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情景] 나윤선도 김민기도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20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무대서 서울 공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새하얀 눈 내려오면 / 산위에 한 아이 우뚝 서있네 /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 그 이름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월드 클래스' 재즈보컬 나윤선의 목소리는 그러한 사실을 그렇게 믿게 만든다. 부르는 대상에 대한 사실을 진실로 인식하게 한다는 얘기다.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진 지난 20일 오후 백설 같은 옷을 입고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무대에 오른 나윤선은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를 또 그렇게 새삼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하게 했다.
현재 위암 투병 중인 김민기는 국내 포크음악계 대부이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 지킴이다. 그런데 학전은 창립 33주년인 내년 3월15일 문을 닫기로 했다. 학전의 대표작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오는 31일까지 이 극장 마지막 무대를 펼친다. 나윤선은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대중문화계에 데뷔했다.
나윤선은 현재 돌고 있는 7개 도시 전국 투어 재즈 콘서트 '어나더 크리스마스_필링 굿(ANOTHER CHRISTMAS_FEELING GOOD)'의 하나로 펼친 이번 마포아트센터 무대에서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없는 게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며 희망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불렀다. 나윤선이 김민기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나윤선과 김민기의 인연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힘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한명이 김민기임을 알 수 있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김민기의 대표곡이다. 김민기가 1971년에 만들었다. 당시 서울대 미대 신입생 환영회 때 회화과 대표로 노래한 이현경·박영애를 눈여겨 봤다가 후배들인 그녀들에게 줬다. 김민기는 서울대 미대 회화과 69학번이다. 이후 두 사람은 포크 여성듀오 '현경과 영애'로 활동했고 1974년 발매한 데뷔 음반이자 마지막 음반에 이 곡을 표제작 중 하나로 실었다. 해당 곡은 김민기가 1993년 서울음반에서 시리즈 형식으로 발매한 네 장의 앨범 중 첫 번째 음반인 1집에도 그가 부른 버전으로 포함됐다.
'아름다운 사람'은 음악계 후배들에 각별하다. '전방위 뮤지션' 정재일도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 콘서트 '리슨'의 앙코르에서 이 곡을 들려줬다. 어릴 때부터 학전의 다양한 공연에 음악 작업으로 참여한 정재일은 김민기의 노래굿 '공장의 불빛'을 재해석하는 프로젝트(2004)도 진행했었다. 정재일은 김민기가 객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샘플링한 김민기의 육성과 피아노, 기타 라이브 연주를 결합해 이 곡을 재해석했다.
나윤선은 3집 '다운 바이 러브(Down By Love)'(2003)에 '아름다운 사람'을 리메이크해 실었다. 포크 창법으로 담백하게 불렀었는데, 이번엔 프랑스 피아니스트 토니 팰만의 연주에 맞춰 깨끗한 설원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움으로 승화시켰다. 존경과 위로 그리고 희망이 한껏 담겨 있었다.
나윤선이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이날 들려준 우리말 노래는 '시인과 촌장' 하덕규의 '가시나무'였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모든 복잡한 마음을 다 아는 듯한 나윤선의 보컬은 객석을 적셨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같은 캐럴 고전, 내달 말 발매 예정인 정규 12집 수록곡 '필링 굿(Feeling Good)' 그리고 우리의 '아리랑' 등 이날 공연은 역시나 풍성했다. 스페인 작곡가 이사크 알베니스의 기타 연주곡을 나윤선이 편곡한 '아스투리아스(Asturias)'는 변화무쌍한 인간의 목소리가 기술과 기교을 넘어 예술로 승화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준 명불허전의 순간이었다.
팰만과 또 다른 프랑스 피아니스트 막심 산체스와 꾸린 이번 공연은 담백했지만 풍성했고 미니멀했지만 다채로웠다. 마치 눈이 내리듯 여섯 개의 원 형태로 무대 위를 장식한 조명은 갖가지의 따듯한 색감을 연출하며 또 다른 황홀경을 선사했다. 바쁜 해외 스케줄 가운데도 항상 전국투어로 국내 팬들에게 인사하는 다정한 그녀는 매년 발견이 아닌 발명된다. 나윤선은 그냥 음악이다. 콘서트가 끝난 뒤 로비는 사인회를 기다리는 줄로 가득찼다.
지난 17일 익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포문을 연 이번 전국 투어는 오는 22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23일 세종예술의전당, 25일 당진문예의전당 대공연장, 29일 밀양 아리랑아트센터 대공연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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