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EU와 헤어질 결심 필요한 이유, '아쿠아맨2'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2023. 12.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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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삼지창을 든 심해의 수호자 아쿠아맨이 다시 관객과 만난다. 2018년 12월 개봉한 '아쿠아맨' 1편은 국내에서 50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금까지 DC 최고 흥행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제임스 완 감독은 아쿠아맨이 아틀란티스의 왕으로 거듭나는 익숙한 영웅 성장 서사에 수중 세계 '아틀란티스'를 뛰어난 시각효과로 구현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첫 솔로 무비의 성공으로 아쿠아맨은 인지도가 급상승하며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에 이어 DC 영화의 대표 캐릭터로 발돋움했다. 

1편으로부터 5년이 흐른 2023년 12월, 캐릭터 아쿠아맨의 인기와 별개로 '아쿠아맨' 속편은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한다. 매년 한두 편의 영화를 공개해 온 DC 영화는 올해 이례적으로 4편을 선보였다. 3월 개봉한 '샤잠! 신들의 분노', 6월 개봉한 '플래시', 미개봉한 '블루 비틀' 그리고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다. '샤잠' 2편은 국내 관객 7만 8천여 명으로 흥행에 참패했고, '플래시'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63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라틴계 히어로가 주인공인 '블루 비틀'은 8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글로벌 공개를 포기하면서 국내에선 VOD로 공개됐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앞서 개봉한 DC영화들의 연이은 흥행 저조, 직전 영화가 미개봉을 택함에 따라 DC 영화 전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시기에 개봉을 맞이했다. 여기에 DC의 수장 제임스 건이 DCEU(DC 확장 유니버스)를 끝내고 DCU를 시작하는 리부트 계획을 번복하면서 기대는 혼란으로 바뀌었다. 'DCEU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플래시'에서 '블루 비틀'로, 끝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으로 넘어오면서 유종의 미마저 무색해졌다. 게다가 1편 개봉 이후 주연배우 엠버 허드의 사생활 문제에 따른 출연 분량 논란까지 일면서 영화 자체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삼지창으로 무찔러야 하는 위험 요소가 영화 안팎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다시 돌아온 '아쿠아맨'은 전편의 기조를 이어간다.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은 여전히 너스레를 떨며 화끈하게 해적을 무찌르고, 이제는 육지와 심해를 오가며 '육아 대디'와 아틀란티스 왕으로 지내느라 분주하다. 1편 마지막에 기사회생한 해적 블랙 만타(야히야 압둘 마틴 2세)가 아틀란티스 왕국을 위협하자, 아쿠아맨은 전편에서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블랙 만타와 손을 잡았던 이부 동생 옴(패트릭 윌슨)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악당으로부터 가족과 왕국의 평화를 지키는 아쿠아맨의 모험 여정은 그대로이고, 모험 파트너는 메라에서 동생 옴으로 바뀐 설정이다. 

제임스 완 감독은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보다 현란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업그레이드된 아틀란티스와 심해 세계의 비주얼은 이번에도 '아쿠아맨'을 봐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되기에 손색없다. 어드벤처물의 단골 장소인 사막, 정글, 남극까지 '아쿠아맨 식'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해양과 육지를 넘나드는 오락 액션 블록버스터를 펼친다. 1편과 동일한 전략인데도 2편은 제임스 완 감독의 과도한 야심이 부작용을 일으킨다. 

일례로 영화에서 아쿠아맨과 옴 형제가 찾아가는 해적들의 피난처나 주요 격전지인 네크루스 왕국 장면은 제임스 완 감독의 개성이 드러나기보단 기존의 SF, 판타지 대작들을 모방한 것처럼 보여 개운치 못하다. '아쿠아맨'의 장점으로 꼽히는 유머는 전편보다 훨씬 늘었지만 가족 영화임을 감안해도 자칫 유치할 수도 있는 연출이 아슬아슬하다. 1편이 매끄러운 볼거리와 당당한 기세로 단순한 이야기나 단점들을 덮었다면, 2편은 쉴 새 없이 물량 공세를 퍼부어도 영화 안팎의 약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만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새로운 캐스팅 대신에 전편에 출연한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해 결속을 다지는 건 장점에 속한다. 주연배우 제이슨 모모아는 제작까지 참여해 '아쿠아맨' 솔로무비 시리즈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전편의 빌런이었던 패트릭 윌슨은 아쿠아맨과 옴이 파트너가 되면서 두 번째 주연으로 올라섰다. 반면에 메라 역의 엠버 허드는 기본 출연 분량만 지켰을 뿐, 결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다. 메인 빌런으로 승격한 블랙 만타 역의 야히야 압둘 마틴 2세는 압도적인 악역까진 아니어도 전편에 이어 맡은 역할을 무난히 소화한다. 

아쿠아맨의 든든한 아버지를 연기한 테무에라 모리슨은 손주를 둔 할아버지로, 아쿠아맨의 어머니이자 아틀라나 여왕 역의 니콜 키드먼은 할머니 역할까지 추가됐음에도 액션 장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2편에서 눈에 띄는 배우라면 한국계 배우 랜들 박이다. 1편에서 환경 파괴를 보여주는 뉴스 장면에 처음 등장한 신 박사 역으로, 1편 쿠키 영상에도 나왔다. 이번엔 블랙 만타와 손을 잡으면서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쿠키 영상은 한 개로 DC 후속편과 관련한 내용은 아니다. 영화에서처럼 아쿠아맨이 DCEU와 DC 유니버스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지만, 대신에 DCEU 10년에 종지부를 확실히 찍은 셈이다. 제임스 건이 번복하지 않는 한 현재까지 DC 유니버스의 첫 작품은 장편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시리즈 '크리처 코맨도스'가 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DCEU가 끝났고 내년 하반기까지 DC 유니버스의 시작을 기다려야 한다. 제이슨 모모아가 연기하는 아쿠아맨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과거와 작별을  고하고 새 출발을 택한 DC가 전화위복의 기회를 제대로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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