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으로 벌크선 개조할 ‘기계 돛’… 새 먹거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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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영빈관에서 동해를 바라보니 굉음을 내며 회전하는 거대한 금속제 원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금속제 원통은 벌크선(석탄, 시멘트 등 포장하지 않은 건화물을 그대로 적재하는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할 로터세일(Rotor Sail) 제품인 '하이로터(Hi-Rotor)'다.
조선업계는 로터세일 등 풍력 추진 보조장치 개조 기술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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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영빈관에서 동해를 바라보니 굉음을 내며 회전하는 거대한 금속제 원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금속제 원통은 벌크선(석탄, 시멘트 등 포장하지 않은 건화물을 그대로 적재하는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할 로터세일(Rotor Sail) 제품인 ‘하이로터(Hi-Rotor)’다. HD현대중공업은 풍량이 풍부한 곳을 골라 하이로터 상용화를 위한 육상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21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선주와 화주(貨主)들은 최근 로터세일을 빠르게 채택하고 있다. 로터세일은 회전하는 원기둥이 불어오는 바람과 만나면서 만들어내는 압력 차이를 이용해 선박에 추진력을 보태는 ‘기계 돛’이다.
세계 최대의 철광석 생산업체이자 화주인 브라질 발레(Vale)와 선주사 아사드(Asyad)는 지난달 8일 세계 최대의 광석 운반선 소하르막스(SOHAR MAX)호에 영국 업체 아네모이의 로터세일을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362m, 너비 65m, 40만DWT(재화중량톤·선박에 실을 수 있는 최대 화물의 중량)급 선박에 높이 35m, 지름 5m의 원통형 돛 5개를 다는 개조 작업은 내년 2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발레는 지난 2021년 한국 팬오션이 소유한 32만DWT급 광석 운반선 시저우샨(SEA ZHOUSHAN)호에도 로터세일을 장착해 브라질~중국 노선에 투입했다.
세계 최대 곡물업체 카길(Cargill)은 미쓰비시 상사가 소유한 건화물선 픽시스오션(Pyxis Ocean)호에 영국 바(BAR)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날개 모양의 윙세일을 달아 풍력 추진 보조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벌크선은 그 동안 환경 규제에 따른 신조나 개조 투자가 더딘 선종으로 분류됐다. 원자재 생산국과 1차 가공지인 개발도상국 을 오가기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항하는 컨테이너선보다 환경 규제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평가다. 개발도상국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공급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선진국 대비 환경 규제가 덜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풍력 추진 보조장치의 설치 실적이 쌓이면서 이를 찾는 선주와 화주가 늘고 있다.
조선업계는 로터세일 등 풍력 추진 보조장치 개조 기술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한국선급(KR)에서 하이로터의 설계 승인을 얻었고, 육상 실증에 들어갔다. HD현대중공업은 하이로터를 달면 설치 전과 비교해 7% 안팎의 연료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거제사업장 내 로터세일 실증설비를 마련 중이다. 중국 후둥중화조선은 아네모이와 손잡고 로터세일 설계 및 설치에서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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