과 함께 감상하기에도 제격인 작품이다.

그러나 눈이 내리면 그 눈을 치워야만 하는 사람도 있는 법. 군대에서 제일 고역이라는 한겨울 ‘제설작업’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의 작품도 있다. 바로 그 어렵다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Etudes d’execution transcendante)’ 중 마지막 곡인 12번째 작품 ‘눈 치우기(Chasse-neige)’다.

‘초절기교 연습곡’은 프란츠 리스트가 작곡한 12개로 구성된 피아노 연습곡집이다. 제목처럼 피아노 테크닉의 절정을 이루는 매우 어려운 연습곡집이다. 곡의 난이도만큼이나 놀라운 사실은 리스트가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 나이가 고작 15세였다는 것이다. 초고는 리스트가 15세이던 1826년에 만들어졌고, 리스트는 후에 수정을 더해 11년 뒤인 1837년 ‘12개의 대연습곡’이란 제목으로 출판한다.

그러나 작품은 이후 한 번 더 수정 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유인즉슨 작품의 난도가 너무나도 높았던 것. 그렇게 리스트는 작품의 지나친 난도를 조금 낮추고 그 대신 예술성을 더 가미해 결국 1852년, 독일의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이란 출판사에서 최종본을 출간하게 된다. 초고가 나온 지 무려 26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었다. 이렇게 완성된 곡의 마지막 곡인 ‘눈 치우기’는 종종 ‘눈보라’라는 제목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다.

프랑스어로 ‘chasse(샤스)’는 사냥이란 뜻이고 ‘neige(네즈)’는 눈이란 뜻으로 직역하면 ‘눈 사냥’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단어가 합쳐지면 ‘눈 사냥’이 아니라 ‘눈보라’ 혹은 ‘눈 치우는 기구’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작명의 정확한 의도야 작곡가 자신만이 알고 있을 터. 하지만 잘 살펴보면 ‘눈보라’와 ‘눈 치우기’라는 서로 다른 단어는 나름의 비슷한 뉘앙스를 띠기도 한다. 수북이 쌓인 눈들을 ‘눈 치우기’할 때 휘날리는 눈발은 눈보라와 서로 다르지 않지 않은가. 이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마음속 쌓여 있던 번민과 고통들이 눈 치워지듯 후루루 흩어지길 기도드린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리스트, ‘눈 치우기’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중 12번째 곡으로 ‘눈 치우기’ 또는 ‘눈보라’란 제목으로 불리고 있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트릴과, 화음, 반음계와 도약, 분산화음 같은 다양한 기교가 등장해 연주하기가 매우 난해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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