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의 산타가 길거리 출몰했다…이들이 찾아간 곳은?

이승현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2023. 12. 2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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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마음고생 교사들 격려…돌봄이웃 선물도
광주 광산구 자원봉사센터 '모두의 산타' 프로그램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광주 광산구 자원봉사센터에서 100명의 산타가 선생님, 돌봄이웃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전 산타 수업을 듣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빨간 산타복과 모자를 차려 입은 이들이 지난 19일 오후 광주 광산구 자원봉사센터에 집결했다.

강당 전체가 산타들로 채워져 보기 드문 장면을 자아냈고, 산타들은 어깨에 선물 꾸러미도 한가득 짊어져 동화 속에 나오는 산타를 방불케 했다.

산타들이 가장 바쁠 시기, 100명의 산타가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광산구 자원봉사센터는 매년 다문화·난민·한부모 가정 아이들 등 돌봄 이웃을 위해 산타들이 깜짝 선물을 전달하는 '모두의 산타'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교권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센터는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길잡이가 돼주는 선생님들을 격려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돌봄이웃 선물은 기존 40가구에서 5가구로 한정하는 대신, 광산구 내 37개 초·중학교 저연차 선생님들에게 선물을 전달키로 한 것이다.

교권이 바로 서야 아이들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소식을 전해듣고 수년 전부터 함께 봉사를 해 온 SR광주승무센터, 해양에너지 직원들이 1년 간 기부해 온 금액으로 선물을 마련했다. 또 이들과 함께 일반인 자원봉사자들까지 순식간에 100명이 모였다.

100명의 일일 산타들은 선물 전달 미션 수행 전 완벽한 산타로 거듭나기 위해 이른바 '산타 수업'을 수강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법부터 깜찍한 공연을 보여줄 율동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재활용 박스를 활용해 '메리크리스마스', '항상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를 적은 격려 피켓도 직접 만들며 미션 준비를 마쳤다.

선물 전달을 위해 순식간에 100명의 산타가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색 광경이 펼쳐져 시민들이 놀라기도 했다.

산타들은 낮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손이 꽁꽁 얼어도 힘든 내색 하나 없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일 산타가 광주 광산구 천곡중학교에서 한 선생님에게 선물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일일산타에 참여한 광주보건대 방사선학과 봉사동아리 'RTS' 학생 3명은 월계초·천곡중·산월초를 찾았다.

1학년 교무실로 산타들이 들이닥치자 예상치 못한 막내 선생님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함께 있던 선생님들은 환호하며 부럽다는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산타들의 짧은 공연과 함께 취지를 전해들은 4년차 정명우 교사(30)는 "학교에서 막내 축에 속하다 보니 서툴기도 하고 힘든 점이 많다. 많은 저연차 교사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격려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따뜻한 마음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정 교사는 "제가 산타에게 선물을 받아본 게 서른 평생 처음이기도 하다. 설레서 잠이 안 올 것 같다"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산타를 마주한 산월초 이가람 교사(34·여) 또한 "기분이 이상하다"며 "큰 힘과 위로가 돼 앞으로 일하는 데 보탬이 될 것 같다. 맛있는 간식을 선생님들과 나눠먹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일 산타가 광주 광산구 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선물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박지현 수습기자

같은 시각 다문화 9세·7세 쌍둥이 세 자매가 살고 있는 장덕동의 한 아파트에도 산타들이 방문했다.

산타들은 "허허허 메리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며 초인종을 눌렀고, 현관문 너머로 "와 산타다"라고 외치는 설렘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타를 본 막내들은 쑥스러운 듯 엄마 뒤로 숨으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평소 갖고 싶었던 곰인형을 선물로 꺼내자 자매들은 기쁘다는 듯 인형을 안고 집안 곳곳을 누볐고, 막내는 다른 인형을 가지고 나와 "새 식구가 늘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앞으로도 엄마 말 잘 듣고 언니·동생과 싸우지 않는 바른 어린이가 될게요"라며 "내년에도 또 찾아와 주세요"라고 애교를 부렸다.

일일산타들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시민들에게도 선물과 추억을 선사했고, 여기저기서 산타 목격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산타로 변신한 해양에너지 소속 봉사자 최정음씨(28·여)는 "나의 작은 기부와 봉사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사한다는 걸 몸소 겪어보니 뜻깊다"며 "온기를 전하며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계속 동참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광산구 자원봉사센터는 앞으로도 도움과 응원이 필요한 곳에 산타 방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주성아 센터장은 "자원봉사가 가야 할 방향은 사람에 대한 가치가 실현되는 것, 즉 사람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세상을 자원봉사로 만드는 것"이라며 "1년에 단 하루지만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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