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문체부와 전면전 "국가스포츠정책위 추천원로 배제,전면재검토 요구"

전영지 2023. 12. 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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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에서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민간 위원장을 비롯한 민간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8)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출범 직후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대한체육회는 20일 회원종목단체, 시도체육회, 시군구체육회와 공동명의로 국무총리 산하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서를 냈다. 독단적으로 이뤄진 위원회 구성에 불만을 제기했고, 전면 재검토 요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체 행동까지 예고했다. 대한체육회가 이처럼 정부 조직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강하게 대립각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충청권 유니버시아드 대회 인사 갈등, 스위스 로잔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사안으로 문체부를 강하게 성토했고, 문체부내 체육국을 없애고 15개 부처의 체육 업무를 통합한 '국가스포츠위원회' 신설을 주장해왔다.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스포츠기본법이 명시한 제1차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의 민간공동위원장과 위원을 위촉하고, 첫 회의와 함께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2021년 8월 제정된 스포츠기본법(2022년 2월 11일 시행)에 명시된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다. '모두의 스포츠'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스포츠 진흥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중요한 기구다. 당초 스포츠기본법 시행령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문체부, 교육부 등 15개 부처 장관급 위원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민간위원은 필요한 경우 참여하게 돼 있었으나 대한체육회와 체육계의 강력한 반발로 지난해 8월 시행령이 개정됐다. '공동위원장 2인을 포함한 25인 이내의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으로, 민간전문가 참여를 의무화했다. '국무총리가 스포츠 정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2년 임기의 민간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하고, 민간위원 중 국무총리와 함께 활동할 공동위원장도 위촉하도록' 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말 역대 대한체육회장 출신들로 구성된 제1차 원로회의를 개최하고 학교체육, 생활체육 지방체육 전문 민간위원 1~3순위 대상 9명을 확정해 문체부에 추천했다. 민간위원은 국무총리가, 민간 공동위원장은 대통령이 선임하는 구조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의 추천뿐 아니라 장애인체육회, 공단 및 체육계, 학계 추천을 받아 인력풀을 구축했고 위원 선임에 착수했다.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 추천 인사들의 낙점을 확신했지만, 2021년 8월 스포츠기본법이 제정된 지 2년이 넘도록 정책위가 열리지 못하면서 '위원장 및 위원 인사 문제'라는 설이 파다했다. 이후 체육계를 대변할 첫 민간 공동위원장이 누가 될지를 두고 체육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20일 공개된 제1기 정책위 민간위원에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당연직 위원 3명과 함께 '사라예보 탁구영웅'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이 민간 공동위원장(사단법인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대표)에 선임됐다. 깜짝 발탁이었다. 이 위원장을 비롯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이종각 (전)체육과학연구원장, 박종훈 가톨릭관동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 교수(1988년 서울올림픽 체조 동메달), 김석규 동국대 스포츠과학과 교수(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유도 동메달),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위촉직 위원 6명이 선임됐다. 하지만 위원 선임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반영하듯 이날 당연직 민간위원이자 대한체육회 수장 이기흥 회장은 민간위원으로는 유일하게 첫 국가스포츠정책회의에 불참, 반발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체육회와 체육단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체육단체 일동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인 업무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한체육회는 원로회의 의결을 통해 위원회의 민간위원 후보자를 정부에 추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인사들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것은 체육계 원로들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전 합의를 뒤엎고 대한체육회와의 어떠한 후속 협의 없이 체육단체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민간위원으로 위촉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서 문체부를 과거 국정농단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혼란을 야기했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처라고 꼬집었다.

또 "현재와 같이 체육단체의 의견을 배격한 채 위원회가 운영될 경우, 우리는 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는 동시에 정부 행정 조직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스포츠 업무를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자 중앙행정기관인 '국가스포츠위원회'의 설립을 위한 법률 개정 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아울러 다가오는 체육인 대회(2024년 1월 16일)를 시작으로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의 비합리적인 업무 실태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의 성명서 발표에 대해 "민간위원 검토 과정에서 여러 경로로 전문가 추천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체육회 추천 인사가 위촉되지 못했다. 위촉은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체육회가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매우 유감이다. 추천한 인사가 무조건 반영돼야 한다는 건 과도한 요구이며, 대한체육회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사임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체육회의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주장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의 신중한 논의와 국회 입법 절차를 통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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